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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태 Sep 08. 2016

2015년 여름, 예레반 in 아르메니아

출발, 예레반으로!


드디어 출발이다. 터질듯한 엔진음, 폭발적인 힘으로 하늘로 솟아오른다. 정말로 여행의 시작이다. 창밖엔 서해바다와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비행기 안이 시원함을 넘어 서늘하다. 


모니터로 섬을 지나는 배가 보인다. 복도 통로에 앉았다. 혼자 여행엔 가운데 쳐박혀 있음 곤란할 듯해서 바꿨다. 


이번 여행에선 터키 자동차여행에 도전할 것이다. 혼자라 힘든 점이 있겠지만 자유로운 여행도 할 수 있으리라. 혹여 안되면 몇 곳을 정해 찬찬히 들여다볼 것이다. 조지아와 아르메니아는...가서 찾아봐야지^^


2:54 현재, 비행기가 흔들려 기내식 제공이 잠시 중단되었다. 진동이 느껴진다. 기류가 강한 듯하다. 


한숨 자고 일어났다. 푹 잤다. 아마 입을 벌리고 잤을 것이다.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위 아 영"이란 영화를 이어 봤다. "위 아 영"이란 영화 꽤 재밌다. 


기내식 두번째를 먹었다. 먼저는 닭고기 요리를 먹었다. 두번째는 소고기를 곁들인 파스타를 먹었다. 


대한항공이라 기내식이 우리나라(?) 입맛에 맞게 나오는 듯하다. 보드카라도 한잔 먹으려나 했는데 와인과 맥주만 제공한다. 영화는 자막에다 우리말 더빙이 돼 보기 편하다. 비행기도 넓고 깔끔하다.


비행기 아래로는 구름과 드넓은 러시아 땅이 펼쳐진다. 지난 번 모스크바 공항에 닿기 전 하늘에서 내려다본 넓은 땅과 울창한 숲을 다시 보겠다. 아름답고 부러웠는데...^^


우리는 지금쯤 잠들었으려나. 아빠가 없어져 낯설어하진 않았으려나 모르겠다. 요즘 들어 아빠에게 덜 매달리긴 하지만...


나의 동반자이자 가장 훌륭한 안내자인 정현이 없이 처음 나선 여행이다. 그래서 계획도 엉성하고 약간 걱정도 된다. 그렇지만 여행이란 게 계획적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촉촉히 내리는 비가 땅을 어루만지듯 적시듯 그렇게 추억이, 낯선 이들과의 사랑이 쌓이리라 생각한다. 여행은 언제나 새로운 만남의 연속이지 않던가!


모스크바공항 도착. 시간이 여유로워 게이트를 한바퀴 돌았다. 58번 탑승구까지 있다.  국제공항인만큼 세계 나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중국인들이 특히 많다. 


이곳 시각 7:40, 우리나라는 새벽 1:40, 졸립다. 비행기에 빨리 타면 싶다.


첫 여행지 예레반 비행기에 탔다. 약간은 연식이 있어보이는 아에로플로트 항공이다. 승무원들은 빨간 옷을 입었는데 마네킹처럼 보인다. 


비행기에서 내내 잤다. 간식으로 나온 샌드위치를 먹을 때만 빼놓고. 옆 자리 꼬마가 눈을 마주치면 수줍게 웃는다.


공항에서 도착비자를 발급받았다. 무뚝뚝한듯 친절한 비자담당직원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시 입국심사를 기다린다. 비행기 한 대가 들어왔는지 사람들이 많아졌다. 동양인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함께 왔던 일본인 몇을 빼곤.


환전을 했는데 1달러에 474디람이다


언젠가 티비에서 봤던 모습을 직접 본다. 입국장에 아르메니아인들이 가득하다. 외국에 나가있는 가족들이 다니러오는 걸 맞이하러 나온 모습이다. 본국 인구보다 외국 거주자가 더 많은 아르메니아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공항 로비에선 가족들의 포옹이 이어진다. 왠지 정겹고 애틋하다. 새벽 세시를 넘어서니 사람들이 2/3 이상 줄었다. 사람들이 계속 줄어든다. 


끈질긴 택시기사의 구애로 결국 택시를 탔다. 캐스캐이드에서 일출을 보려는 마음에. 그런데 택시가 완전 구닥다리이다. 안타려 했더니 500드람 깍아준단다. 

케스케이드에는 어둑하지만 젊은 친구들이 보인다. 약간 서늘해 잠바를 꺼내입기 잘했다. 케스케이드 정상이 공사중이라 아쉽다. 그덕에 해돋이는 보지 못했다. 날이 밝아오니 저 멀리 아라랏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내려와 조금 걷다보니 케스케이드호스텔이 보인다. 그러나 새벽이어서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시내를 돌아보기로 하고 케스케이드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걷다보니 새벽에 지나온 길이 나온다. 저 멀리 아르메니안 학살추모공원이 보인다. 망설이다 오르기로 했다. 길을 조금 헤매다 큰길을 따라 기다보니 나온다. 어느덧 두시간을 걷고 있다.


생각만큼 사람들은 없다. 시간이 일러 추모관은 닫혀 있다. 꺼지지 않는 불꽃을 보며 잠시 묵념을 올렸다. 100만명 넘는(최대 150만명), 남녀노소 가림 없이 죽임을 당했다. 이렇게 일찍 찾아서 다행이다 생각든다. 혹여나 못가면 맘 한켠이 무거웠을 것 같아서.


다시 걸어서 시내로 향했다. 은행에 들러 환전도 했다. 아르메니아 박물관을 중심으로 광장이 형성돼 있다. 조금 더 가다보니 번듯하고 깔끔한 쇼핑거리가 나온다. 꼭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닮았다.


숙소를 가는 길에 거리 화가들이 그림들을 공원과 거리에 펼쳐놓고 있다. 거의 유화들인데 실력들이 빼어나다. 감상하며 지나는데 젊은 아르메니아 여성과 아저씨가 우리말을 주고받고 있다. 기다렸다 인사를 드리니 사업차 일주일째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함께 있는 아가씨는 우리말을 전공한 회사원이란다. 내일 연락해서 함께 구경하자며 명함을 건네신다. 우리나라 사람은 처음 만났는데, 기분이 좋다. 


호스텔에 일찍 갔는데 흔쾌히 입실을 허락한다. 거기다 배고프다니 빵과 커피까지 챙겨준다. 이리 고마울 수가...^^


서툴지만 몇마디 나누니 정이 느껴진다. 지나가며 어디서 왔는지 종종 물어보기도 한다. 바라보는 눈길에 호기심이 묻어난다. 동양인은 아직 흔치 않은 때문이라 싶다. 자유로우면서 관심을 받는다는 게 은근 괜찮다.


오후엔 박물관을 다녀와야겠다. 잠깐 나갔다 왔는데 햇살이 제법 따갑다. 역사도 배울겸 더위도 피할겸^^


박물관은 유적관과 미술관으로 나눠져 있다. 유적관을 둘러보기로 하고 1000드람을 입장료로 냈다. 영어가 많이 짧아 해설서 해석이 어렵다. 결국 포기하고 유물에 집중하기로 했다. 


기원전 6-7천년 전부터 인류가 살았으며, 유적들을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연대별 유물들이 전시돼 있는데 역사적 가치가 꽤 높아 보인다. 한편으로는 석기, 청동기, 철기시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물과 사료들이 2,3층 전시관을 채우고 있다. 가치와 의미를 해석하지 못해 아쉽고 또 아쉽다. 그러나 나라는 작지만 인류사적 가치와 유구한 역사, 민족적 뿌리를 가진 나라임을 느낄 수 일었다. 아르메니안 대학살이 너무나 가슴에 아팠지만....


실내를 빙빙 돌며 유적들만 보다보니 졸린다. 숙소에 도착하니 입구에서 체리를 비롯한 과일을 팔고 있다. 체리 한봉지를 사서 씻어먹는데, 싱싱하고 달콤하다. 먹다보니 1킬로를 다 먹었다. 후유증인가? 속이 꼬록거리고 방귀가 계속 나온다.ㅠㅠ


누워있다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저녁도 안 먹고, 초저녁에....


2일차


길었던 첫날 일정이 초저녁 취침(?)으로 아쉽게 저물었다. 그러나 푹 잤더니 컨디션은 좋다. 일어난 김에 아침 산책을 나섰다.  


예레반은 길이 반듯반듯하다. 알고보니 구 소련 시기 만들어진 계획도시란다. 남쪽의 아라랏산을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만들어졌단다. 도심은 오페라하우스를 중심으로 원형이다. 설계자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숙소에서 동쪽을 향해 걸었다. 날씨가 어제보다 화창하다. 아침은 마치 초가을 같다. 


걷다보니 순환로 가장자리에 온 듯하다. 순환로를 제외하곤 도로들이 직선이다. 곳곳엔 크고 작은 로터리가 있다. 그러나 크기는 작다. 차들도 직진을 빼고는 회전하지 않고 질러 간다. 


동네 어귀, 과일과 채소를 펼쳐놓고 팔고 있다. 가까이 가니 낯선듯 쳐다본다. 동네 주민  몇이 이것저것 담고 있다. 귀여운 꼬마도 보인다. 


큰길을 따라 걷다 어느 동네로 들어섰다. 언덕배기에 집들이 붙어 있다. 사이로 골목들이 보인다. 포도 넝쿨이 아담하게 집 입구 곳곳에 보인다. 걷다 보니 할아버지와 손주가 산책을 나왔다. 아기가 우리랑 비슷한 또래로 보인다. 앙증맞게 귀엽고 이쁘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니 흔쾌히 오케이한다. 


얼핏 흰눈에 덮힌 아라랏산이 보인다. 물어보니 큰 봉우리가 아라랏산이고,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는 작은 아라랏산이라고 한다. 날씨가 맑아 또렷히 보인다. 


걸음을 돌려 골목을 따라 가다보니 큰길이 나온다. 순환로를 따라 걷다 보니 아라랏산이 잘 보이는 길이 나온다. 그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제 왔던 시장이 보인다.  


시장을 질러 숙소로 향했다.  배가 고파 안되겠다. 조선생님께도 연락을 했는데 답을 확인해야 하고. 


숙소에서는 씻고 밥 먹느라 부산하다. 기다렸다 모두들 나가고 밥을 먹었다. 러시아 커플이 뒤이어 식당에 들어온다. 배가 고파 빵을 조금 더 달라고 해서 먹었다. 


여행일정을 짜느라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직원이 다가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그런데 내가 영어를 당연히 잘 알아들을 거라 생각했는지 자세히 설명을 한다. 대략난감이다. 친절함이 고마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거리로 나섰다. 한낮은 덥다. 직원이 말한 버스 타는 곳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알 턱이 없다. 젊은 친구에게 물어보니 영어를 잘 못한다. 인터넷은 안되고, 몇 번 버스를 타야하는지 모르겠고, 덥고, 그냥 거리를 걸었다. 


원형극장에서 사선으로 뻗은 대로를 걸었다. 바르셀로나의 람브라스 거리와 닮았다. 아르메니아 대부분 건물은 가볍고 갈색의 큰 벽돌로 대부분 지어져있다. 아르메니아 전통 벽돌인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단다. 길을 쭉 따라가다보면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들이 이어진다. 길이 끝나는 곳에 전통시장이 광장과, 광장을 둘러싼 박물관과 정부 기관 건물들이 있다. 적당한 높이라 위압적이지 않고, 온화한 색이라 눈이 편하다. 




전통시장을 구경했다. 옷감에서부터 수저와 그릇, 기독교 용품과 예술작품까지 말 그대로 온갖 게 다 있었다.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정한 나라여서인지 기독교 관련 물품을 판매하는 좌판이 많다. 작은 열쇠 크기에서부터 책 크기의 예수형상이 그려진 기념품들이 꽤 많다. 화가들이 그림을 팔고 있는데 눈길이 끄는 그림들이 제법 있다. 곳곳에 화가들이 많은 걸 보니 예술적 자질이 뛰어난 민족인가 싶다. 시장 어귀에 책을 파는 곳이 있는데, 오래된 책들이 그득하다. 눈길이 가는 책이 있어 가격을 보니 제법 비싼 가격이다. 아쉽지만 포기했다. 시장을 둘러보는동안 상인들이 손님을 잡아 끄는 걸 별로 못봤다. 대부분 얌전히 앉아서 바라보고 있거나, 옆에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걸어서 숙소로 향했다. 번화가를 따라 다시 되돌아왔다. 오는 길에 관광사에 들러 투어를 예약했다. 가장 멋진 곳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가장 긴 케이블카 코스를 추천한다. 가고싶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 렌트카를 물어보니 저렴하다. 그런데 지리에 자신이 없어 주저하다 예약하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쉬운 대목이다. 

숙소 근처에서 택시 기사에게 코르비랍을 얼마에 갈 수 있는지 물었다. 영어에 서툴러 손가락으로 표시한다. 역시 비싸 생각하다 포기했다. 그걸 보고는 아쉬웠는지 요금을 깎아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결정한 뒤라 괜찮다고 하고 돌아섰다. 그런데 선한 눈매가 자꾸 밟힌다. 여행인데 추억으로 택시를 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여러 번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 들어와 에어컨 바람에 잠시 쉬며 인터넷 검색을 열심히 했다. 가족들에게 소식도 전했다. 시차가 커 때를 놓치면 연락을 하기가 어렵다. 어제 공항에서 유심을 샀는데 이미 용량이 다됐다. 대로에 있는 애플센터가 보이는데 그곳에 가서 유심을 갈아 끼워야겠다. 

쉬었다 해거름녘에 다시 번화가로 나섰다. 젊은이들로 거리가 번잡하다.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늘씬한 여성들이 세련된 옷차림으로 거리를 누빈다. 여성들의 미모가 대단하다. 

애플샵으로 가서 유심칩을 갈았다. 내가 번호표를 뽑으려고 하니 경비가 와서 물어본다. 유심을 갈려 왔다고 했더니 자기가 집게를 꺼내 갈아준다. 무심한듯 하지만 친절하다. 간단한 걸 해결 못해 끙끙대고 있었는데 고맙다. 

어디나 그렇듯 길거리 악사들이 보인다. 행위예술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늘씬한 몸매의 여성 두명이 발레 동작인지 요가 동작인지를 하는 걸 사람들이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다. 잠시 보는데 참 유연하다. 

조금 더 가다보니 남자가 혼자서 기타 연주를 하고 있다. 역시나 잠깐 구경을 하고 걸었다. 길이 끝나갈 즈음 나이든 분들이 악기를 두드리며 흥겹게 춤판을 벌리고 있다. 지긋한 연세의 어른들이 속칭 버스킹을 하는 모양새다. 아코디언과 북, 나팔로 이뤄진 악사들이 연주를 하고, 어르신 한 분이 흥겹게 춤을 춘다. 아마도 아르메니아 전통 음악과 춤인듯 하다. 빙 둘러서 구경을 하더니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남녀노소가 없다. 복잡하지 않은, 약간을 절제된 듯한 동작을 반복하듯 춘다. 아빠와 함께 온 소녀가 앙증맞게 춤을 춘다. 사람들이 이쁘다며 웃고 손뼉을 치는데,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난다. 길거리 공연 중에 제일 재미있다. 

광장 근처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밤에 분수쇼가 열려서인가. 길에는 사람도 많고 차도 많다. 꽤 값나가는 고급차들도 곧잘 보인다. 어느 나라이든 수도에는 부자들이 가장 많을 터이다. 

골목길이 궁금해서 돌아다녔다. 화려한 대로변과 달리 어둡고 낡은 건물들이 꽤 많다. 사회주의의 흔적인가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낮에도 돌아다니고 싶지만 더워서 힘들다. 밤은 대신 어둡다. 약간 걱정은 됐지만 뭔 일은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렇게 밤거리를 헤매다 숙소로 돌아왔다. 변변히 먹은 게 없어 배가 고프다. 아침에 호스텔에서 먹은 게 거의 온전한 밥이었다. 슈퍼에 들러 맥주와 먹을 걸 샀다. 직원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재밌어 사진을 찍으려니 자세를 취해준다. 역시나 차이나? 재팬?순으로 물어본다. 한국에서 왔다니 그런가보다는 표정이다. 

씻고 누웠다. 맥주를 들이키니 시원하다. 역시나 우리나라 맥주는 맛이 없다라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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