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학교 도서관 봉사

by 유록

비오는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씻고 준비한 뒤 축축한 거리로 나섰다. 우리 학교는 일부 학부모가 자원하여 도서관 봉사를 한다. 아침에 서가를 정리하는 일이다. 도서관도 좋고, 아이들도 좋고, 학교도 좋아하는 곳이라 망설임 없이 지원했고 나의 봉사일이 오늘이다.

오래된 건물 냄새 가득한 학교 1층, 낡은 도서관으로 들어섰다. 학교는 거의 내 나이만큼 오래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원래의 건물 형태를 꽤 많은 부분 유지하고 있고, 교정도 오래된 티가 난다. 특히 여러 식물이 가득한 화단이 예스럽고 아름답다.

도서관인데도 정숙함이나 고요함은 없고, 윗층이 멀티실인지 아이들의 콩콩, 쿵쿵 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벌레가 들어오니 문을 꼭 닫으세요.', '간식껍질을 쓰레기통에 넣지 마세요 벌레가 나와요.' 입구에 왠지 간절한 느낌의 표지문들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벌레를 어지간히 싫어하는 사서 선생님이신가보다 싶어 웃음이 났다.

하얀 실내화가 나름 가지런히 놓여진 현관를 지나 이이들이 수업하고 있는 도서관 안으로 들어섰다. 국어 시간에 책을 읽고 독서록을 쓰는 모양이다. 아이와 같은 반이었던 몇몇 친구들의 얼굴이 보였다. 수업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눈이 마주칠때면 눈인사 손인사를 나눴다. 수업 초반 자리를 이동하느라 집중력이 흐트러진 아이들을 통솔하느라 선생님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지셨다. 고개를 돌리다 마주친 눈빛, 어색한 눈 인사, 조금은 당황스런 얼굴 빛, '선생님 괜찮아요. 저도 오늘 아침만 해도 그 정도는 목소리 높였답니다~' 눈빛으로 전해지길 바랬지만 사뭇 작아진 목소리, 조금 더 의식하는듯 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의 착각일 수도 있겠다.

젊은 사서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정리 안 된 동화책을 구분하여 책장에 꽂아놓기 시작했다. 책장만 봐도 아이들이 무엇에 관심있는지, 어디는 관심 밖의 영역인지 알 수 있다. 선생님의 시선도, 아이들의 관심도 닿지 않는 책장 안쪽 구석에 수북히 먼지가 쌓여있었다. 닦아내도 계속 묻어나는 시간의 뭉치, 한정된 시간에 나는 적당히 쓸어내고 닦아내고 타협적으로 청소를 한다.

정리하다가 소소한 보물들을 찾기도 했다. 쪽지, 껌종이, 가끔은 종이접기까지. 아이들의 흔적을 발견할때면 그 상황이 상상이 되면서 웃음이 난다. 킥킥대는 웃음, 타다다닥 발끝으로 뛰는 소리, 애써 소리 낮춰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아이들이 빠져나가고 다시 고요한 시간이다. 손 닿는대로 집고 읽고 꽂다보니 번호는 대략적인 위치만을 나타낼 뿐, 적확함과는 한참 벗어나 있었다. 한권 두권 뽑고 꽂고 정리하다가 나는 적당히 포기한다. 1-2-3-4 가 아니라 1-4-2-6-9 일지라도 이 곳에서 의미가 있다. 하물며 원하는 책을 찾기 어렵다 해도 어떤가, 아이들은 모험과 이야기가 가득한 이 고요한 보물섬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보물을 찾고 탐험을 시작하는 재능이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