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적 글의 갈래를 짜봅시다.
내 블로그에 학술적 글쓰기라는 주제로 글을 연재 중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브런치에 본격적으로 좀 더 정돈된 글로 매거진을 만들어 글을 써볼까 한다.
나는 대학원을 다니기 전까지는 학부때 졸업 때도 논문을 쓸 필요가 없었고, 딱히 '학술적 글'이란 걸 써본적도, 쓸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물론 학부 때도 과제나 레포트를 쓸 때 썼었겠지만 글을 쓰는 자세가 그다지 serious하지 않았다. (반성한다) 그런데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학술적인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한 니즈가 극강에 달했다. 나의 모든 강의에 학술적 글을 바탕으로 페이퍼를 써서 내야했기 때문이다. 잘 쓰려고 보니 의외로 굉장히 힘들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학술적인 글을 쓰기 위해 갈래를 짠다거나, 논리적인 글을 정돈된 형태로 쓰는 것의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내 블로그의 글 조회수를 보아하니..)
그래서 첫번째는 학술적 글쓰기 - 갈래 짜기 를 주제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여기에서 갈래는 '논문'을 쓸 때의 갈래를 말한다. 그러나 다른 글들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리라 생각된다.
일단 학술적 글쓰기(Academic Writing)에 관한 글을 써봐야지 써봐야지 하면서 많이 미뤘는데, 글을 쓰고 싶게 뽐뿌를 일으켰던 기사를 하나 공유한다. 내가 좋아하는 교수이자 칼럼니스트이신 '김영민'님이 쓰신 글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353/0000033515
**참고로 이 글을 쓰는 저는 석사 학위가 있고, 박사 수준은 아님을 일러둡니다. 저의 경우 논문을 '실험 연구'를 기반으로 작성하였음도 같이 밝힙니다.
논문이란, 1) 자신이 연구하고자 하는 방향을 설정해서 2) 관련 이론 내 연구와 연결지어 나의 말로 정리하고 3) 자신이 선택한 방법론에 따른 연구 내용을 일목요연히 정리한 뒤 4) 결론을 내는 글을 말한다.
논문의 큰 흐름별로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1.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 내가 하려는 연구가 사회에서/학계에서 어떤 의미인지 설득력 있게 작성
- 연구의 방향을 설정할 때, 내가 연구하려는 '소재'와 같은 연구가 학계에 이미 있는 것은 상관없음. 하지만 같은 소재를 같은 방향으로 쓰는 것은 문제가 있음 (같은 소재에 같은 방향이더라도 결과가 기존의 연구들과 다르면 괜찮으나, 이런 경우가 드묾)
*주의할 점은, 연구자의 개인적 '호기심'으로 인한 연구 주제를 설정했다 할지언정 이 연구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탄탄한 근거를 바탕으로 기술해야 한다는 점이다.
2) 연구목적 및 연구문제
- 연구를 통해 답을 얻을 연구 문제에 대해 명료하게 정리 (보통 2~3개 정도의 연구 문제 설정이 좋다.)
*나의 경우 아래의 두 가지 연구문제를 언급했다.
(1) ‘참’교수학습 전략은 초등학생의 영어 학업성취도 향상에 효과가 있는가?
(2) ‘참’교수학습 전략은 초등학생의 영어 학습태도 향상에 효과가 있는가?
3) 연구 내용
- 위에 언급한 '연구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내가 연구를 진행해온 순서에 대해 정리
*예: (내 논문의 경우) 현장에서 진행되는 이러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내가 고안해 낸) A전략을 제안했다 → (내가 고안한) 이 전략이 갖는 교육적 효과에 대해 검토하고 실제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탐색했다 → 이 전략을 활용하여 개발한 교수설계 모형을 현장 전문가를 통해 최종적으로 보완하여 모형을 도출했다 → 이 모형을 활용하여 실험/통제 집단을 꾸려 실험을 진행했다 → '연구문제'에서 언급한 문제에 대한 답을 위해 효과 검증을 실시했다 .... 이런 식으로
2. 본론 (이론적 배경)
- 자신이 논문에서 다루게 되는 변인들을 차분히 정리
- 자신이 논문에서 사용할 통계에 관해 언급
- 이때 인용할 여러 타 연구자의 이론들이 서로 따로 놀지 않아야 하고, 특히나 나의 연구 방향과 주제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야 함
*예: (내 논문의 경우) 첫번째로 내가 고안해 낸 A전략은(FYI, 이 전략은 일종의 교수설계 전략입니다.) 어떤 background에서 나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 정리, 둘째로는 '영어 교육'에서 '교수설계'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론적 배경 정리, 마지막으로는 '초등 영어 교육'에서 왜 내가 고안한 이 'A전략'을 써야 하는지에 관한 이론적 배경 (다른 연구자의 연구 결과를 많이 활용했었음)을 정리
3. 연구 방법
- 자신이 어떤 방법을 통해 연구를 하였는지 상술 (연구 설계, 연구 대상, 연구에 활용한 도구, 연구 결과에 대한 분석 방법 및 절차 등)
4. 연구 결과
- 자신이 설정했던 '연구 문제'에서 언급한 것들을 중심으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각자의 연구 방법에 맞게 정리
(저의 경우 양적 연구를 했으므로 통계 결과를 정리하였습니다.)
5. 결론
- 가장 먼저는 전체 연구에 대한 요약 내용을 간단히 정리
- 두 번째로 내가 설정한 연구 문제에 대한 결론을 통계 결과와 같이 수치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닌 부연 설명을 같이 곁들여 정리
- 세번째로는 연구 중에 마주한 '한계점'을 상술. 어떤 연구도 한계점이 있기 마련이므로 내 연구가 완전하지 않음을 조금은 변명할 수 있는 파트
- 마지막으로는 '제언'을 상술. 본인이 연구하면서 느낀 한계점이나, 혹은 자신의 연구 결과에 따라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논리적으로 기술 (석사 수준에서의 논문은 특히나 거창할 필요가 절대 없음.. 어차피 아무도 내 제언을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임ㅠㅠ to be honest)
*특히 결론과 제언 부분에서는 그 내용이 너무 진부하지 않아야 할 것이고, 비슷한 연구를 한 다른 연구자의 결론과 너무 흡사한 결론을 내기 보다는 연구자인 나만의 관점에서의 의견을 정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이상이다. 학술적 글의 갈래를 짜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고,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잘 정리가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기존 논문들을 봐도 갈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나에게 맞는지 정하기까지 정말 오래 걸린다. (내 경험상) 그런데 여러가지를 써보고 지도 교수님께 깨져보고 하면서 제너럴하게 통용되는 갈래 짜는 방법을 정리해낼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곧 논문을 써야 하는/혹은 쓰고 있는 분들께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회에서는 '논리를 풀어가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겠다. (일주일에 한 번씩 포스팅 예정)
Bonus Comment.
내 지도교수님은 타 연구자의 내용을 인용할 때 미국의 사례를 '사대주의'의 경향으로 활용하지 말 것을 특히나 강조하셨다. 사실 흔히 사람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외국에서 - 특히 미국에서 - 한 연구들은 거의 '진리'처럼 받아들여 인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도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존재라는 것을 꾸준히 상기시켜 주셨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이후 내가 하는 행동이나 생각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 건강한 연구자라면 어느 누가 한 연구이든 비판적으로(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라는 의미가 아님) 받아들이고 취할 것을 취해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
확실한 건 평상시에 하는 많은 양의 독서는 글쓰기에 엄청난 자양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