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을 다시 생각하다_필립맥마이클과 제프리삭스 사이에서
에너지, 식량, 기후, 금융 위기 등 전 지구적 복합 위기(Triple Crisis)의 심화로 인해, 개발의 개념은 근본적인 전환을 맞이했다. 과거 개발이 '이미 존재하는 저개발 현실을 개선하는 문제'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위기가 상수가 된 현실에서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를 어떻게 관리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로 그 초점이 이동하였다. 이는 현재의 시장 제도가 자원과 환경의 한계라는 가장 큰 물리적 도전에 직면했으며, 이로 인해 더욱 불평등한 미래상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본주의의 다른 방식으로 개발패러다임이 변화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개발 개념의 이러한 전환은 단순히 경제 성장을 넘어 인간의 복리와 지속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상정하게 했다. 특히, 시장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기존의 방식이 심각한 물질적 불평등을 야기하고, 전 지구적 생태적 위기를 가속화한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것이다. 따라서 개발 논의는 이제 국가 간의 격차뿐만 아니라, 국가 내부와 초국가적인 사회적 배제의 문제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인 도전 과제를 안게 되었으며, 이는 곧 개발 패러다임 전체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이라 할 수 있다. 오늘은 다소 제프리삭스와 같은 거대담론의 차원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에 있어서 어떤 도전이 필요한지를 보려고 한다. 필립맥마이클의 패러다임적인 위기에 대해서는 지난글에서 다루었지만 탑다운 방식의 계획가인 제프릭사의 제안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는지 살펴보자.
에너지, 식량, 기후, 금융 위기 등 전 지구적 복합 위기(Triple Crisis)의 심화로 인해, 개발의 개념은 근본적인 전환을 맞이했다. 과거 개발이 '이미 존재하는 저개발 현실을 개선하는 문제'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위기가 상수가 된 현실에서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를 어떻게 관리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로 그 초점이 이동하였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성장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특히, 시장의 자유로운 작동을 맹신하는 기존 경제 시스템은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라는 가장 큰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으며, 이러한 시스템은 부와 자원의 편중을 심화시켜 더욱 불평등한 미래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개발 개념은 단순한 경제 성장을 넘어 포괄적인 사회개발 요소와 인간 안보(Human Security)를 존중하고, 저개발 상황이 유발하는 인권 존엄에 대한 위협을 극복하는 차원으로 확장되었다.
경제적 취약성 위기 이론 (Economic Vulnerability Crisis Theory)
이 관점은 개발도상국이 겪는 위기를 주로 국제 시장의 변동성이나 구조적 불균형에서 찾고, 외부 충격에 취약한 경제 구조를 문제 삼는다.
개발도상국은 보통 단일 상품 수출 의존도가 높아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에 매우 취약하며, 국제 금융 시장이나 자본 흐름의 변화에 의해 외채 위기, 환율 위기 등을 겪기 쉽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국제 분업 체제 내에서의 주변부 국가의 위치와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결과로 발생한 구조적 문제로 본다.
1980년대 라틴 아메리카의 외채 위기나 1997년 아시아의 금융 위기에 대한 분석에서 이 이론이 활용되었다.
정치적/제도적 위기 이론 (Political/Institutional Crisis Theory)
이 관점은 위기를 국가 내부의 취약한 제도나 정치적 불안정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며, '좋은 거버넌스(Good Governance)'의 부재가 위기를 심화시킨다고 본다.
국가의 투명성, 책임성, 법치주의 등 거버넌스 지표가 낮을수록 부정부패, 권력 투쟁 등으로 인해 국가 역량이 약화되어 위기에 대한 회복력(Resilience)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이는 개발 프로젝트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사회적 불만을 증폭시켜 내전이나 정치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실패 국가(Failed State) 담론이나, 개발 원조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거버넌스 개선을 강조하는 접근 방식에 이 이론이 반영되어 있다.
생태적/기후 위기 이론 (Ecological/Climate Crisis Theory)
이 관점은 위기를 환경과 자원의 한계 및 기후 변화라는 전 지구적 도전에 대한 개발도상국의 취약성에서 찾는다.
개발도상국은 지리적, 경제적 여건상 기후 변화의 영향에 가장 취약하며(가뭄, 홍수 등), 이는 식량 안보 위협과 대규모 이주(기후 난민)를 초래하여 사회적 불안정을 심화시킨다고 본다. 이는 지속 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 목표 달성의 가장 큰 장애물이며, 환경 위기가 경제적, 정치적 위기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복합 위기(Compound Crisis)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사헬 지대의 사막화와 식량 위기, 저지대 도서 국가들의 해수면 상승 위협 등에 대한 개발 논의에서 이 이론이 핵심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2009년 경제 실적과 사회 진보 측정 위원회(CMEPSP) 보고서가 "경제적 생산을 강조하는 측정 방식에서 사람들의 복리(well-being)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바꿀 때가 됐다"고 역설했듯이, 개발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복리로 중심축을 옮겼다. 이 보고서는 시장 활동만으로 GDP를 측정하는 방식이 시민들의 진정한 복리를 측정하는 데 적합하지 않음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 진정한 복리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시장적 가치와 주관적인 삶의 경험까지 포괄하는 진일보한 관점이며, 이는 삶의 질과 행복의 제도화를 개발의 최우선 목표로 삼는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시민의 복리를 주관적인 경험까지 포괄하는 관점은, 나라와 지역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조건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나아가, 개발 정책 자체도 다양해야 함을 의미했다. UN은 2010년에 "개발 담론의 새로운 사고는, 보편적이고 유일한 표준 따위는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선언하며, 각국·지역의 사정에 맞춰 적절한 발전 전략을 세우고 진행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는 능력 수준이 같더라도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양의 자원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공정성에 대한 심화된 이해를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인간 개발의 관점에서 불평등 해결은
개발을 촉진하는 전제조건이 되었다.
경제 성장주의가 물질적 불평등 심화를 합리화했음을 인정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초국가적으로 심화되어 '성장단계' 이론을 무색하게 했다 (예: 미국의 인구 상위 1% 국민소득 보유율의 급증). 더욱이 전 지구적 중산층이 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저소득 국가의 문제였던 빈곤층의 3/4이 이제 중간소득 국가에 거주하게 되었다. 이는 전 지구적 불평등이 더 이상 지리적·국가적으로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나타나는 사회적으로 분리된 개념으로 탈바꿈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다음 두 가지 구조적 변화에서 기인했다. 국가 하부사회가 국가와 무관하게 지구화 프로젝트의 시장 네트워크에 흡수되었고, 전 세계 부유한 소비 계급이 하나의 초국적 계급으로 결속되어, 각국의 가난한 국민들을 적극적으로 배제하는 과정이 발생했다. 서식스 대학 개발연구소는 이에 따라 "앞으로 개발 정책은 단지 가난한 나라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 관한 정책이어야 함"을 천명했다.
새로운 중산층은 초국적인 가치 사슬에 편입되어 자국 내 가난한 이웃을 위한 재분배를 꺼리게 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불평등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얽히게 되었다. 이러한 전 세계적 규모의 사회적 배제로 인해, 개발을 한 국가 내의 과정으로 파악하는 '방법론적 일국주의(methodological nationalism)'로는 더 이상 현상을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과거에도 '개발'은 미국 주도의 개발 프로젝트가 전 세계를 정치적으로 묶으려는 이념이었고(로스토의 성장단계 서사), 지구화 프로젝트는 초국적 자본의 활동과 정보 혁명을 통한 전 지구적 경제의 새로운 형태 속에서만 설명이 가능했다. 즉, 개발은 한 국가만의 과정이 아닌, 초국적 자본의 상륙과 전 지구적 정치·경제의 틀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분석되어야 함이 명확해졌다.
발전의 틀이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불평등 양상으로 파악되면서, 개발의 대상은 국가에서 직접 시민들 쪽으로 다가가는 경향이 생겼다. 시민 참여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으나, 이는 양날의 검이다. 자원, 권리, 권력에 대한 기존의 불평등한 접근성을 그대로 둔 채 참여만 강조했을 때, 그 결과는 형식적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개발의 역설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 성장의 모순 때문에 기존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사고가 등장했다.
탈성장 경제학(Degrowth Economics)은 무제한의 성장을 위한 기존 경제 이론을 정면으로 반대하며, 자립적이며 물질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용어로 발전의 의미를 재규정하고 있다. 이는 성장 추구의 종식을 옹호하고 좋은 삶(Well-being)을 사회의 목적으로 삼으며, 환경 파괴 체제에서 벗어나는 대전환을 추구한다. 탈성장은 이론가뿐 아니라 공동 주거, 지역 화폐, 대안 에너지 등 사회 운동에서 유래했으며, 전 지구적·국내적 경제의 '적정 규모(right-sizing)' 개념으로의 전환과, 엘리트 계급의 과시적 소비 및 자원 남용에 대한 비판을 핵심으로 한다. 대안으로는 지역 화폐, 기본 소득, 생태 세금 등이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탈성장의 2가지 방향
여성주의적 비판: 탈성장 운동이 지역 사회·서비스 중심으로 나아갈 때, 무급 노동 제공자(주로 여성)의 노동량 증가 및 실직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며, 돌봄 경제(Care Economy)를 전면에 내세우는 페미니스트 탈성장을 통해 정의롭고 유쾌한 사회(convivial society)를 향한 전환을 주장했다.
팀 잭슨의 제안: 성장과 에너지 사용을 별개로 분리하여 단기적 성장주의에서 벗어나고, 공공자산 및 인프라와 생태·녹색 부문에 투자하며, 노동 시간 감소를 통한 삶의 균형 제고 등 잘 규제된 자본주의를 제안했다.
전환 도시 운동과 지역 회복력(Resilience)
전환 도시 운동(Transition Town Movement)은 피크 오일(원유 생산 축소)과 기후 변화라는 두 가지 위기에 대비하려는 공동체들의 운동 네트워크로, 재지역화(relocalization)와 지역 회복력(resilience) 강화를 강조하며 2000년대에 시작되었다. 이 운동의 핵심은 화석 연료 의존성을 없애고, 지역 사회 기반 자족적 농업 생태계를 통한 지역 자원의 재구축을 꾀하는 것이다.
실천 방향: 수익이 아닌 공동체 재생산을 통한 노동 생산성 향상, 지역 화폐를 통한 지역 사업 활동 및 녹색 일자리 창출, 내적 전환(Inner Transition)을 통한 개인의 가치관 변화와 정서적 회복 능력 계발 등을 포괄한다. 이는 단순한 환경 운동을 넘어 삶의 방식을 재설계하는 포괄적인 사회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 영국의 토트네스 전환도시, 미국의 포모나 공감도시)
공유물(Commons)과 부엔 비비르(Buen Vivir)의 재발견
사람들은 발전의 의미를 재규정하는 과정에서 시장 가치가 아닌 진정한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으며, 여기서 공유물이 핵심적 가치로 부상했다 (예: 한국의 공정 사회, 서아프리카의 밤타레).
남아메리카의 부엔 비비르(Buen Vivir, '잘 산다') 개념은 경제를 생태, 인간 존엄, 사회 정의 아래에 두는 것으로,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규정함으로써 자원을 보존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는 지구화 담론이 전 지구적 공간을 자본주의적 근대성으로 지배될 것으로 가정하는 것에 대한 창의성과 저항이 전 지구적 특성에서 출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의 경험 자체가 발전을 향한 믿음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져 왔기에, 발전이 인위적으로 창조된 현상임을 이해하기 어렵다. 전통적으로 산림 벌목, 원유 유출 같은 환경 파괴 행위나 노동 비용 절감 같은 사회적 비용이 물질을 기록하는 장부에는 긍정적인 측면(GDP 증가)으로만 올라가기 때문에, 발전을 비현실적이고 장밋빛인 이미지로만 상상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은 오직 자본주의의 발전을 뜻할 뿐, 인간의 진정한 발전 혹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 발전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오늘날 인간은 환경·생태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류의 물질적·시간적 한계를 점점 더 인정하는 지속 가능성 프로젝트는 수많은 지역화 운동부터 유엔에 이르는 모든 움직임을 포괄하며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시장에만 의존하는 성장 전략으로는 빈곤 문제와 환경 위기를 해결할 수 없으며, 기존의 워싱턴 컨센서스가 심각한 한계에 봉착했음을 인정하고 생태적, 사회적 목표를 개발의 중심으로 가져오려는 시도이다. 그럼 이제 좀 정리해보자. 다음과 같이 3가지 정도의 개발에 대한 정리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개발(Development) 담론에서 최근 중요하게 논의되는 최신 이론 세 가지는 탈성장론, 전환론, 그리고 포용적 개발론이다. 이들은 기존의 경제 성장 중심 패러다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성, 공정성, 시스템 변화를 강조한다.
탈성장론 (Degrowth Theory)
탈성장론은 무제한적인 경제 성장이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을 필연적으로 초래하며, 현재의 지구적 위기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에서 출발한 이론이다.
경제 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적정 규모(Right-sizing)로 유지하면서, 물질적 생산과 소비를 줄이고 복리(Well-being), 생태적 지속 가능성,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목표이다.
GDP 성장 대신 불평등 해소, 노동 시간 단축, 지역 화폐 사용, 공정 무역 등을 통해 사회적·생태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성장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전환론 (Transition Theory)
전환론은 사회-기술 시스템이나 사회경제 시스템이 환경적 압력이나 사회적 요구에 의해 점진적이고 다층적인 방식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겪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다.
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며, 기존의 지배적인 시스템(Landscape)과 안정적인 기존 제도(Regime)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Niche)이 등장하고 성장하여 결국 시스템 전체를 변화시키는 다단계적 과정을 설명한다.
전환 도시(Transition Town) 운동처럼, 재생 에너지, 지역 식량 시스템, 순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사회 기반의 실험과 혁신을 통해 시스템 변화를 촉진하고 회복력(Resilience)을 구축하는 실천적 접근을 강조한다.
포용적 개발론 (Inclusive Development Theory)
포용적 개발론은 경제 성장의 혜택이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만 집중되는 불평등을 극복하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개발 과정에 참여하고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제 성장 자체를 부정하지 않지만, 성장이 빈곤층, 소수자, 여성 등 소외 계층에게 실질적인 기회와 자원 접근성을 제공하도록 제도적·정책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둔다.
단순히 소득 분배 개선을 넘어, 정치적 참여(Voice), 기회(Opportunity), 사회적 보호(Social Protection) 등의 다차원적 요소를 포함한다. 이는 유엔의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s)**가 내세우는 '그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Leave No One Behind)'라는 정신과 맥을 같이하며, 평등한 접근성을 개발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발전을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을까?
첫 번째 방법은 우리가 이해하는 발전의 관념을 버리는 것(Unthinking development)이다. 지난 수십 년간 개발은 국내총생산(GDP)의 양적 성장을 지상 목표로 삼아왔으나, 이러한 획일적인 사고방식은 환경 파괴와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부정적 외부 효과(Negative Externalities)를 제대로 설명하거나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윤 극대화와 자본 축적에 매몰된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개발을 인간의 존엄성, 생태계의 건강, 그리고 미래 세대의 권리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근본적으로 다시 사유할 때이다. 이러한 사유의 전환은 단순히 방법론을 바꾸는 것을 넘어, 개발의 목적 자체를 재정립하는 철학적 요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발전 관념 버리기'를 위해서는 통상적 개발 담론에서 시장 경제 활동으로 포착되지 않아 무시되었던 비금전적 가치들을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가정과 공동체의 재생산 활동(돌봄 노동, 육아 등)이나 생태계 균형과 같은 가치들은 금전적 가치보다 훨씬 회복 능력이 우수하고 지속 가능함을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무너진 생태계 복원 비용은 GDP에 반영되지만, 깨끗한 공기가 주는 가치는 반영되지 않는 근본적인 모순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 성장 지상주의를 벗어나, 돌봄 경제(Care Economy), 연대, 공생(conviviality) 등의 가치를 중심으로 개발의 척도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지표를 추가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관계와 환경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삼는 근본적인 시스템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개발의 미래는 두 상반된 세계관
사이의 피할 수 없는 긴장 속에서 결정될 것이다.
한 축은 지구화(Globalization)로 대표되는 세계관으로, 이는 초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신자유주의적 시장 원리 확산을 통해 경제적 통합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다른 한 축은 지역화(Relocalization) 혹은 세계주의적 지역주의로, 이는 기후 위기와 전염병 같은 외부 충격에 대비하여 지역 공동체의 회복력(Resilience)과 자립성을 강화하고, 생산과 소비를 지역 단위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개발은 더 이상 단일한 경로로 진행되지 않으며, 이러한 중앙집중화 대 분권화라는 두 거대 흐름의 충돌과 상호작용이 미래의 개발 형태를 규정할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긴장 속에서 민주적·생태적 함의를 가진 다양한 대안적 시스템을 모색하는 과정이 중요해졌다. 기존의 '방법론적 일국주의'를 넘어선 개발은 시민들의 직접 참여(Citizen Participation)와 환경 거버넌스 강화를 통해 시스템의 의사결정 구조를 민주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 두 세계관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은 결국 사회적 정의(Social Justice)와 환경적 지속 가능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개발의 새로운 관점은 단순한 이론적 모색을 넘어, 이 시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인 불평등과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실천적 투자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개발 담론의 핵심 요구는 경제 성장 지상주의를 버리고 개발의 관념을 근본적으로 다시 사유하는 것(Unthinking development)이다. 금융, 기후, 식량 위기 등 전 지구적 복합 위기에 직면하면서, GDP로 대표되는 기존의 양적 성장은 더 이상 인류의 진정한 복리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따라서 개발의 척도는 시장에서 무시되었던 비금전적 가치를 중심으로 재정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가정 및 공동체의 재생산 활동과 생태계 균형과 같이 회복 능력이 우수하고 지속 가능한 가치에 주목해야 하며, 돌봄, 연대, 공생 등의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개발의 미래는 단일한 경로로 결정되지 않으며,
지구화(Globalization)와 지역화(Relocalization)라는
두 거대 세계관 사이의 창조적 긴장 속에서 형성될 것이다.
전 지구적 초국적 자본의 논리와 지역 사회 기반의 자립적 회복력 강화 논리가 맞서는 이 긴장 속에서, 우리는 민주적·생태적 함의를 가진 다양한 대안적 시스템을 모색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새로운 관점과 실천은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수렴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개발은 더 이상 '저개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과 기후 위기에 직면한 전 세계 모든 사회의 시스템 전환을 위한 실천적 투자가치가 되어야 하는 것이 최종 결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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