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라멜팝콘 Dec 16. 2016

14.<아수라>

선과 악, 그 상대적 기준.

오늘 포스팅하는 영화는 지난 여름, 화려한 캐스팅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주목받았던 영화,

<아수라>입니다.

굵직한 예능에도 나오고 광고도 무지하게 했던 것에 비하면 흥행성적은 초라하기만 한대요, 300만 관객이 본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기대만큼 아쉬움도 컸던 이 영화를 본 지는 꽤 됐는데 이제서야 리뷰를 씁니다.


화려한 캐스팅

먼저 이 영화의 화려한 캐스팅을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주연인 정우성(한도경), 황정민(박성배)을 필두로 조연인 주지훈(문선모), 곽도원(김차인), 정만식(도창학), 김원해(작대기) 등 그야말로 배우들이 빵빵한 영화 중 하나입니다.

혹시 스포가 될 수 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만큼 왠만한 줄거리는 거의 다 공개되었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비극 그 자체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비극' 그 자체입니다. 특히 마지막 씬은 어쩌면 관객들이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게 흘러갈 지도 모르겠네요. 처음부터 모든 등장인물은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좇아 행동합니다. 이 지점이 흥행에 실패한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정서상 권선징악이라는 간단명료한 주제에 반하는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아직 어려운 부분이니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나는 영화가 하정우, 최민식 주연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였는데요. 악을 상징하는 여러 인물들의 이해충돌을 그려내는 이야기가 비슷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에 누구도 승리하지 못 하는 점 또한 마찬가지구요.


300만 영화

너무 자극적인 장면들과 맥락없는 전개를 이유로 관객들에게 조금은 외면받은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청불등급 영화로 300만이면 실망할 수치는 또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물론 위에 언급한 <범죄와의 전쟁>은 500만, <내부자들>은 1000만 가까운 관객이 봤다는 점에 비하면 초라하긴 하지만...)


의미하는 바가 분명한 영화

몇 가지 부정적인 요인이 있긴 하지만 제 생각에 김성수 감독은 사실 <아수라>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분명 매우 철학적인 영화입니다.

아수라: 전쟁이 끊이지 않는 귀신들의 혼란의 세계인 아수라도의 왕

아수라도: 교만심, 시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가는 곳.


아수라는 혼란, 혼돈을 말합니다. 그리고 살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하죠. 단지 살기 위함이 아니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혹은 나보다 나은 누군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싸움이죠. 교만과 시기가 가득한 귀신들이 모인 곳이 바로 그 곳이니까요.

김성수 감독은 자신의 욕심만을 쫓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 세상은 아수라도, 그 욕심에 미친 사람은 결국 아수라(왕)이 되고 만다는 이야기를 상당히 자극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준 것 뿐입니다.


과연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와 동시에 우리에게 질문을 하나 던져줍니다.

당신들은 얼마나 선합니까? 여기에 나오는 한도경, 박성배, 문선모, 김차인, 도창학을 단지 나쁘다고 비난할 수 있습니까?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에게 굴복하고 복종하는 세상.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쓰러뜨리기 위해 끊임없이 나쁜 짓을 해야 하는 세상. 과연 이 세상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병들어 죽어 가는 아내를 살리고 싶은 한도경이었다면,

능력만큼 인정받고 싶었던 말단 형사 문선모였다면,

요직으로 진출하고 싶은 검사 김차인이었다면,

과연 나는 보편적으로 말하는 '선'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저는 세상에 선악의 절대적 기준이 분명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선악은 대부분 상대적이죠.

나에게 득이 되면 선이 되는 것이고, 실이 되면 악이 되는 것.

김성수 감독은 바로 이 부분을 우리에게 짚어주고 있습니다.


끝이 없어야 하는 아수라도, 끝을 맺어버리다

나름대로 한도경과 박성배의 연결고리도 개연성이 있고, 문선모가 점점 변해가는 과정도 나름대로 납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다 보니 조잡해 진 것은 사실입니다.

곽도원과 정만식은 굳이 둘 다 한꺼번에 나오지 않았어도 되지 않았나 싶고, 김원해의 캐릭터에도 너무 힘을 많이 준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선혈이 낭자한 장례식장 장면들은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수라도는 싸움이 계속 되는 곳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마무리를 짓기보다는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처럼 악의 순환을 그려냈으면 보다 현실적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아수라>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로서 ★★★ 3/5

(5개: 재미+작품성=어머, 이건 꼭 봐야해!)

(4개: 작품성or재미=딱히 싫어하는 취향이 아니라면 보면 좋을 영화)

(3개: 무난하게 볼 수 있는 킬링타임용)

(2개: 취향을 심하게 타거나 굳이 안 봐도 될...)

(1개: 왜 만들었지?)


글이 유익하셨다면 구독과 라이킷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함께 이야기 하고픈 영화를 추천해 주시면 다음에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3.<럭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