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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su Dec 30. 2023

5. 터키에서 크리스마스를

istanbul, TURKEY

방갈로하우스에서 3박 4일 동안 먹고 퍼지게 자고 많은 이야기들을 보내며 시간을 보냈다. 그 덕분에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나 또한 그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은 사람이길 바랐다. 아이친과는 스파나 클럽을 가며 걸스나잇을 즐기기로 약속했고 부락과 아이친은 한국에 꼭 놀러 오기로 나와 약속을 했다. 바비큐와 즐기기 위해 가져간 3배 매운 너구리가 한몫을 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집에 돌아왔다. 며칠 지내지도 않았는데 여행을 갔다 왔다고 편안했다. 발의 부기도 많이 빠졌고 그래도 나름대로 크리스마스인데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서 그에게 오늘은 발이 좀 괜찮은 것 같으니 밖에 나가 밥을 먹자고 했다. 그는 부락에게 저녁을 먹기 좋은 식당을 물어봤고 우리는 예약을 하고 밖으로 향했다.


터키에 와서 처음으로 그와 데이트를 나왔다. 뭐 하루종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음식을 해 먹고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는 일들은 있었지만 분위기 좋은 식당에 가는 게 처음이었다. 집 근처에서 35번 버스를 타고 시내 근처에 내렸다. 밤의 터키를 처음 마주하고 그 로맨틱함에 나도 모르게 광대가 올라갔다. 히죽히죽 웃는 나를 보며 좋냐는 그의 질문에 로맨틱하다고 했더니 그 특유의 손짓을 하며 별로 특별한 건 없다고 했다. 우리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예약하는데 바를 가는 길에 있는 골목길에 들어와 상점들을 구경했다. 분명 특별한 건 없지만 특별한 것 같은 기분. 이스탄불의 시내 곳곳에 있는 모스크들 그 형체들, 어둑한 길에 있는 현대적이지 않는 모양의 주황빛을 한 가로등들이 내가 이 밤의 터키에 있다고 분명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다 산타클로스 인형이 걸려있는 식당을 발견했는데 그곳이 우리가 예약한 이탈리아 식당이었다.

와인 두 잔에 샐러드와 피자 그리고 파스타. 언젠가 외국에서 연말 느낌 가득한 겨울을 보내고 싶었는데 조금은 외로웠던 지난겨울과 비교해 보면 아주 따뜻하고 포근하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음식이 조금 늦긴 했지만 생일 파티를 하는 사람들 사랑스러운 대화를 나누 것 같은 연인들의 눈빛,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친구들 그리고 말 같지도 않은 장난과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우리. 그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안 그래도 별로 춥지 않은 터키의 겨울을 봄처럼 만들어주었다.


맛있게 밥을 먹고 메인 스트릿을 구경하고 이곳의 날씨보다 너무 따뜻한 옷을 가져와 외투도 하나 사고 집에 갈지 어쩔지 고민을 하다가 가위바위보를 해서 무엇을 할지 결정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제일 좋아한다는 아일랜드 펍으로 향했다. 내성적인 성향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나름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며칠 동안 로컬이 사는 곳에만 있다가 여행을 다녀오고 처음으로 메인 스트릿으로 나와서였을까 오늘 처음으로 동양인을 봐서 신기하다는 듯이 그에게 말했는데 그 순간 처음으로 동양인을 발견했다. 한국인이라는 걸 한 번에 알 수 있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봐서일까 낯설기도 반갑기도 했는데 그는 왠지 친근감이 느껴진다고 말하며 어떻게 한국인인 것을 구분할 수 있냐며 궁금해했다. 그리고 우리는 어쩌다 자리를 바꾸게 되면서 그분들의 옆에 앉게 되었고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여자 두 분에 남자 한분은 인도에서 각각 5년이나 10년 넘게 사시는 분들이었는데 인도에 있는 엘지에서 근무를 하신다고 하셨다. 타지에서 한국인과 대화까지 하게 되는 경우는 크게 없었는데 타지에서 온 한국인과 타지에서 대화를 나누는 건 정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세분 전부 외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한국인과 대화를 하는 나를 보는 그도 신기했는지 계속해서 대화를 했다. 해외에서 사는 이야기, 나의 여행 이야기, 그를 닮았다는 축구선수이야기 등등 한두 시간을 대화를 나눴을까 처음에 우리에게 말을 거셨던 목적이 클럽추천이었는데, 남자분의 추진으로 인해 같이 클럽에 가게 되었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 그였지만 나에게 맞추려 노력하는 그를 보고 나는 ‘제가 다리를 다치기도 했고 이 친구도 내일 출근을 해야 하기도 해서 저희는 조금만 있다가 가겠다.’라는 말을 먼저 전했다.

클럽에 도착했다. 보통의 클럽은 지하에 있는 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보고 음? 새로운데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클럽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모두 눈이 동그래졌다. 바닷가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몽키이스탄불은 이스탄불 전경까지는 아니어도 반짝반짝 빛나는 도시를 한눈에 볼 수 있었는데 너무 그 풍경이 너무 눈이 부셔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칵테일에 다른 종류의 술을 넣어 주문하고 노래를 듣고 또 대화를 하고 조금씩 몸을 흔들며 시간을 보내다 인도에서도 꼭 만나자며 연락처와 인스타를 주고받았다.


얼마나 그곳에 있었을까, 여행을 다녀와 몸이 피곤하기도 했고 세분도 조금씩 하품을 하시기도 하고 피곤해 보이시기도해서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집에 가는 길에 마주한 탁심광장은 어둠이 짙게 깔렸고 인파로 가득했던 거리는 구걸을 하는 홈리스들로 가득해졌다. 다행히도 몇 년 전 있던 폭탄 사건으로 길가에 경찰차와 잠복근무를 하는 경찰들로 가득해 안심을 할 수는 있었지만 낯선 동양인을 바라보는 눈빛의 느낌이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미니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너다 마주한 ‘뉴모스크’의 빛이 너무 아름다워 잠이 와 꼬박꼬박 졸고 있는 그를 흔들어 깨웠다. 이스탄불의 매력이 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오래된 건물 틈새로 보이는 모스크들의 전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의 종교를 문화를 생활을 존중하고 있었다. 그 웅장함만으로도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홍대에 자주 가는 것처럼 그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나와 함께하는 곳들을 많이 와봤다고 했는데 나와 함께라 특별해졌다고 말했다. 그의 눈빛이 한밤의 가로등처럼 건물에서 나오는 불빛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 과연 나는 얼마만치의 시간이 지나야 이 짙은 색들을 필름 사진처럼 간직할 수 있을까. 과연 그게 가능하기는 할까.

Dec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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