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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uka Azusa Sep 14. 2019

폭풍우가 치는 밤에 #2-04

Chapter 2. 미녀는 미녀를 알아보고 바보는 바보를 알아본다.

  소리. 길영이 서둘러 달려 가려다 걸리적거리는 높은 굽의 구두를 벗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고 형사의 차 뒷좌석에서 지저분한 운동화를 꺼내서 신은 그녀에게 고 형사가 빨아야 되는 운동화라고 소리쳤지만 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길영이 신발끈을 꼭 여미고 거리로 나섰다. 한 낮지만 미칠 정도로 고요한 거리. 길영은 콘크리트로 메워진 사잇길을 걸으며 형준과 함께 추가 증언을 들으러 다녔고 재명과 젬마는 최근 2주간의 CCTV를 재확인했다. 햇빛이 쨍하게 비치도록 밝지만 사람이 아무도 없는 자갈길. 홍등이 켜져 넘치던 음산한 활기가 죽어버린 거리처럼 사람의 왕래가 사라진 거리가 점심 때를 넘어가자 수레를 끄는 사람이 한 사람 지나갔다. 검은색 야구모자에 검은색 운동복. 가로등 쪽에 높이 설치한 카메라가 위치한 자리에서는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흘 전의 영상을 확인하자 이번에는 키가 작은, 마른 남자가 매일 비슷한 시간을 오가는 것이 찍혀있었다. 사람이 바뀌었을 뿐 영상에서 별다른 점이 보이지 않자 젬마와 제명이 눈을 끔벅끔벅 떴다.

  "이 날부터 사람이 바뀌었어."
  "키는 어느 정도로 예상해?"
  "적어도 180이상? 앞에 찍혀있던 남자랑은 걷는 자세부터가 달라."
  "앞에 찍혀있던 사람의 신체적 사항은 대충 파악이 돼?"
  "대략적으로 160 초중반, 매우 마른 체구고 걸음이 안짱걸음이야. 오른쪽 다리가 끌리는 것을 보면 장애가 있는 거 같아. 아마 원래 여기를 청소하던 사람이 아닐까. 고정적으로 같은 시간대에 찍히고 있으니까. 이 시점을 기준으로 사람이 바뀐거야. 오늘까지 일수로 따지자면 사흘. 사흘째."

  자갈길 위를 구르며 위태롭게 덜컹거리는 수레의 모습이 흐릿하게 비쳐들었다. 음성이 녹화되지 않은 영상 너머로도 얼마나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을지 짐작이 되었다. 저 소리를 인식할 수 없는 무수한 잠재적 청취자들. 같은 시간에 울리는 같은 소리의 자명종을 익숙함에 잊어버리듯이 소음도 정해진 시간에 익숙해져 일상이 되어버린 부분은 인지하기 쉽지 않다. 단서는 한 가지.

  "보폭이 다를거야. 같은 수레를 끌고 같은 길을 가더라도 속도가 다르면 소리 크기나 소리의 간격이 달라질 수 있고, 이쪽 업소 안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이 쓰레기 수거하는 사람이 바뀌었다는 것 정도는 기억을 할 지도 몰라. CCTV 외에도 이 남자가 지나간 루트도 확인을 더 해 봐, 그리고......"
  "팀장님!"

  갑자기 들려 온 팀장님 소리에 강력계 2팀 팀장과 재명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상용서 강력계 막내 승후가 재명의 눈빛에 기가 죽은 듯 슬금슬금 게걸음으로 제 팀장에게 다가가자 팀원들에게 별도로 지시를 내리고 있던 그가 막내를 돌아보며 무슨 일이냐는 듯 쏘아보았다.

  "SU케미칼 컨테이너에서 이상한 물건이 나왔습니다."
  "뭐야, 이게."
  "발포 스티로폼 무더기에서 나온건데... 무슨 골동품 같기도 하고 유물 같기도 하고, 아무튼 비싼 무언가가 아닐까 해서 일단 보고부터 드리려고요. 마약 말고도 불법자금의 루트가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지금 들키지 않게 의심가는 물품들은 사진만 찍고, 카메라 달아서 감시하고 있습니다."
  "아니 석유고 가스고 사들여서 벌만큼 벌면 됐지..."
  "그건 공적인 자금이고. 사적으로 뒷돈 불리기 쉬운건 사람 장사랑 약 장사니까. 뭐래. 미술품 밀수 아냐? 세관신고 빼려는?"

  산전수전 시궁창전이라고 부르는 강력반만 20년을 맡은 2팀 팀장의 말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고 형사가 팀장이 내민 사진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 하니 기울였다. 사진에 찍힌 것이 값이 나가는 물건인가를 알아볼 수는 없지만 일단 보통 사람이 보아도 흔한 물건은 아니었다. 게다가 어디를 어떻게 보아도 새겨진 형상이 교회 같은 곳에서나 쓰일만한 것이라 고 형사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일단 길영에게 넘기면 아마 무언가 단서를 잡아오지 않을까. 멀대같이 희여멀개서는 시꺼먼 옷을 입은 신부를 떠올린 그가 사진을 빼앗아 들듯이 낚아챘다. 성모와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상이 새겨진 금속 장식 같기도 하고 병 같기도 한 물체를 바라보던 고 형사가 길영에게 사진을 찍은 메세지를 보내두었다.


 .. . .. . .. . .. .
  "......강 형사님이 성물사진을 보내셨어요."
  "누나 성당 안 다니지 않나... 이거를 뭐 어떡하라는 건데."
  "글쎄요. 사진만 갑자기 여러 장을 보내와서."
  "답답하니까 누나한테 그냥 물어 봐. 사진만 툭 던지면 뭘 어떡하라는거야."
  "알겠습니다... 어. 메세지가 이제 또 왔네요."

  [이게 뭔지 알아 봐 줘. 밀수선 상자 안에 있던 거래.] 밀수선이라는 단어에 윤과 준호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스티로폼 비즈를 대충 헤친 상자안에 담긴 물건은 금속 재질의 병 같기도 하지만 아래쪽 바닥의 형태 때문에 마치 종(鐘)이 아닐까 추측이 되는 면도 있었다. 화면을 한참 바라보던 준호가 주섬주섬 노트북을 꺼내와서는 사진을 밝게 만들어 확대하자 악마를 물리치는 성모와 미카엘 대천사의 모습, 그리고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조형이 상세하게 새겨진 조소가 비범함을 느낀 두 사람이 고개를 기울였다. 성물이나 성유물은 허가나 승인을 받고 인증받은 배송기관에 배송위탁을 하게 된다. 해외의 성유물이 국내로 들어오는 행사가 있다면 신부인 윤과 준호도 지역구 성당 내의 행사 상황을 모를 수가 없다.

  "악마를 물리치는 성모와 대천사... 성자의 희생."
  "이렇게 많은 조소를 넣은 성유물이면 주교님들 중에서는 아시는 분들도,"
  "일단은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맙시다. 밀수선에 실려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안해요."

  윤이 사진을 하나하나 뜯어 보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변했다. 중세시대에야 성유물이 성당의 존속에 영향을 주는 물건이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대에 들어서는 정작 성인의 유해를 나누어 안치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신도들이 있기 때문이다. 동양 문화권 특유의 정서도 한 몫하지만 교육 받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수단으로서의 성유물에 대한 관념이 많이 바뀐 점도 있다.

  "......배가 어디서 출발했는지만 알아도 범위가 줄어들지 않을까?"

  준호의 말에 윤이 당장 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길영의 목소리는 많이 지쳐 있었다.



 .. . .. . .. . .. .
  낮 시간대의 증언 수집이 수확이 없자 길영과 형준은 너나 할 것 없이 같이 지쳐있었다. 수많은 폐쇄회로 화면을 지켜 본 재명과 젬마도 지친 상태인 것은 같았다. 밤이나 되어야 사창가가 영업을 할 것이니 그 때 다시 수사를 전개하기로 하고 잠시 동안의 휴식이 주어졌다. 간식을 먹으며 열심히 손 안의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리면서 샐쭉이 웃는 재명의 모습을 보던 젬마가 먼저 그에게 말을 붙였다.

  "시온이랑은 잘 되어가나 봐?"
  "저희야 뭐 언제나 좋아요. 아직 싸운 적도 한 번 없는 걸요." 
  "미안해서 어떡하지. 우리 고 선배가... 그 나쁜 사람은 아니야."
  "알아요. 그냥 뭐 그러려니 하고 넘겨야지요, 뭐."

  형준이 넉살 좋게 웃다가 그를 바라보는 재명의 미묘한 표정에 웃던 것을 멈추자 젬마가 길죽한 두 남자를 한 번씩 바라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둘 다 졸지에 길영의 맞선 상대가 되어 세상에서 가장 황당하고 웃긴 맞선을 보았으니 묘한 동지의식마저 들고 있었다. 슬쩍 재명을 올려다 본 형준이 다시금 어색하게 입을 벌려 웃자 재명이 입꼬리를 한 쪽으로 비뚜름하게 올렸다. 두 사람의 반응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길영은 윤의 전화를 받아 이것 저것 설명하느라 바빠보였다.

  "여자친구 있었어요?"
  "네.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인데요."
  "......어쩌다 소개팅에 나가고 그럽니까. 도망갔어야지."
  "세상 살다보면 원하지 않아도 이래저래 말려 들어가는 일이 많으니까요. 시온이한테 그냥 이실직고 했더니 엄청 웃던데요? 제 여친 제가 한 방에 채였다고 했더니 더 신났어요, 지금."

  고개를 저으며 웃는 형준을 보던 젬마가 질렸다는 듯한 눈빛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길영을 보아하니 딱히 연애나 결혼에 뜻을 두거나 할 성격이 아닌 듯 한데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그녀의 선임들이 신경을 쓰는 것이리라. 딱히 길영은 그런 것에는 관심도 두지 않는 듯 눈도 깜박하지 않는 듯 한데 모두들 끈질기게도 범인을 잡는 강력반 형사분들이라 그런지 열심히도 길영에게 우라돌격을 하는구나, 하고 아득한 표정을 지은 젬마가 돌아서서 텀블러에 담긴 커피를 조용히 한 모금 들이켰다.


 .. . .. . .. . .. . .. .
  "브라질에서 온 성물이요?"
  "학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네. 실물은 미사에서도 비공개지만 사진은 찍어서 엽서 같은 걸로도 팔고 있고, 모양을 본뜬 작은 참으로 만들어서 묵주에 달기도 하나 봐."
  "그러면 저 안에 들어있는 건 레플리카(미술품 등의 복제품)가 아닐까요?"
  "레플리카라면 문제가 아니겠지...... 아니 잠시만. 성물이 없어졌다면 전 세계에서 난리도 아닐테니 레플리카가 맞는건가...?"

  두 사람이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기이했다. 길영조차 선박의 상세한 정보는 확인할 수 없었고 단지 SU케미칼이 남미쪽 국가와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만 알려주었다. 그녀의 조언을 기반으로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자료에서 비슷한 성물을 찾다찾다 찾지 못 하는 상황에서 결국 준호가 넌지시 가톨릭대학교 학장에게 종의 장식 부분만 사진을 잘라 찍어 보내어 메세지를 보내자 바로 답이 돌아왔다. 윤은 보내지 말자 했지만 어차피 준호가 저는 꼴통이니 지금이라도 교회 공부를 하는 것을 학장 신부가 반길 것이라며 기어이 주변 풍경은 잘라내고 종의 장식부분만 확인할 수 있게 사진을 잘라 보냈고 예상하던 반응이 돌아오자 준호는 쾌재를 불렀고 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 했다. 

  밀수선 구석에 처박힌 낡은 나무 상자 안의 한 겹의 스티로폼 소재의 상자. 그 안의 충격 방지 및 습기 제거용 비즈로 고이 모셔진 예식용 종. 레플리카인 것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미술품에도 레플리카가 많듯이 고액의 세금을 내기 싫어서 밀항한 것인가? 해당 성유물은 4세기 전 스페인의 각 식민지에 성당이 지어질 때 스페인에서 브라질로 이동한 성유물 중 하나로, 줄곧 성당을 대표하는 성물로서 자리잡아 지역에서 가톨릭 전파의 한 축을 이루게 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성유물이었다. 이런 의미있는 성유물은 당연히 이동을 허락해 주지 않을 것이니 상자 속의 종이 진품이리라는 추축은 하지 못 하는 윤이었다.

  허나 윤과는 달리 준호는 미묘한 표정이 되었다. 이교도의 세를 막은 의미가 있는 성유물, 성당 안에서는 권능을 받은 소리로서 그 어떤 다른 존재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종. 예식용 종의 사진을 가만히 살펴보던 준호의 표정이 어느 순간부터 복잡하게 구겨 들어져 갔다.

  "634 레지아."
  "네?"
  "아이씨, 문 신부님이면 우리 스승님보다 더 또라이..."
  "문 베드로 신부님을 말씀하십니까?"
  "네가 어떻게 알아?"

  그러나 윤과는 다르게 준호는 '성 프란치스코의 종'을 한 번 구마예식에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구마예식이 허가되었다고는 해도 실제로 아시시의 성유물이 해외로 반출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되기에 실제로는 한국 성당의 미사에 사용될 복제품으로 배달이 되었다는 것을 떠올린 준호는 제 스승이 그 성유물을 구할 때 교단 내 비공식 구마집단인 '634 레지아'의 이해인 수녀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했다. 나중에 사실을 안 준호가 국제적 분쟁의 원인이 될 뻔 했던 것을 알고 소름이 돋아 그게 자문이냐며 길길이 날뛰었던 것을 떠올리고는 머리를 싸매었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거야. 아니어야 한다.

  왼쪽도 오른쪽도 모르던 철딱서니 없던 부제때나 그저 성유물이라는 말에 조금 들떠 있었고 영신을 구하기 위해서 덥석 종을 잡았지, 아무리 철딱서니 따위는 고물상에 던지고 엿을 바꿔 먹어 버린 준호라도 이건 아니야,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634 레지아, 634 레지아... 머리를 싸매고 책상에 엎드린 준호가 걱정되어 그를 살피던 윤이 갑자기 번쩍 들어올려진 작은 머리통에 콱 턱을 들이받히고 말았다.

  날카로운 턱뼈에 찍힌 정수리를 부여잡은 준호와 딱딱한 돌, 아니 두개골에 턱을 맞은 윤이 잠시 굳어있다가 준호가 정수리를 슥슥 손으로 비비며 누군가의 이름을 말하자 윤의 표정이 쉰 김치마냥 구겨졌다.

  "오수민 미카엘."
  "미카엘... 오수민...... 그 미카엘!?"
  "원래 문 베드로 신부님이랑 634 레지아에서 같이 있었고 하니까, 걔 말고는 이런 걸 물어 볼 사람이 없어."
  "아니, 문 신부님이시면 지금 김 신부님과 함께 서울대교구의 공인 된 구마사제시잖아요."
  "그 문 신부님께서 원래 계시던 곳이 634 레지아야."

  634 레지아. 서울대교구 내의 비공인 구마 사제들과 외부 전문가로 이루어진 비밀결사. 외부전문가라고는 해도 모두 교구에 소속된 평신도의 신분이다. 한국의 테레사라 불리는 이해민 수녀가 부족한 인력을 안타까워하며 처음 결성했던 비밀결사가 어느 시점에서부터 교구에서 지원할 수 없는 장비와 예산을 가지고 움직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구마 사제직을 가진 이라면 귓등으로라도 들어보는 이름이지만 그들이 어떤 이들인지는 딱히 상세한 정보가 밝혀진 것이 없었다.

  "아니, 그런데 오 미카엘 형제, 아니 신부님은 갑자기 거기서 왜 나옵니까?"
  "문 신부님께서 정식으로 구마사제가 되시면서 634 레지아에 관한 권한을 포기하는 것을 조건으로 정식 구마사제직을 맡으셨다고 들었거든. 사마엘을 봉인했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도 컸고 절차를 안 밟니 마니 하던 것이 아니라 무시하는 수준이었으니까. 문 신부님을 잡으면 될 거라고,"
  "했는데 실질적인 헤드인 문 신부님을 빼서 634 레지아의 기세를 한 풀 꺾을까 했더니 오수민 미카엘 신부라는 더한 또라이가 그 자리에 들어왔다는 거군요."
  "......너 지금 또라이라고 했어?"



 .. . .. . .. . .. .
  "키는 정확하게 185. 말랐지만 탄탄한 몸이예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해룡파 조직원들 정보 중에서 일치하는 신체조건을 가진 이는 없었는데요."
  "그런 정보라면 언제나 변동은 있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조폭을 하겠다는 놈들도 고향을 떠나는 깡촌이 여기예요. 지금 해룡파를 잡고 있는 간부 뿐만이 아니라 조무래기 새끼들도 이렇게 조건 좋은 애들은 없을거예요. 물론 다시 한 번 더 찾아는 보겠지만,"

  윤과 준호가 머리를 갖다박고 있는 동안 상용서의 합동수사팀도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폐쇄회로 녹화 영상을 찾아보면서 더 정확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 수사 1팀의 거절을 모르는 몽타주 담당, 예 경사를 불러왔고 반나절도 되지 않아 신체 사이즈가 명확하게 나왔다. 그 몽타주를 토대로 해룡파를 비롯한 조직 폭력단 단원들의 신상을 매칭하던 중이었다. 수사팀이 임시로 같이 쓰는 소회의실로 뛰어 들어온 발소리에 모두가 회의실 출입문을 돌아보자 강력계 2반 막내형사가 허겁지겁 뛰어들어왔다.

  "용의자 잡았답니다!"

  유흥가를 집중 단속하기 위해 초저녁부터 음주단속을 가장한 차량 단속을 하던 중 갑자기 차 한대가 도주를 감행해 교통과 이 경장이 달려가 운전석 유리창을 깨고 백미러를 날아차기까지 해 가며 차를 세웠고 그 차를 운전하던, 용의자라고 잡혀 온 남자가 이상한 말을 한다는 보고를 받은 길영이 원래 제 자리로 향하자 양 손에 수갑이 채워진 길죽한 미남이 찌그러지듯 의자에 앉아있었다.

  "아니, 제가 무슨 살인사건 용의자예요... 저는,"
  "맞다. 승후야, 차 안에 수색은 전부 다 했어? 뭐 뭐 나왔는데?"
  "지금 하고 있는데 별 거 없더라구요. 차 내 백미러에 십자가 장식 작은 거 하나 달려있고 저 사람 몸에서 성당 다니는 사람들 기도할 때 쓴다는 묵주가 하나 나왔고. 그렇지 않아도 트렁크 걸쇠가 고장이 난건지 안 열려서 정비소에 연락 했어요. 지금 다른 급한 수리중이셔서 1시간 뒤에나 도착하신대요."
  "어, 그래. 알았어. 신원 파악은?"
  "자꾸 자기가 신부래요. 그런데 신부면 그 선배님이랑 항상 같이 다니시는 신부님들께서 누군지 아시지 않을까요? 아닌가. 저 사람 주소지가 서울이라서 상용 남부 성당 신부님들께서느,"

  께서는, 이라고 하려던 순간 승후의 말을 듣던 길영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신부라고? 제 앞의 용의자를 노려보던 그녀가 한숨을 팍 쉬고 다시 휴대전화를 들었다. 윤의 번호를 찾던 중 준호에게서 걸려오는 전화에 화들짝 놀란 길영이 휴대전화를 떨어뜨릴 뻔 하자 승후가 잽싸게 떨어지던 전화를 받아냈다.

  [여보세요? 뭐하고 계셨어요?]
  "아 너 때문에 새로 산 핸드폰 박살낼 뻔 했잖아!"
  [핑계도 좋으셔라. 뭐 하셨길래 그렇게 놀라세요. 그리고 솔직히 지금 산 폰을 부수기 전의 핸드폰은 누님이 일하다가 부순 거 잖아요... 무슨 일만 생기면 제 탓이라니.]
  "어쨌든간에 잘 됐다. 지금 서로 좀 올 수 있어? 용의자를 잡았는데 자기가 신부래. 혹시 아는 신부,"
  [이름이 뭔데요? 저도 사실 다른 교구 신부님이면 다 알 수가 없어서 4대 보험......]
  "승후야. 용의자 이름이 뭐,"
  "오수민입니다. 오수민 미카엘! 서울대교구 용산성당 소속 오수민 신부입니다!"

  쩌렁쩌렁 울리는 목청 좋은 소리가 수화기로 흘러 들어갔다. 수화기 저편의 준호의 표정이 복잡미묘하게 구겨져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 없어진 준호에게 길영이 다시 말을 걸었다. 방금 소리치는 것을 들었냐는 길영의 질문에 준호가 정말 내키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길영에게 대답했다.

  [혹시나 싶기는 한데 역시나가 아니기를 주님에게 기도하겠습니다.]

  준호의 성격을 아는 길영의 표정이 복잡미묘하게 구겨져 들어갔다. 천하의 최준호가? 윤도 겁대가리가 없다보니 상당히 대책이 없는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일단 원칙은 생각을 하는지라 길영이 그는 딱히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디를 어떻게 보아도 대책도 생각도 없어보이는 준호가 이러니 순간 꺼름칙한 느낌이 들었다. 길영이 휴대전화에서 귀를 떼고 전화를 노려보는 동안 통화가 종료되었다.





혐생에 휴재는 했지만 그래도 쓰던 건 마무리 짓고 다시 휴재를 하겠어요 ㅠㅠ!
헤헷 지난번 이벤트에서 취직되신 상용서 여러분 가끔 나오시게 될 겁니다 ㅣㅅㅇ...
제가 멘탈을 잃고 플롯만 따라갔던지라 수정 및 가필하여 재발행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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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桃華 明寿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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