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엑스레이 촬영도, 치과 치료도 안 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오면 병원엔 왜 갔나, 모유수유 중인 거 공언하러 갔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엄마들이 힘들고 외롭고 화나는 게 뭔지 아세요?
요즘엔 뭐가 더 좋은지 육아지식이 너무도 잘 알려져 있어요. 3년 가정보육, 2년 모유수유, 2년 무염식, 6개월 첫 유치 후 불소도포 같은 권고 사항들이요.그런데 바른 육아 가이드라인은 세상의 상식과는 별개로 동동 떠다닙니다.
3년 가정보육이요? 세 살 이후에 보내려면 괜찮은 어린이집에는 자리도 없어요. 그땐 아이들 적응이 어렵다고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비추하며 수월한 적응을 위해 더 빠른 입소를 권해요. 3년간 자길 돌볼 시간이 없는 나 홀로 육아족들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 관리에 대한 고려, 외동으로 자라는 아이들의 변화한 양육 환경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가이드라인입니다. 엄마들 아프고 아가들 외로워요..
2년 모유수유요? 모유수유는 좋지만 밤수유와 젖물잠(젖을 물려 재우는 것)은 안 좋다고요? 주변 모유수유한 엄마들 중 밤수와 젖물잠 안 하신 분 거의 못 봤어요. 모유는 좋으니까 수유하되 안 좋은 습관은 만들지 말아라? 좋은 사람과 결혼은 하되, 배우자의 나쁜 부분과는 결별하라는 말이죠. 장단점은 세트예요. 분리가 불가합니다. 정말 모유수유로 육아해 보신 분들이 만든 가이드라인인가요? 아니면 수유하는 엄마들 자부심과 함께 죄책감도 듬뿍 가지고 살라고 만든 권고사항인가요?
저는 매일 죄책감에 시달리며 반성하고 젖물잠 끊고 수면교육을 시도했으나 여행 다녀오거나 아이가 아프면 밤수가 부활하기를 반복하다 지금은 그냥 포기했어요. 밤잠만 아이 아빠가 엄마 없이 스스로 등 대고 자도록 했는데 그마저도 17개월 엄마 껌딱지 시기가 오면서 엄마 없이는 안 자서 포기!지금은 다시 아빠와 자기 시작하는 중이지만요.
어린이집 보내려면, 어린이집에서 재우고 적응하려면, 치아건강을 위해서, 밥을 더 잘 먹게 하기 위해서, 아이와 부모의 수면과 건강을 위해서 수유를 빨리 끊으라고 여기저기서 말합니다. 완주를 응원하는 목소리보다 대단하다며 유난이라는 듯한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려요.
대단하긴요? 엄마가 편하고 좋아서 하는 건데요! 아이에게 젖물리는동안 아이와 엄마가 느끼는 평온함과 안정감, 사랑과 신뢰감, 행복감 등은 글로는 표현할 수 없지요. 우리 계속 사랑하게 해 주세요. 우리 엄마들 계속 수유하며 아가와 연결될 수 있게 자연스레 그저 바라봐주세요.
2년간 무염식은 어떤가요? 어린이집에서도, 시판 이유식/유아식 전부 가염이에요.어른들은 어릴 때부터 된장과 김치를 먹여야 밥을 잘 먹는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씀하세요. 신념을 갖고 가정보육을 해도 주변에이해를 구하기 쉽지 않아요. 우리는 다 안 그러고도 잘 컸다고 하시죠. 어린이집에서 2년간은 무염식을 주도록 규정을 만들어달라는 국민청원도 있어요. 엄마들의 외로운 싸움이죠. '신장이 약한 2년 미만의 영유아에게는 무염식이 권장된다.' 건강 문제가 당장에 드러나지는 않죠. 아이마다 타고난 건강상태도 다르죠.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무염식 2년 고수하는 엄마도 못 봤어요.(왜 그런 엄마들은 책에만 있는 걸까요..)
6개월 첫 유치부터 불소도포가 권장된다는 건요? 소아치과에서도 잘 안 해줘요. 해주는 소아과도 많지 않아요. 육아를 하며 내가 아는 상식이 세상에서는 비상식인 경우를 마주할 때마다 참 어려워요. 수요가 많아야 자본이 몰리고 세상의 상식이 될 텐데 시일이 꽤 걸려서일까요. 내가 잘못된 것처럼, 다른 것처럼 느껴지는 외로운 순간들에 너무도 자주 맞서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포기했어요. 3년 가정보육 포기하고 어린이집 보냅니다. 아이와 거리 두기가 되어서 아이와 더 잘 지내요. 2년 무염식 포기하고 어린이집의 균형 잡힌 식단 감사히 잘 먹이고 있어요. 고민 끝에 삐뽀 선생님께서 추려 올려주신 리스트보고 18개월에 불소도포는 하고 왔고요.
이제 남은 건 오로지 2년 완모입니다. 이건 정말 포기하기 어려운 내 삶의 가장 큰 행복입니다. 그래도 2년이란 기간에 너무 매이지 않으려 합니다. 길수록 좋다고 하지만 길어질수록 엄마와의 분리가 어렵고 세상의 시선도 편안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복직 후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무리 없이 스스로 잠들게 하려면 젖물잠 습관을 고치고 밤수도 완전히 끊어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단유밖에는 방법이 없어요. 아이가 잘 안 먹을 때마다, 양치를 잘 안 할 때마다, 아이의 체중이 늘 때마다 단유 하라는 목소리가 들리지만 우리는 이 시간을 행복으로 유유히 건너가고 있습니다. 저는 평생 하라고 해도 하겠습니다. 그만큼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요즘은 아이가 배 위에 엎어져서 먹는 걸 좋아해요. 맘마 먹는 자세를 스스로 다양하게 만들어 내는 게 얼마나 신기하고 사랑스러운지. 그 시간만큼은 엄마와 아이 우리 둘 다 일상을 멈추고 가장 달콤한 휴식을 취하며 서로의 온기 속에(여름에는 땀범벅 속에) 사랑을 느낍니다. 꼭 이 순간들은 모아 그림으로 그리고 노래로 영상으로 남기고픈 소망이 있어요.
오늘도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을 신념 있는 엄마들을 위하여, 아이에게 좋은 걸 행하기 쉬운 육아친화적인, 제대로 된 상식이 상식이 되는 사회가 어서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엄마, 당신이 이상하고 유난스러운 게 아니에요. 잘하고 있어요. 어떤 선택이든 자책하지 말아요. 우린 어떤 선택을 하든 아이를 위한 최선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