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불러서 마음 한 가운데 앉아보니.
새벽에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온 우주를 돌고 돌아서 다시 영혼이 제 자리에 앉은 것처럼, 오롯이 정신이 마음 한 가운데에 자리를 하고 앉았다. 그리고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생각해 본다. 언제나 다른 사람의 욕망에 반응하며 그것이 나의 욕망처럼 살았던 날들의 시간을 정지시킨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남들보다 더 있어 보이고 싶어했던 마음의 중심으로 한 발 한 발 다가간다. 달리면서 누군가보다 빨라서 안심했던 마음들과 어떤이보다 잘 난 것 같은 마음에 뿌듯해 하던 마음 한 구석의 그늘에 다가간다. 아마도 그 당시의 나의 의식은 못 알아차렸겠지만, 아니 일부러 없는듯이 인지적인 부조화를 만들어냈겠지만 새벽에 문득 영혼이 나를 깨워서 그늘들을 다시 비추인다. 그리고 때론 영악하게, 때론 비굴하게 웃고 있는 내 자아를 만난다. 진실한 순간이다. 그 누구도 끼여들 수 없는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진실해지는 시간.
머리를 한껏 올려서 자르고 나름대로 관리를 하고서 독특하고 부해보이는 옷을 입었다. 보는 사람마다 예전과 달라보인다면서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대한다. 예전에 많이 꾸미고 다닐 때, 그리고 젊었을 때 미래에 대한 찬란한 태양이 떠오를 것 같았던 그 때처럼. 사람들은 평가하고 인정해주고 가끔은 마음을 주고, 박수를 쳐 준다. 이런 경험이 너무 낯설었던 젊은 시절에는 그것이 진짜 나 인것 같았고, 나로 만들어야 했었다. 그들의 박수 소리에 장단을 맞춰서 뛰다 보니 나는 내가 가려던 목적지가 아니라 다른 곳에 다른 사람들과 도착하고 있었다. 입사지원서를 찢어 버렸듯이 잘 나갈 것 같은 큰 길로 가려던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가 알아챘지만 무시했던 사람들의 눈빛을 생각해 본다. 그렇게 한 껏 꾸미고 갔을 때 인생의 절망을 만나면서 항상 비교와 무시에 소외되고 천대받던 이들이 나를 보는 눈빛을 생각한다. 나도 저렇게 볼 때가 있었는데... 나는 이 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 얼른 비싸 보이는 자켓을 벗고 감추고서는 헐렁한 티셔츠로 그 시선을 지나가야했는데. 나는 마치 내가 무엇이라도 된 듯이 자랑스럽게 걸어갔었지 않나.
내 영혼과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무엇 때문에 잠들지도 못하면서 책을 펴고 연필을 쥐어잡고 시간을 붙잡고 있는지. 그 목적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물어본다. 좀 유명한 사람, 상류층의 정치인과 고위직의 공무원들을 만나면 내가 좀 달라지나? 나는 어차피 가난하고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었으니깐 그런 사람들 만나면 나도 이제 성공했다고 으스댈려고 그러나? 무엇인가를 교환해서 자기꺼로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에서 나는 항상 주는 것에만 집중하자고 했었지 않나? 왜 이렇게 받으려고 하고 계속해서 마음 속으로 계산하고 있을까? 그 당시에 거절하지 못했던 우물쭈물한 심성 때문에 힘들어했떤 걸까? 아닐 것이다. 그게 원래 아닌데 계속해서 이 사회에서는 그게 정당하고 그게 합리적이고 그게 올바르다고 말하니깐 그런 것이다. 그렇게 순진해서 세상 어떻게 사냐고 하는 사람들의 비웃음 소리에 귀를 막고, 진짜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가장 기뻐하던 것, 내가 진실로 마음을 다 열어 놓고 즐거워할 수 있는 것. 무엇이었을까?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내 것을 모두 주어도 아깝지도 않고 다시 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 관계가 아니었을까? 자아를 억누르는 법과 질서에서 자유롭게 해방되어서 너가 하고 싶은대로 해!가 아니라, 진실로 우리 인생의 기쁨이 이 관계에 달려 있다는 듯이 다른 것들 계산하지 않고 오롯이 그사람과 그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마음의 틈에 들어 앉은 인생의 찌꺼기들이 하나씩 씻겨 내려가는 마음이 드는 건 아마도 내 마음이 원래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겠지. 이 사회에 태어나서 계속해서 강요되고 요구되는 것들이 사실은 이 시대를 조금만 비껴가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전개될 텐데, 나는 시대에 계속 갖혀 있게 만드는 목소리에 집중하지 않았었나?
그래서 다시 어떻게 살 것인가?
없어진 것들 사이에 공백에서 다시 웅크리고 앉는다. 그 공백이 여백이 될 때까지 시끄러운 소리를 하나하나 줄여내고선 작고 희미한 음성을 듣는다.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를 자세를 낮추어 바닥에 닿을 정도로 귀를 기울인다. 잡음처럼 갈라져버린 마음의 소리들을 하나하나 줏어 담아서 소중하게 간직한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자괴감도 조금은 내려 놓고,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무엇을 해줄려고 하지 말고 함께 있자. 함께 앉자. 굳이 귀를 기울려서 들을려고 하지 말고 함께 걷고 함께 울고, 함께 먹자. 구분해서 이것은 선행이야, 이것은 좋은 일이야!로 나누지 말자. 합리적인 계산으로 따져서 너와 나로 구분하는 절단선 말고 오히려 구분없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바늘귀로 실이 지나가게 만들자. 사람의 마음과 내 마음이 서로 연결된 채로 같은 노래를 부르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영혼이 노래를 부르고 싶을까?
나는 안다. 이 시간이 사실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인생에서 가장 진실된 순간이 바로 이시간이라는 거을. 새벽에 문득 영혼이 잠자고 있는 나를 흔들어 깨워서 마음의 중심에 앉혀 놓고서는 하는 말들이라는 것을. 그러니깐 다시 마음을 먹자. 주고 또 주고 막 퍼주는 집이 되자. 너무 계산하지 말고, 친구들에게도 연락하고 친구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친구가 되자. 아침에 비취이는 햇살이 되자. 그런데 너무 그렇게 되려고 하지 말자. 막상 사람들을 만나면 이것을 잊어 버리자. 그리고 정말로 즐겁고 그들의 영혼과 내 영혼이 만나도록 마음을 열고 함께 뛰어 놀자. 숨을 들이쉬고 마음 속 숲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사람들과 같이 시원함을 만끽하자. 내 영혼 나빌레라. 나의 자유가 나를 먹어치우는 욕망이 되지 않도록 그러나 항상 조심하자. 새벽에 문득 영혼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 다시 월요일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영혼이 숨을 쉬는 상태로 다시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