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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규 Aug 31. 2016

#1 로맨틱해서 외로운 파리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것인가! 세느강을 걷고 걸었다.

2016년 8월 14일 일요일 오후 5시,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 북역(Gare du Nord)에 도착했다. 10년 만에 다시 온 파리지만 지하철 표는 그대로 1.9유로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세느강이나 걸어야겠단 생각에 Pont Marie역으로 향했다. 숙소는 마레지구에 잡았다.


Pont Marie에 도착하니 음악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음악 소리가 나는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나도 그들을 따라 난간에 몸을 기대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뭐지 영화인가? 꿈인가?'


너무 낭만적이어서 현실감이 떨어지는 풍경이었다. 흘러나오는 음악은 왈츠였고,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다들 행복한 표정이었다. 자유로웠다. 다리 아래로 내려가 춤추는 사람들을 가까이 구경하다, 해가 기울고 있는 서쪽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pont marie에서 본 풍경


8월의 파리는 저녁 7시가 되니 해가 건물 가득 드리워 따뜻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세느강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책을 읽거나, 맥주나 와인을 마시거나, 사색을 즐기거나, 저녁을 먹거나, 혼자이거나, 둘이거나, 여럿이거나, 있는 그대로를 즐기고 있었다. 나도 그들 틈에 섞여 앉았다. 맥주를 한 캔 사 올 걸 아쉬워하며 책을 꺼내 들었다. 이게 낭만이지, 하며 책을 읽으려 했으나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몇 페이지 읽는 척하다 덮고는 다시 사람들을 관찰했다. 일요일 저녁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오늘 기분은 어떤지, 왜 이곳에 앉아있는지, 그냥 사소한 것들이 궁금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시떼섬을 지나 걷다 앉았다 걷다를 반복했더니 하늘빛이 분홍빛으로, 주황빛으로, 점점 붉게 물들어 갔다. 그리고 난 루브르 앞 Pont du Carrousel에 도착했다.


말문이 막혔다. 노을이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걸까. 이렇게 로맨틱해도 되는 걸까.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 틈에 서서 한참 동안 하늘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말했다.


"아 너무 좋다."

'그런데 외롭다...'



로맨틱해서 외로운 파리에서의 열흘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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