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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규 Oct 15. 2019

#2 Please help me

약자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

새벽 4시. 눈이 떠졌고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동생은 나를 대신하여 호텔스닷컴 한국 지사에 항의 연락을 해줬다. 한 친구는 나를 대신하여 항의문을 영어로 작성해줬다. 또 한 친구는 온라인 이곳저곳에 소식을 알렸고, 내가 어디 어디에 소식을 올리면 좋을지 알려줬다. SNS 팔로우가 많은 지인은 본인의 채널에 소식을 올려 도움을 요청했고, 나는 한글과 영어로 쓴 항의문을 트위터에 올렸다. 여러 친구들의 도움으로 소식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구글 리뷰에 컴플레인 글을 남겨주었다. 


베를린 시간으로 아침이 되니 소식은 더 많은 곳으로 퍼져나갔다. 베를린에 사는 지인의 지인의 친구에게까지도 소식은 전해졌고, 유럽 곳곳에 사는 분들이 도움을 주겠다고 연락을 주었다. 정말이지 몸 둘 바를 모르게 고마웠다. 오늘 밤에 베를린으로 돌아온다는 아는 분의 아는 분의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함께 호텔에 가서 이 곳의 대응 매뉴얼을 물어보자고 했다. 내가 묻지 못한 것들을 대신 따져주기로 했다. 그러던 사이 트위터에 올려놓은 소식은 텍사스주 달라스에 있는 호텔스닷컴 본사에까지 알려졌다.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나를 돕겠다고 DM을 보내달라는 멘션을 보냈다. 나는 빠르게 상황을 전달했고,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나는 호텔의 사과가 받고 싶었다. 약자가 무조건 당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호텔스닷컴에도 우리 같은 개인들이 이용하는 사이트인 점에 대해 강력하게 말했다. 


여기저기 소식을 알린 뒤 맥이 빠져 침대에 누워있는데 카카오톡이 다시 울렸다. 친구가 이곳에 사는 지인을 채팅방에 초대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보고만 있는데 친구가 퇴장해버렸다. 내가 만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부담을 줬을까 봐 걱정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이 만든 방이라 나가면 방이 사라지는 줄 알았다고. 하지만 친구의 지인은 그대로 방에 있었다. 닉네임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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