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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riblues Mar 25. 2019

노래에는 가사가 있다.

이상은 '언젠가는'


어린시절에 부르던 노래들은 좀처럼 잊혀지지가 않는다. 가사의 처음부터 끝가지 암송되는 노래들은 대부분 그 때 시절의 노래들이다. 운동회 때 목놓아 부르던 '달려라 하니'같은 만화주제가부터 '마지막 승부', '질투' 같은 드라마 주제가들까지… 지금도 툭치면 머리에서 입으로 (아니 머리를 거치지 않고) 가사가 구구단처럼 흘러나온다.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 주제가가 아니더라도 ‘가요톱텐’같은 데서 1위를 하던 노래들도 여전히 머리 속에 가사들이 남아있다. 변진섭의 ‘희망사항’ 김지애의 ‘몰래한 사랑’ 최성수의 ‘풀잎사랑’과 같은 노래들은 지금 생각해보면 내 취향과 거리가 멀지만 머리 속에서 지워 낼 수가 없다. 아이들에게 노래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불러 제끼는 그런 것이었다.


설날인지 추석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창 명절음식준비로 바쁘던 어느날, 이것저것 심부름하면서 나도 모르게 유행가를 혼자서 흥얼거리고 있었나보다. 그런 나를 보고 작은 어머님께서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너는 그 가사가 무슨 뜻인지 아니?”라고 핀잔을 주셨던 기억이 난다. 무어라 대답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 취급을 당한 거 같아 조금은 분했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 때 불렀던 사랑노랙가 바로 이상은의 “언젠가는’이다. 찾아보니 1993년에 발매된 이상은 5집(Darkness)에 수록되어 있다. 93년이면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으니 표면에 드러난 가사의 뜻 정도야 이해정도는 할 수 있었겠지만 ‘뒤돌아 보니 젊음도 사랑도 소중했구나’ 하기에는 어리석어 보여 웃음이 난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이게 노래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되었지만(이 이야기는 다음에) 가끔은 아무것도 모르고 지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근데 작은 어머님은 그 때를 기억하고 계실까나 다음에 만나면 여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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