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한 6년 넘는 시간 동안 우리가 비행 관련해서 실수를 한 것은 딱 한 번 있었다. 내가 체코에서 공부하다가 행님이랑 같이 도하로 가던 비엔나 공항에서 생긴 일이다. 발렌타인데이에 서프라이즈로 비엔나에 있는 퓌그밀러 슈니첼 집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왔다. 말똥냄새 그득한 슈판텐 성당을 지나, 웬일로 스타벅스 위치를 기억한다며 커피 한 잔을 권하던 행님.
도하로 출발하는 비행기는 4시 20분 출발인데, 조금 더 늦은 시간으로 행님은 알고 있었다.
비엔나 공항 우리 회사 체크인 카운터에 도착하니 우리 눈에 보인 것은 check in closed. oh my....
게이트로 출발하시려는 지상직을 붙잡고 물어봤더니...
우리가 출발시간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온라인으로 체크인을 마친 상태였고, 내가 퇴사하던 날 카고 짐을 찾는 것을 도와주셨던 지상직 스텝이 나를 기억하고 계셨다.
혹시 체크인 가방들을 들고 게이트까지 갈 수 있겠냐고 물었다. 비엔나 공항은 게이트 바로 앞 쪽에서 보안검색을 마지막으로 하고, 생각보다 우리 비행기 게이트까지 멀지 않았다. 그래서 오케이를 했더니, 가방에 붙이는 택을 붙이고 그 가방을 들고 게이트까지 가자고 하셨다.
그래서 행님은 양손에 40키로의 가방을 들고, 나는 배낭 하나, 기내 가방 두 개 30키로를 들고 게이트까지 갔다. 그렇게 우리 둘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고장 난 좌석을 받아서 왔다.
그날의 에피소드는 어제 우리가 한 실수에 비하면 정말 애교다.
한 달에 세 번씩 네 번씩 미국비행하던 내가...
세상에 늦지 않는 약속 시간은 비행기 시간, 비행하러 가는 시간 딱 두 가지라며 자부하던 행님이.. 우리가 실수를 크게 했다.
행님이 1월 5일에 도착을 하러면, 1월 3일에 미국에서 떠나야 한다. 위의 출도착 스케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출발을 하면 시간을 번다. 반대로 미국의 타임존에서 우리나라로 오게 되면 얻었던 시간을 잃게 된다. 저 plus 2일을 우리는 까맣게 잊었다.
나는 1월 4일 저녁, 부산행 1월 5일 항공권을 보내면서 내일 아침에 보자고 메시지를 보내고 잠들었다. 애틀란타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 도착시간은 새벽 5시. 아침 6시에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 그때야 이상함을 감지했다.
앗! 행님은 아직 뉴욕에 있다!!!!!!!!
1월 5일에 도착하려면 이미 미국 땅을 떠났어야 했던 사람과, 나는 어제 잘 자라며 아무렇지 않게 문자를 보냈다. ㅋㅋㅋㅋㅋㅋ 너무 어이가 없었다.
자고 일어나서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 것을 싫어하지만, 지금은 정신을 차려야 할 타이밍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항공사에서 보내준, 오늘 보딩이라는 문자가 잠을 깨우는 데 조력을 해준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행님은 이제 뉴욕에서 애틀란타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러 가고 있을 것이고, 에어부산은 4시간 뒤에 탑승하라고 문자를 보낸다. 이런... ㅋㅋㅋㅋㅋ 20년차 조종사가... 10년차 승무원이..도합 30년 비행기 타던 사람들이 한 실수...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비행기 티켓 바꾸기. 예약당일이라, 이미 실속 항공권은 없지 당연히. 원래 금액 다 주고 예약 변경료까지 물어서 1월 6일 항공권으로 바꾸었다. 그것을 캡처해서 우리 일정 변경사항도 브리핑해 주었다.
그제서야 행님도 알아차린 눈치다.
누구의 잘못을 찾아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보다, 우리의 소중한 하루와 돈을 버려가며 얻은 값진 교훈이었다.
자만하지 말고 다른 타임존을 건널 때에는 더 조심하라는 경험으로 삼기러 했다.
아쉽게 나 홀로 호캉스를 즐기고 지금은 행님을 기다리는 공항이다.
지난달 병원에서 했던 안녕 다음으로, 건강을 회복한 모습으로 보는 만큼.
하루를 잃고 함께 보내는 시간인 만큼 즐겁게 보내다가 보내야지. 먼 길 와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