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SUV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포르쉐가 지난 11월 공개한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은 정지 상태에서 2.5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압도적인 성능으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벤츠 GLE와 BMW X5가 주도해 온 고성능 SUV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전기 SUV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포르쉐가 지난 11월 공개한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은 정지 상태에서 2.5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압도적인 성능으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벤츠 GLE와 BMW X5가 주도해 온 고성능 SUV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포르쉐는 2025년 11월 19일 온라인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카이엔 일렉트릭을 선보이며 '브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양산 SUV'라는 타이틀을 내세웠다. 최상위 모델인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은 최고 출력 1139마력이라는 놀라운 성능을 자랑한다. 2.5초 만에 시속 100km, 7초 만에 시속 200km를 돌파하며 최고 속도 260km/h를 기록하는 괴물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카이엔 일렉트릭의 강점은 강력한 성능뿐만이 아니다. 113kWh 고전압 배터리에 양면 냉각 기술을 적용, 최대 642km의 주행 거리를 확보했다. 터보 모델 역시 623km의 넉넉한 주행 거리를 제공한다. 10%에서 80%까지 배터리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은 16분에 불과하며, 10분 충전만으로 터보 모델 기준 315km를 주행할 수 있다. 더불어 포르쉐 최초로 최대 11kW 무선 충전 기능을 지원, 플로어 플레이트 위에 차량을 주차하는 것만으로 간편하게 충전이 가능하다.
2002년 첫 출시 이후 카이엔은 포르쉐의 핵심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스포츠카 중심이었던 포르쉐가 재정 위기를 극복하고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한때 '강남 싼타페'라는 별칭으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렸으며, 현재도 포르쉐 전체 판매량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스테디셀러 모델의 전기차 버전 출시는 포르쉐의 전동화 전략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성능 전기 SUV 시장 경쟁에 뛰어든 것은 포르쉐만이 아니다. 제네시스는 지난 11월 20일 프랑스 르 카스텔레 폴 리카르 서킷에서 GV60 마그마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제네시스의 첫 고성능 전기차인 GV60 마그마는 전후륜 모터 합산 최고 출력 609마력, 부스트 모드에서는 650마력까지 발휘한다. 3.4초의 제로백, 10.9초의 제로이백, 최고 속도 264km/h를 통해 '럭셔리 고성능'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GV60 마그마는 스프린트, 지티, 마이 등 세 가지 전용 드라이브 모드를 제공한다. 스티어링 휠의 오렌지 버튼을 누르면 모든 주행 성능이 최고 수준으로 설정되는 스프린트 모드, 고속 항속 주행에 최적화된 지티 모드, 운전자가 직접 설정을 변경할 수 있는 마이 모드를 통해 차별화된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2030년 제네시스 글로벌 판매량 35만 대 중 마그마 모델이 약 10%를 차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더욱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모델도 존재한다. 로터스 엘레트라 R은 최고 출력 918마력, 최대 토크 100.4kg·m의 강력한 성능을 바탕으로 2.95초의 제로백을 기록한다. 대형 SUV 중 가장 빠른 가속 성능을 보유한 엘레트라 R은 최고 속도 265km/h, WLTP 기준 490km의 주행 거리를 제공한다. 리어 모터에 2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하여 고속 주행 시 효율성을 높였다. 국내 판매 가격은 2억 900만 원이다.
이처럼 고성능 전기 SUV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시장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벤츠 GLE와 BMW X5가 장악하고 있던 프리미엄 SUV 시장에 전동화 고성능 모델들이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초대의 제로백을 자랑하는 슈퍼카급 성능을 SUV에서 구현함으로써 럭셔리함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저가형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와 중국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으며,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자신 있는 고급·고성능 영역에 집중하는 추세"라며 "내년에는 더욱 많은 브랜드들이 기존 내연기관 인기 모델의 전동화 버전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카이엔 일렉트릭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 4230만 원부터 시작하며,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은 1억 8960만 원부터다. 국내 출시는 2026년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다. GV60 마그마는 2025년 1월 한국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12월 10일부터 제네시스 수지 전시관에서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
2초대 제로백을 자랑하는 전기 SUV들의 등장은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포르쉐의 현재 판매량 중 36%가 이미 전동화 모델이며, 마티아스 베커 포르쉐 세일즈 및 마케팅 이사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모델 역시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모든 세그먼트에서 순수 전기와 내연기관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성능 전기 SUV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