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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깥 Mar 14. 2017

자율주행시대를 상상하다

트레바리 넥스랩24 1702

나는 자동차가 싫다. 정확히 말하면 운전을 싫어한다. 주위를 살피기도 바쁜데 네비게이션까지 봐야 하다니.. 미친 짓인 것 같다. 옆에 누군가를 태우는 건 더 미친 짓이다. 그 사람의 목숨까지 책임져야 하다니.. 아무리 맘에 드는 사람이라도 자꾸 차 사라며 닥달하면 그냥 포기할 것 같다. 그러니 자동차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다.


이런 나에게 자율주행시대는 그야말로 유토피아다.


자동차를 보는 관점 자체가 변할 것이다. 하드웨어와 외관이 중요했다. 몇 cc인지, 뒤태가 잘 빠졌는지..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중요해질 것이다. 얼마나 안전하고 부드럽게 주행하는지, 이동 전후를 포함한 총체적인 경험이 얼마나 seamless한지..


자동차는 소유하는 대상이자 중요한 재산이었다. 앞으로는 어떤 차를 보유하는지, 몇 대를 보유하는지가 크게 의미없어 질 것이다.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들을지도 모른다. 소유의 개념이 완전히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개인이 소유했을 때의 편리함, 차별화된 경험을 통해(예를 들면 결제나 개인 맞춤 서비스 등) 여전히 그 시장은 남아있을 것 같다. 그러나 카셰어링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겠지.


자동차는 사실상 이동 수단이었다. 운전하면 일단 뭘 하기는 어려우니까. 앞으로는 '이동(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몸은 이동하지만 그 안에서 뭐든 할 수 있는 공간 그 자체. 자동차는 공간으로서 재발견될 것이다.


이렇게 자동차를 보는 관점이 변하면 자동차 산업의 헤게모니 역시 바뀔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 중심에서 데이터/소프트웨어/서비스 중심으로.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기업들은 자신들의 자산을 철저하게 파괴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의사결정이다. 혁신의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일단은 구글, 우버 등과 제휴를 맺은 뒤 역전의 꿈을 노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의 바탕이 되는 '데이터'는 모이면 모일수록 엄청난 시너지를 내기 때문에 그 격차를 따라잡기는 어려울테고 하드웨어 하청업체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브랜드 파워가 변할 것이라는 예측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너무나 당연하다. 


구글, 우버 등이 벌이는 경쟁도 매우 치열하겠다. 처음에는 안전성을 두고 경쟁을 벌이다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결국 OS, 플랫폼 싸움으로 귀결될 것 같다. 이동 시간에 차 안에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 일상 생활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될지. 이 경험이 seamless하게 구성될 수 있는 개인 소유 차량 시장은 남아 있다고 본다면 Ben Thompson의 주장에 전반적으로 동의하지만 이 시장만큼은 우버 보다 구글이 우위에 있지 않나 싶다.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방대한 범위의 산업 변화를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 글에서 다룬 에너지 산업도 마찬가지.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일론 머스크의 안목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율주행차 시대를 맘껏 상상해본다.


직접 운전하는 일은 매니악한 취미가 되겠지. 이를 위한 별도의 트랙이 마치 놀이동산처럼 만들어지겠지.

자동차 형태도 완전히 바뀌지 않을까? 이제 내부의 모든 면이 디스플레이가 될테니까.

멀미는 똑같이 있을까? 그렇다면 깨알같은 텍스트 콘텐츠는 먹히지 않겠지? 결국 영상이 답인가? 이동하는 시간대와 소요시간, 목적지 등에 따라 콘텐츠 소비가 달라지겠지? 그렇다면 자동차 플랫폼에서 얻어지는 데이터가 무척 중요해지겠다.


이동하는 시간에도 세상과의 연결은 더 자연스러워지겠지. 이는 분명히 피로감으로 작용할 것 같다. 어쩌면 노동 시간이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운전한다는 핑계는 이제 안먹히니까. 이동하는 시간에 차 안에서도 원격 회의를 할지도. 야근이 늘어날까? "차타고 퇴근하면서 맘편히 자면 되잖아"라고 회사에서 합리화할지도.


급 피곤해진다. "드라이브나 떠나볼까?" 이 대사는 드라마를 보며 내가 정말 부러워했던 말이다. 기분 전환은 하고 싶어도 운전을 하기 싫으니 드라이브는 꿈꿀 수 없었다. 앞으로는 맘껏 할 수 있겠지. 카셰어링으로 빌려서 "조용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면 알아서 데려다 주니까.


차 안에서 데이트 즐기는 연인들도 편해지겠다.(응?)

주차 문제도 많이 사라지겠지. 하필 한쪽 선에 딱 붙여서 주차하는 일은 사라질테니까.

음주 운전이라는 개념도 없겠네? 술 많이 마셔야지.

대리 기사도 필요 없을테고, 운전하는 직업은 사라지겠지.

그러면 운전 면허도 필요없잖아. 단독으로 탈 수 있는 최저 연령은 어떻게 될까?

해외 여행도 엄청 편해질 것 같다. 렌트해서 목적지만 찍으면 알아서 가니까.


위험하지 않겠냐는 의문은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비행기가 처음 나왔을 때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우려와 비슷하지 않을까? 여러 윤리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이 본격화되면 그로 인한 편익과 비교해서 매우 일반론적인 수준으로 체감되지 않을까 싶다.


상상이 끊이지 않는걸 보니,

나는 자동차 운전을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다.



#What We're Reading

1. Will big carmaker brands survive the self-driving world? 
http://readwrite.com/2016/12/17/automakers-brand-self-driving-tl4/amp/

2. Motor industry: Pressure on the pump
https://www.ft.com/content/31d68af8-6e0a-11e6-9ac1-1055824ca907

3. Google, Uber, and the Evolution of Transportation-as-a-service 
https://stratechery.com/2016/google-uber-and-the-evolution-of-transportation-as-a-service/


#트레바리

http://treva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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