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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수 Apr 28. 2021

엄마 역할 빼고 다 잘하는 여자

일 좀 하는 여자인데. 엄마 경력은 제자리걸음이다.


커리어는 쌓이는데 엄마 커리어는 후퇴만 안해도 다행이다

서희 씨는 13년 차 커리어 우먼으로 직장에서 인정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친정 엄마의 도움으로 집안 살림에도 그리 큰 부담을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9세, 7세인 진성과 진규 형제의 육아와 교육만은 큰 난관이다. 솔직히 서희 씨의 38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겪어 보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다. 코로나 19로 큰아들은 초등학교 2학년을 대부분 집에서 보냈는데, 예상치 않게 생긴 긴 시간 동안 아이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의 모든 일정을 엄마가 늘 여러 번 말하고 챙겨야 겨우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매일 퇴근길에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막상 아이들을 마주하면 잘한 것은 보이지 않고, 아직 해놓지 않은 일만 눈에 보인다. 점점 아이 공부 봐주는 일도 버겁고 아이도 공부에 흥미를 잃어 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그뿐이겠는가. 두 형제가 다투는 횟수도 늘어나는데 유독 진성이의 말투가 서희 씨를 닮아 간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본인의 짜증 내는 모습을 큰아들이 그대로 따라 하는 걸 보면 두렵기까지 하다. 하루 종일 엄마 없이  지낸 아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도 아까울 시간에 소리를 지르는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난다. 이러니 매일 서희 씨는 잠든 아이를 보며 미안해하고,  아침에 눈뜨면 다시 화내는 일상을 반복한다. 직장에서는 일하는 만큼 성과가 나고 경력도 쌓이는데, 엄마로서의 경력은 10년이 다 되도록 발전은 커녕 제자리걸음이다.  


사진 출처 : 픽셀



한 때 능력있는 여성이였지만 육아에 전념하고 있어요

다른 케이스도 있다. 슬아 씨는 딸 희주를 낳으면서 육아에 전념하는 중이다. 결혼 전에는 영어 강사로 일하며 직장에서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온전히 다섯 살 희주의 엄마로만 살아간다. 슬아 씨는 자라면서 엄마에게 받았던 트라우마와 내적 상처를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많은 것을 허용하면서 키웠다. 원하는 것을 채워 주고 사랑을 주면 그만큼 밝고 건강하게 자랄  알았지만 갈수록 고집이 세지면서 훈육이 통하질 않는다. 이제와서 규칙을 만들고 가르치려니 아이는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엄마의 통제가 견디기 힘들다. 무엇부터 가르쳐야 할지, 슬아 씨는 고민이 많다.  아이는 낳기만 하면 쑥쑥 잘 크는 줄 알았다.  아이 키우면서 이러한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어려운 공부도 해냈고, 남자들도 힘들어하는 회사에서 인정도 받았다. 살아오면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마음먹고 도전하면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며 살아왔는데, 엄마라는 역할은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말 만 자신 있게 할 뿐, 잘하는 건지 아닌지조차 모르겠다. 그렇기에  타인의 시선, 타인의 속도가 신경 쓰인다. 밤새도록  카페에 들어가 다른 엄마들의 경험담에 휘둘리기도 하고 불필요한 교구와 교재, 사교육으로 아이를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 좀 나아질까? 아이가 크면 좀 낫다는 사람도 있지만 클수록 더 힘들어진다는 사람도 있다. 공부, 진로, 취업, 결혼 등 아이가 넘어야  할 고개는 많다. 부모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이런 일들에 비하면 먹이고 입히고 습관을 잡아 주는 일이야말로 엄마의 몸이 고단할 뿐 지극히 단순한 일이다. 희소식인 듯 아닌 듯한 이 말을 위안으로 삼고 엄마는 아직 갈 길 이 먼 아이를 위해서,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어머니인 로즈 케네디 여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이 키우는 것을 부모의 의무만이 아닌 하나의 지적인 작업으로 본다. 그것은 세계의 어떤 명예로운 전문직 못지않게 흥미롭고 도전적이며, 내가 가진 모든 재능과 능력, 힘을 요구하는 일이다.」



곱씹어 볼수록 근사한 말이다. 아이를 마주할 때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널을 뛰고 숨겨진 인성 밑바닥이 드러나는데 로즈 여사는 부모 됨이 세계의 어떤 명예로운 전문직 못지않게 흥미롭고 도전적이라고 한다. 과연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자녀와의 관계에서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든,  지금처럼 되는대로 살았다가는 결코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도 있다. 곪아서 터지는 것도 해결이라면 해결이니까. 하지만 이런 해결을 바라는 부모는 없다.


나의 인생을 돌아보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목표를 설정하면 어느 정도는 이룰 수 있었다. 내가 주인인 내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역할이 만만치 않은 이유는 한정된 기간이기는 해도 아이의 양육자, 조력자, 보호자로서 살아가는 것이지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대로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된다. 우선 시선을 바꿔야 한다. 아이의 인생 목표를 내가 설정하고 아이를 나의 눈높이로 끌어올리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아이의 시선에 나의 시선을 맞춰야 한다.


조력자로서 부모의 역할을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힘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단순한 생활을 하면 나아질까?


To be continued...

미라클 베드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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