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아바나에서 열흘 보내기
여는 글
살사도 모르면서 아바나
나는 인터넷 중독이다. 정확히 말해 스마트폰 중독이다. 한시도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않는다. 엄청난 걸 하는 것도 아닌데 항상 손이 닿는 곳에 휴대전화를 놓아야 마음이 편하다. 스마트폰으로 하는 거라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톡이 대부분이다. 인터넷 서핑도 잘 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전화기를 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 중요한 것을 빠뜨렸다. 나는 일 연락은 즉각 대답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다. 카카오톡으로 일과 관련된 메시지가 까똑 하고 뜨면 바로 확인한다. 메일 또한 그렇다. 회사 메일 어플을 깔아 두고 24시간 알림을 켜둔다.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서 일주일 넘게 생활한다는 건 사실 상상이 안됐다.
너무 답답할 것만 같았다. 그곳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난 그곳에서 인터넷을 버리고 낭만을 얻었다.
인터넷이 되었더라면 나는 말레꼰을 끝에서 끝까지 걷지 않았을 것이다.
길에서 만난 살사 선생님이 알려준 산타마리아 해변에 가야겠다는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산타마리아 해변행 버스 기다리는 걸 포기하고 택시 합승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가려던 전시장이 문을 닫아 베다도의 낭만을 느끼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침마다 가는 단골 카페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까사 주인 마리아와 말도 안 되는 스페인어-영어로 대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실 스페인어-한국어로 대화했다)
인터넷이 되었더라면 기다리지도,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을 테니까.
덕분에 나는 느슨해졌고 많은 이들과 친구가 되었다.
물론 인터넷이 되었더라면 가게에 들어가기 전에 리뷰를 미리 확인했을 테고, 그랬다면 이상한 참치 통조림 백반은 먹지 않았을 테지만, 덕분에 쿠바는 메뉴판에 메뉴가 아무리 많아도 가능한 건 정해져 있다는 걸 알았다. 불편하다고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지만,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배웠기에 행복했노라 말할 수 있다.
낭만 가득했던 아바나에서의 열흘.
사람이 이렇게 느슨해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날들.
왜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이곳에서 썼는지 알 것 같은 아바나에 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