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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멜팝콘 Jan 14. 2017

15.<마스터>

우겨 넣다 체 해버릴 듯

이병헌이 주연이라는 것만으로도 꼭 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

거기에 강동원, 김우빈으로 이어지는 라인업.

영화의 평점이 어찌 되었건, 스토리가 어찌 되었건 그렇다면 그 영화는 일단 한 번은 봐야 하는게 인지상정.

최근 이병헌, 강동원 주연 영화들이 연이어 히트를 치면서 두 배우의 주가가 상한가를 경신하고 있었지만,

<마스터>를 보고 나오면 선뜻 추천해 주기 힘든 영화였습니다.

사기꾼도 조심하는 사기마스터, '원네트워크'라는 다단계 회사의 회장인 진회장(이병헌),

어린 나이에 진회장 곁에서 프로그래밍을 해 오던 박장군(김우빈),

못 잡는 범인이 없는 수사마스터, 진회장이라는 꼬리를 잡아 부정부패한 국회의원, 기업인들을 잡아내고 싶어하는 지능범죄수사팀장(김재명),

거기에 진회장의 뒤통수를 치고 싶은 김엄마(진경)


서로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려는

서로 속고 속이는 사기, 계략, 설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권선징악 이라는 아름다운 결말도 포함하구요.


흰머리가 무성한 이병헌(진회장)님의 포스는 역시나 대단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 정통 악역을 맡아도 이병헌은 이병헌입니다.

최근의 영화들처럼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병헌만이 가지는 고유한 색깔, 아우라는 충분히 전달됩니다.

특히 마닐라에서 '필리핀 영어'를 너무 잘하는 걸 보고,

이 형의 디테일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내부자들>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너무 잘 살렸던 그런 느낌?

키가 작아도 이병헌은 셔츠가 역시 잘 어울립니다 ㅜㅜ


진회장을 잡아서 윗대가리들을 솎아내고 싶은 강동원(김재명) 팀장은

굉장히 스마트하고 민첩한 캐릭터입니다. 큰 그림을 설계하는 그런 인물이죠. 진회장과 서로 덫과 덫을 놓는 과정에서 결국 마지막에 덫 하나를 더 놓을 정도로 치밀하고 완벽함을 추구합니다. 경찰이 주연인 기존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조금은 재미가 반감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부정부패를 행하는 경찰도 아니고, 검찰이나 경찰, 국회 등 외압에 크게 시달리지도 않습니다. 거기다 진회장과 소위 말하는 윗선들을 목숨걸고 잡아야 하는 당위성도 떨어지죠. 그니까 한 마디로 말하면 밑도 끝도 없이 그냥 태생이 정의로운 형사라는거니, 캐릭터 자체가 가지는 재미는 줄어들 수 밖에 없겠죠.


선악의 대립이 분명한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바로 김우빈(박장군)입니다. 등장인물들 중 가장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원네크워크에서 전산실장을 차지하고 있죠. 전산실장이라는 직책에서 알 수 있듯이, 박장군의 특기는 컴퓨터입니다. 프로그래밍, 해킹이런 것들 말이죠. 두뇌회전이 빠르고 임기응변이 좋아서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혼자 살려고 했다가 등등 다양한 모습을 보이죠. 전산실장인 동시에 원네트워크의 회원이었던 그가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도 보이고, 가장 입체적이면서 그나마 가장 타당성을 가지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 아쉬운 것은 <검사외전>의 강동원이 심하게오버랩 돼서 신선하지는 않다는 정도?


그 외에 진경(김엄마),엄지원(신젬마)의 연기나 캐릭터도 예상하던 것만큼이었는데요, 이병헌-강동원의 대립구도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던김우빈과는 다르게 두 여배우는 단순히 이용, 또는 소비되는 도구적 캐릭터로 밖에 비춰지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캐릭터의 이름이 '김엄마, 신젬마'로 평범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더 재미있게 엮어갈 수 있었는데 말이죠.


김엄마의 의미는 영화 내에서 짤막하게 언급이 되지만, 신젬마의 뜻은 어디서도 찾기 힘든데요. 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젬마'의 뜻은 라틴어로 보석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카톨릭에서 젬마 갈가니라는 겸손하기로 아주 유명하신 성녀님이 계셨는데요, 김엄마라는 이름에서 김엄마의 캐릭터가 바로 나오듯이, 신젬마라는 이름에서도 캐릭터가 바로 보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보석같은 존재, 강동원을 옆에서 열심히 서포트 해주고, 진회장에게 포착되지는 않지만 진회장을 교묘히 돕고 있는황변호사(오달수)를 체포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기도 했죠.


<마스터>는 140분 짜리 영화이지만 스토리가 방대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16부작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미니시리즈로 만들었다면 이 영화가 가지는 두뇌싸움, 속고 속이는 심리전, 서로를 유인하는 덫과 각 캐릭터들이 그리는큰 그림들 등을 더 디테일하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텐데, 영화 <마스터>는 너무 많은 내용을 2시간에 우겨 담다보니, 긴장감이 형성되고 느낄 새도 없을만큼 전개가 빠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참 많이 남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 보여 주고 싶은 내용은 많은데 런닝타임에는 한계가 있으니 주마간산으로 영화를 볼 수 밖에 없고, 빨리 먹는 음식은 체하기도 한다죠.


<마스터>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로서 ★★★ 3/5

(5개: 재미+작품성=어머, 이건 꼭 봐야해!)

(4개: 작품성or재미=딱히 싫어하는 취향이 아니라면 보면 좋을 영화)

(3개: 무난하게 볼 수 있는 킬링타임용)

(2개: 취향을 심하게 타거나 굳이 안 봐도 될...)

(1개: 왜 만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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