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반쯤은 재테크인이고, 반쯤은 미니멀리스트인 나로서는, 요즘처럼 속도가 빠른 시대에 적응을 하지 못 하고 휘청거리고만 있다. 주식은 부지런히 공부하고 알아야만 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데, 여유로운 시간과 일상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미니멀리스트로서는, 주식의 시세창 앞에서 어지럽기만 하다. 이 혼란을 이겨내고 적응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는 주식 앞에 여전히 멍청하고 느릴 뿐이다.
주식의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나로서는, 어렵게 주식을 공부해서 노력하는 분들의 성공을 빌어줄 수 밖에 없다. 이 어려운걸 해내시는 분들게 합당한 보상이 돌아가기를... 주식은 그 어떤 노동보다 극한 노동이다. 나한테는 그렇다.
다행히 금융맹(인게 자랑은 아니지만)인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돌봄과 살림이다. 읽고 있는 책,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에코페미니즘'에 관한 이 책을 읽고 나서 무엇에 삶의 중심을 두고 살지, 조금씩 생각을 전환할 수 있었다.
에코페미니즘은 여성주의와 생태주의를 결합한 것으로, 경쟁과 성장제일주의 패러다임을 비판하는 동시에 여성을 포함한 모든 인간에게 내재한 보살핌 행위와 경험, 자연과 타자에 대한 이해, 관계 지향성 등을 강조하면서 전 지구적 위기를 여성주의 패러다임 안에서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이론이자 실천이다.
-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중, 여성환경연대 지음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이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스콧 새비지의 <그들이 사는 마을>도 '에코페미니즘'이 인물들의 삶으로 구현된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저자들은 남성이 많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꼭 여성뿐만이 아니며, 우리 모두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많이 벌어 많이 쓰는 바깥 양반이 되기보다, 적게 벌고 적게 쓰더라도 인간적인 삶을 회복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한다.
삶을 회복하는 방편으로서, 벌이를 늘릴 고민보다 돌봄과 살림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싶다. 더 많이 벌 수 있도록 후방에서 지원해주는, 희생으로서 돌봄과 살림이 아닌, 돌봄과 살림을 유지하고 가꾸기 위한 벌이가 되려 노력해본다.
더 많은 '벌이'에 집중하기보다 돌봄과 살림에 '맞'을 붙여본다. 맞돌봄, 맞살림... 맞돌봄과 맞살림은 벌이에 대한 압박감을 상쇄한다.
맞벌이가 아니라 '맞돌봄'과 '맞살림'이 필요한 시대다. 맞돌봄과 맞살림은 여성과 남성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돌봄과 살림의 책임 및 권리가 있음을 의미한다.
... 맞살림과 맞돌봄은 임금노동중심 사회에서 돌봄 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인간 중심에서 생명 중심으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중, 여성환경연대 지음
돈을 좋아한다. 하지만 돈은 그저 100세 시대를 위한 개인적 안전망이자, 적정한 생명유지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를 바란다. 딱 먹고 살만큼의 돈 정도면 충분하다는 마음이 있기에, 이런 빠른 사회에서도 나를 지킨다. 그리고 '딱 먹고 살만큼의 돈'은 '맞살림'과 '맞돌봄'을 통해 유지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