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 그 상대적 기준.
오늘 포스팅하는 영화는 지난 여름, 화려한 캐스팅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주목받았던 영화,
<아수라>입니다.
굵직한 예능에도 나오고 광고도 무지하게 했던 것에 비하면 흥행성적은 초라하기만 한대요, 300만 관객이 본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기대만큼 아쉬움도 컸던 이 영화를 본 지는 꽤 됐는데 이제서야 리뷰를 씁니다.
먼저 이 영화의 화려한 캐스팅을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주연인 정우성(한도경), 황정민(박성배)을 필두로 조연인 주지훈(문선모), 곽도원(김차인), 정만식(도창학), 김원해(작대기) 등 그야말로 배우들이 빵빵한 영화 중 하나입니다.
혹시 스포가 될 수 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만큼 왠만한 줄거리는 거의 다 공개되었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비극' 그 자체입니다. 특히 마지막 씬은 어쩌면 관객들이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게 흘러갈 지도 모르겠네요. 처음부터 모든 등장인물은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좇아 행동합니다. 이 지점이 흥행에 실패한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정서상 권선징악이라는 간단명료한 주제에 반하는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아직 어려운 부분이니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나는 영화가 하정우, 최민식 주연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였는데요. 악을 상징하는 여러 인물들의 이해충돌을 그려내는 이야기가 비슷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에 누구도 승리하지 못 하는 점 또한 마찬가지구요.
너무 자극적인 장면들과 맥락없는 전개를 이유로 관객들에게 조금은 외면받은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청불등급 영화로 300만이면 실망할 수치는 또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물론 위에 언급한 <범죄와의 전쟁>은 500만, <내부자들>은 1000만 가까운 관객이 봤다는 점에 비하면 초라하긴 하지만...)
몇 가지 부정적인 요인이 있긴 하지만 제 생각에 김성수 감독은 사실 <아수라>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분명 매우 철학적인 영화입니다.
아수라: 전쟁이 끊이지 않는 귀신들의 혼란의 세계인 아수라도의 왕
아수라도: 교만심, 시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가는 곳.
아수라는 혼란, 혼돈을 말합니다. 그리고 살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하죠. 단지 살기 위함이 아니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혹은 나보다 나은 누군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싸움이죠. 교만과 시기가 가득한 귀신들이 모인 곳이 바로 그 곳이니까요.
김성수 감독은 자신의 욕심만을 쫓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 세상은 아수라도, 그 욕심에 미친 사람은 결국 아수라(왕)이 되고 만다는 이야기를 상당히 자극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준 것 뿐입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에게 질문을 하나 던져줍니다.
당신들은 얼마나 선합니까? 여기에 나오는 한도경, 박성배, 문선모, 김차인, 도창학을 단지 나쁘다고 비난할 수 있습니까?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에게 굴복하고 복종하는 세상.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쓰러뜨리기 위해 끊임없이 나쁜 짓을 해야 하는 세상. 과연 이 세상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병들어 죽어 가는 아내를 살리고 싶은 한도경이었다면,
능력만큼 인정받고 싶었던 말단 형사 문선모였다면,
요직으로 진출하고 싶은 검사 김차인이었다면,
과연 나는 보편적으로 말하는 '선'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저는 세상에 선악의 절대적 기준이 분명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선악은 대부분 상대적이죠.
나에게 득이 되면 선이 되는 것이고, 실이 되면 악이 되는 것.
김성수 감독은 바로 이 부분을 우리에게 짚어주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한도경과 박성배의 연결고리도 개연성이 있고, 문선모가 점점 변해가는 과정도 나름대로 납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다 보니 조잡해 진 것은 사실입니다.
곽도원과 정만식은 굳이 둘 다 한꺼번에 나오지 않았어도 되지 않았나 싶고, 김원해의 캐릭터에도 너무 힘을 많이 준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선혈이 낭자한 장례식장 장면들은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수라도는 싸움이 계속 되는 곳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마무리를 짓기보다는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처럼 악의 순환을 그려냈으면 보다 현실적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5개: 재미+작품성=어머, 이건 꼭 봐야해!)
(4개: 작품성or재미=딱히 싫어하는 취향이 아니라면 보면 좋을 영화)
(3개: 무난하게 볼 수 있는 킬링타임용)
(2개: 취향을 심하게 타거나 굳이 안 봐도 될...)
(1개: 왜 만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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