ADHD의 도파민 부족
나는 알게 되었다. 최근 내가 느낀 나의 문제 상태는 제법 "도파민 부족"으로 모두 설명된다는 것을. 시작은 릴스에서 짧게 접한 ADHD인들의 특징을 설명하는 영상이었다. 요즘 계속 무언가 문을 열고 닫는 걸 깜빡하는 나에게,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충동적으로 하고 싶어 해서 어찌할 바 모르는 나에게 - 창문을 닫아야 하는데 냉장고에서 물건도 꺼내야 하고, 누군가에게 약을 챙겨주기도 해야 해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 물건을 늘 잘 가져다니다가 도 한 순간 어디 뒀는지를 까맣게 잃어버리는 나에게, 불편한 옷, 촉감, 냄새, 소리 등 몸에 불편한 감각이 생긴 것을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나에게, 충동성이 강한 나에게, 하기 싫은 일이나 반복적인 일을 못 견뎌하는 나에게, ADHD의 특징을 설명하는 영상은 모두 내 얘기인 것 같았다. 그리고 집요한 나는 - ADHD적으로 말하자면 관심사가 생기면 무섭게 집중하는 - ADHD의 기전과 치료법, 행동양상등에 대해서 모조리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에, 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고 내가 잘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로 '도파민'을 발견했다.
도파민이 부족한 상태라면, (전전두엽에 영향을 미쳐) 쉬이 불안하고 무기력하고 계획이나 약속 등을 깜빡할 수 있다. 한 가지씩 순차적으로 집중해서 해결하지 못하고 한 순간에 여러 가지 일들을 떠올려서 한 번에 모두 해결하려 하니 우왕좌왕한다. 물건을 우선 아무 데나 두고(다른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뒀다는 사실을 잃어버리고, 문을 열어둔 것도 잃어버리는 것(충동 속에 휩싸여 있으니)이 모두 이 맥락이다. 그리고 하기 싫은 일, 무관심한 일이나 반복적인 일은 가뜩이나 없는 도파민을 더 떨어트리기 딱 좋으니 온 맘 온몸으로 그 일을 거부하기 위해 최대한 미루거나 시간을 끌어 안 하고 싶어 한다. 또한 도파민인 떨어진 상태를 즉각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금 당장, 기분이 나아지기 위한무언가를 충동적으로 하려 한다(벌떡 일어나서 나가거나, 먹거나, 전화한다). 덥거나 추운 상태, 불쾌한 냄새나 시끄러운 것 등의 문제는 당장, 해결하려 한다(옷을 벗어던지거나 뛰쳐나간다). 그리고,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나에겐 없는 '새로운' 물건(새로운 자극이어서 도파민을 높일 수 있는)을 자꾸만 산다.
그리고 내가 빠져든 것들.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특정 세계관 안에서 끊임없이 상상하고 새로운 상황으로 내 뇌를 자극시킬 수 있는 것은 도파민을 만들어내기 가장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자극을 찾아 헤매는 것. 전시나 음악, 공연 등을 보고 싶어 하는 것. 이 모든 것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도파민 부족-충족 또한 하나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든, 치료는 원인을 밝히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는 이제, 내가 과도하게 할 일을 미루거나 까먹을 때, 불안하거나 자꾸 무언가를 잃어버릴 때,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려할 때, 우왕좌왕할 때, 충동적으로 무언가 하려 할 때 내가 도파민 부족 상태인 것을 인지할 것이다. 더 이상 대체 내가 왜 이러는 걸까,라는 질문과 자책을 조금은 내려두고 그저 덤덤하게 나의 도파민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자주 시도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맛있는 차를 마시고, 좋은 향을 맡고, 편안한 순간들을 떠올리며, 좋아하는 노래를 들음으로써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그렇게 나의 불안정한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린다. 이렇게 해서 안되면? 약 먹는 거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