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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Oct 24. 2024

사람의 마음을 읽은 신박한 방법
"귀 닫고 경청하기"

경청은 고막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야!!!!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경청이고 경청은 의사소통의 처음과 끝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한 사람들의 욕구는 동서양과 과거와 현재를 떠나서 사람이 모두 가지고 싶어 하는 능력이다. 의사소통을 잘함으로써 스트레스받기 쉬운 직장생활이나, 어려운 인간관계에 윤활제가 되어주기도 하고, 이성을 만났을 때 매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다. 이런 중요한 의사소통의 처음과 끝은 오히려 듣는 것 경청이라고 한다.

본인도 의사소통을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컸는데, 해외생활 덕분에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고, 귀도 잘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말도 할 수 없는 의사표현이 제한된 환자들을 보면서 경청하는 방법 중에 하나인 귀를 닫고서 경청하는 법을 배웠다.   


일본에서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를 맡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응급실에서만 근무했고 인공호흡기는 스쳐가는 장비였기에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가던 중이었다. 그날도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를 맡게 되었는데, 일단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환자에게 들어가는 진통제, 진정제의 여부였다. 인공호흡기 환자는 기관삽관을 한 상태이다. 기다란 관이 20cm 넘게 목구멍을 통해 기관까지 삽입되어 있는 상태이고 그런 관을 통해 기계로 세팅된 산소가 들락날락한다. 

하지만 그만큼 불편하고 고통이 심하다. 심지어 말 한마디도 할 수 없다.  무의식적으로 환자는 이 관을 뽑아버리려고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 억제대로 환자의 양팔을 구속한다. 

치료하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이런 기계를 길면 몇 주까지도 달면서 치료해야 하는데 이 기간은 고통과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에 약을 사용해서 환자를 대부분 잠들게 하면서 치료를 이어간다. 

환자의 정보를 인계받을 때 가끔씩 약에서 깨면서 발버둥 치거나 하는 행동이 있었다는 정보를 들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환자가 깨거나 난폭한 행동을 하면 환자에게 투여되고 있는 약의 양을 늘려서 재우면 된다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인계를 받고 몇 시간 지나 저녁이 깊어지자 환자가 있는 침대에서 '탕' '탕' '탕''탕' 우리에게는 아주 익숙한 환자가 베드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자 내가 담당한 환자였고 환자가 발과 묶인 팔로 침대를 강하게 내리치고 있었다. 자주 경험했던 일이기에 나는 실시간으로 환자몸에 투여되고 있던 진정제를 소량 급속으로 투여 후에 시간당 들어가고 있는 약의 용량을 조금 올렸다. 그렇게 환자의 호소는 조용해졌다.  

다시 다른 환자를 보거나 내 일을 하면서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이번에는 빨간 알람 소리가 울렸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자 이번에도 내 환자였다. 환자는 조용히 잠들어 있었지만 환자의 생체징후가 흔들리고 있었다. 진정제의 양을 늘린 덕분에 심박동 수가 줄어들었고 혈압도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간당 들어가는 약의 양을 줄였다. 그러자 몇 분후 환자가 다시 깨면서 '우당탕' 소리가 들렸다. 다시 약으로 재우면 다시 심박수가 떨어지고, 약을 줄이면 다시 환자는 깨어났다. 


이걸 어뜩하나??

 

그날 당직의사에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해야 하나? 

며칠 전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선배가 담당의사와 이야기 한 내용이 기억이 났다. 

"환자의 바이탈싸인이 흔들리면 중심정맥 잡고 약으로 혈압이나 맥박수를 올리는 수밖에"

말은 간단하지만 환자에게 혈압을 올리거나 하는 약을 쓰려면 평범한 정맥이 아닌 중심정맥에 관을 유치해야 하고 이는 환자에게도 꽤나 침습적인 처치이다. 치료와는 관련 없는 약을 추가로 투여하는 것이 환자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환자와 의사소통을 시도했다. 

참 늦은 시도였다. 환자의 호소를 듣는 게 우선 이었는데 일단은 기관삽관으로 말을 할 수 없는 환자에게서 무엇을 들을 수 있을까? 필담이나 글자판을 이용한 의사소통 방법도 있었으나  "일본어를 내가 필담이나 글자판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무리야 무리" 시도해보지도 않고 지레 판단해 버렸다.

 뒤늦게 판에 흰 종이를 준비하고 환자의 손가락에 펜을 쥐어주었지만 환자는 쉽게 글을 적을 수 없었다.  


말을 할 수 없는 상대

에게서 대답을 끌어낼 수는 없다. 방법은 yes or no 밖에 되지 않는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맞으면 눈을 깜빡이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방법으로 환자는 yes or no로 대답을 한다. 그러려면 내가 질문을 잘해야 한다.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그제야 환자의 상태를 보고 어떤 마음일지 생각해 보았다.

환자는 몸이 묶여있는 상태로 입에는 관이 깊숙이 삽입되어 있고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있었다. 

환자의 상태를 보여주는 모니터에서는 아까와는 달리 심박수가 굉장히 올라 있었다. 

흥분하였거나 아프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환자분 많이 불편하시죠?"

환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치료받으시느라 입에 관을 넣고 있어서 그래요"

우당탕하던 환자의 행동은 조금 잦아들었다. 

"뭐가 가장 힘드세요?"

히라가나가 적혀있는 글자판을 환자의 손 앞에 가져갔다. 

환자가 손가락으로 50여 개의 히라가나중에 힘주어 가리키는 글자들 중에서 그 의미를 찾기 위해

내 모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처음에 겁먹던 것과 다르게 쉽게 한 단어를 읽을 수 있었다. 


こわい(무서워)



환자는 상태가 좋지 못해 구급차로 응급실에 내원한 후에 중환자실로 입원하게 되었다.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현장에 있던 구급대에서부터 응급실에 와서 치료받는 그 과정들이 긴박했으리라

그러다 보니 누가 환자에게 친절하게 이러한 과정을 설명해 주는 과정이 생략되었을 것이리라 생각되었다. 

아마도 환자는 눈을 뜨니 어두컴컴한 중환자실에 갖가지 의료기기들의 소리와 알람과 불빛만이 가득했다.

낯선 환경에 많이 두렵고 어디 호소하려 해도 나처럼 들으려 하지 않는 놈 때문에 답답하고 서글프고

많이 무서웠을 것이다. 


"어르신 상태가 좋지 못해서 구급차로 오셨어요. 응급실에서 여기 중환자실로 오셔서 치료받고 있으신 중이에요. 너무 무서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나는 저녁이었지만 이 방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의료기기들의 알람과 모니터를 꺼버렸다. (이런 상황을 대비한 의료기기도 조용히 하는 모드가 있다.)


나는 환자의 손을 잡거나 어깨를 쓸었다. 

환자의 심박수는 안정 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이동이 가능한 노트북을 가져와 환자 곁에서 할 수 있는 업무는 환자 곁에서 했다. 

수시로 환자에게 말을 걸고 그 대답을 눈으로 확인했다. 

온화해진 표정, 안정된 심박수, 흥분하지 않는 행동, 눈을 통해서도 감정이 전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중요한 건 듣고자 하는 마음


경청을 떠올리면 귀를 쫑긋하고 듣는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환자가 말을 할 수 없어서 귀로 정보를 얻지 못하니 오히려 보이는 것이 많았다. 환자가 처해있는 상황, 어떻게 지금 여기에 있게 되었는지, 어떤 감정이었을지, 얼굴 표정이 보이고 눈빛에서 감정이 느껴지고, 환자의 생체를 확인하기 위해 감시하고 있는 모니터의 숫자가 단순히 생체징후가 아닌 환자가 어떤 마음일지도 보여주었다. 

중요한 것은 잘 듣는 것이 아니라 듣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내 부끄러운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너무도 뒤늦게 환자의 호소를 들으려 한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고 환자에게 너무도 죄송했다. 


이때의 부끄러움과 배움을 가지고 현재는 구급차 안에서 환자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중요한 건 듣고자 하는 마음, 이제는 고막 이외에도 내 모든 감각기관이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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