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의 습격, '해외 입국자 10일 격리'라니
다음달부터 마스크를 벗는다. '엔데믹'인지 아닌지 알 수야 없지만, 그나마 속은 좀 시원하다. 나는 마스크를 쓰고 결혼식도 하고 신혼여행도 갔다왔다. 소위 '코시국'에 나와 Y가 가졌던 고민은 코로나19가 결혼식과 신혼여행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프로포즈를 한 지난해 2월부터 결혼식을 올린 올해 1월까지 한 11개월 동안 우린 조금은 긴장하고 있었다. 특히 신혼여행지는 언제나 고민이었다. 수많은 친구들이 어쩔 수 없이 신혼여행을 뒤로 미루거나 제주도를 갔다. 우린 운전면허는 있지만 운전을 잘 못하는 뚜벅이족인데다가, 한국은 연애 시절 꽤 많이 다녔으니 어떻게든 다른 곳에 가고 싶었다. 외국을 가고 싶다! 외국을 가야 하는데!
나는 회사에서 코로나19를 담당하는 기자였다. 기사를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전문가들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적어도 '흐름'은 읽을 수 있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에서 올해 1월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시기였다. 이재갑 교수 인터뷰에서도 '2021년 말에는 어느정도 안정화될 수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성인은 거의 다 백신을 접종하고 '일상회복' 스텝을 밟아나갈 수 있을 게 분명해보였다. 하지만...
늦가을에 북토크차 제주도를 갔다가 오름에 올라갔다. 나는 등산을 멋진 취미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좋아하진 않는다. Y와 헉헉거리며 올라갔다가 우도와 성산일출봉을 구경했다. 노을을 기대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 여긴 동쪽이었지. 대충 사진을 찍고 내려가보니까 젊은이들이 한참 올라오고 있었다. 힘들어보였다. 얼마나 남았냐고 물어서 그래도 '저기까지만 올라가면 다 왔다'고 힘을 북돋아줬다. 거의 다 내려가니까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갔는데, 그제야 올라오는 분들도 있었다. 괜히 으스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와 '이제 오늘 할 일 다했다'라는 생각으로 침대에 누워 TV를 켰다. 토요일 오후 5시 40분, 역시 볼게 없구나. 배달음식을 시키고 직업병이 도져서 막 시작하는 JTBC 뉴스를 봤다. 첫 뉴스가 <델타보다 센 '오미크론 공포' 덮쳤다>였다. 기자인 친구 H의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새로 등장한 코로나19 '우려 변이'의 이름은 '오미크론'입니다(...) 오미크론은 전파를 높이는 알파 변이와 백신 체계를 피하는 베타 변이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아, 망했구나... 사실 코로나19에는 온갖 변이가 다 나타난다. 하지만 WHO가 보고되자마자 '우려변이'로 지정했다는 건 아예 팬데믹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내 결혼식? 내 신혼여행? 다이죠부데쓰까?? 며칠 뒤, 한국에 오미크론 첫 환자가 발생했다는 발표가 있었고, 나는 갑자기 밤에 기사를 써야했다. 그런데 보도자료에 눈에 띄는 내용이 있었다. "해외입국자에 대해선 예방접종여부에 관계없이 10일간 격리를 해야 한다."
당초 Y와 내가 생각하던 여행지는 아주 소박하게도 '괌'이었다. 그런데 10일간 격리를 하게 된다면 갈 수 없었다. 에이 모르겠다... 몰라... 우리는 그때 한참 이사 준비로 바빴던 시기이므로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이사를 하고 난 뒤인 12월 중순 질병청에서 '해외입국자 10일 격리조치를 연장'한다며 발표한 보도자료를 봤다. 아래에 짤막하게 희망의 단서가 적혀 있었다. "싱가폴, 사이판 등과 기협약된 트래블 버블의 경우 국가간의 상호신뢰 등을 고려하여 격리면제를 유지하되..." 두 국가간의 격리면제 여행을 허용하는 제도인 ‘트래블버블’을 양국간에 체결한 싱가포르와 사이판은 애초에 격리면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다만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지 않아서 몰랐을 뿐.
추정하되 해외 입국 격리조치는 아마 오미크론이 한국에서 우세종이 되어서 '격리'가 의미없어질 때까지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4월에서나 풀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델타 변이때도 출입국 통제를 통해 유입을 꽤 오랜 시간 지연시켰다. 분명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고, 그에 따라 한 번 정해놓은 정책을 바꾸기 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결국 선택지는 두 개밖에 없었다. 싱가포르냐, 사이판이냐. 둘 다 가보고 싶다거나 가보려고 했던 지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코시국에 신혼여행을 외국으로 간다는 게 어디 만만한 일이겠냔 말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