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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브장 Jul 31. 2023

#7. 반짝반짝 빛나는, 뮤지컬 <비밀의 화원>

반짝여서 웃고, 반짝여서 울다

*뮤지컬, 연극, 공연에 대한 깊은 지식이나 이해가 담겨있는 글이 아닌 그저 취미생활의 기록입니다.


극 속의 극 <비밀의 화원>


지난번에 원작이 있는 뮤지컬 <유진과 유진>을 이야기했었는데요. 이번에는 원작이 있는 또 다른 뮤지컬 <비밀의 화원>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비밀의 화원>은 프랜시스 호지스 버넷의 소설 <비밀의 화원>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밀의 화원>은 원작을 구현해 내는 방식에서 <유진과 유진>과는 아주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유진과 유진>은 원작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그대로 나오고 소설과 같은 구조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비밀의 화원>은 실제로 소설 속의 인물들이 출연하지 않습니다. 보육원에 있는 네 명의 아이들이 '비밀의 화원'(극 중에 책 제목이 나오지 않지만 내용이 비밀의 화원 원작 소설입니다)이라는 책을 그들만의 놀이인 비밀 연극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극 중의 극, 액자식 구성이라고 할까요. 에이미, 찰리, 데보라, 디콘이라는 네 명의 인물들을 통해서 원작 소설을 간접적인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배우들이 크게는 두 개의 역할을 소화하게 됩니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네 명의 주인공은 보육원에서의 마지막 오픈데이(후원자들이 와서 아이들을 보고 입양이나 후원을 결정하는 행사인 듯합니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오픈데이를 놓치면 그들은 각자 알아서 살길을 찾아 보육원을 떠나야 합니다. 오픈데이를 준비하며 놀이방 청소를 하다가 어릴 때 비밀연극을 했던 책을 발견하고, 에이미는 마지막 비밀연극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찰리는 함께 하기를 거부합니다. 그래도 그들의 비밀 연극은 시작됩니다.


비밀의 화원에는 아이들이 자란다


비밀  연극은 소설의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인도에 살던 메리는 부모가 죽고, 영국에 있는 고모부의 집인 미셸스웨이트  저택으로 오게 됩니다. 인도에서 하고 싶은 대로 살았던 메리는 자기밖에 모르고 남들에게는 관심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 수도 없고, 그렇게 살지 않게 해주는 마사가 곁에 있습니다. 


마사는 어린아이는 나가서 뛰어놀아야 한다며 메리에게 정원을 돌아다니게 합니다. 그러다가 10년 간 닫혀있던 '비밀의 화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극에서 울새와 메리가 만나고 울새와 함께 하며 조금씩 변해가는 메리의 모습은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어디에도 마음을 열지 않던 아이가 변해가는 모습을 울새와의 대화를 통해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후에 마사의 동생 디콘을 만나서 더욱 건강한 아이로 변해가죠.


하지만 다시 비밀 연극 밖으로 나와서 찰리는 계속해서 함께 하기를 거부하죠. 그리고 마지막 오픈데이도 망치고 맙니다. 찰리는 마음과 달리 친구들에게 화를 내고 혼자 뛰쳐나갑니다. 하지만 메리가 찰리를 찾아와 비밀 연극을 처음 시작했던 때를 이야기하고 찰리는 마지막 비밀 연극을 함께 하기로 합니다.

무대가 아주 아기자기하게 예쁩니다 (관객과의 대화 포토타임)


찰리는 콜린을 연기하는데요. 콜린은 침대에만 누워서 자신이 죽을 거라는 생각만을 하고 지냅니다. 너무 오래 누워만 있어서 다리에 힘이 없어 제대로 걷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메리를 만나서 비밀의 화원을 알게 되고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비밀의 화원으로 나가서 일어서서 걷기에도 도전하죠.


여기서 찰리도 콜린처럼 스스로 일어납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다시 한번 꿈을 향해 나아갈 힘을 찾는 것인데요.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외치는 장면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이처럼 <비밀의 화원>은 비밀 연극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반짝반짝 빛나서


이 극은 한 마디로 하자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비밀 연극 속에서 보여주는 모습들, 그리고 현실의 보육원에서 보여주는 모습들. 모두가 너무나도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들입니다. 그래서 미소를 멈출 수 없을 만큼 좋은 힐링극입니다. 그런데 너무너무 반짝반짝해서 아이들의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모습에 눈물이 쏟아져 나옵니다. 일상에 지친 어느 날 이 극을 본다면 정말 펑펑 울고 나오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


스토리도 반짝반짝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건 무대와 음악입니다. 무대는 특별하게 장치가 많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평범함 뒤에는 화원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러다가 화원의 문이 열리는 순간 눈부시고 아름다운 무대를 목격할 수 있는데요. 그 순간 정말 놀라운 건 '꽃향기'가 함께 퍼져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4D!!) 그래서 이 공연을 보고 나면 연기, 무대, 노래뿐만 아니라, 향까지 마음속에 남습니다.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천재적인 연출이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는데요. 향이 함께 나오면서 관객들도 실제 비밀의 화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향마저도 아름다운 공연이라는 이보다 완벽할 수 있을까요. (공연이 끝나는 주쯤에 디퓨저를 팔았었는데 선착순이라 사지 못했던 기억이...)


음악들도 너무나 따뜻합니다. 무대 한편에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기타를 든 4인조 밴드가 라이브로 연주하고 있는데요. 넘버들은 가사 없이 들어도 무척이나 따뜻한 느낌인데 가사가 더해지면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혼자서는 법', '책을 펼쳐', '상상', '울새와의 하루' 같은 넘버들을 듣고 있으면 삶에 찌든 때가 씻겨져 가는 기분이 듭니다. 세상에 이런 힐링극이 또 어디 있을까요.


이 공연은 정동극장에서 했었는데요.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만족도 조사 같은 걸 했는데 얼른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열심히 적었습니다. 내년에는 (할 거라는 확신..) 봄처럼 활짝 피어나는 봄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공연, 뮤지컬 <비밀의 화원>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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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공연을 보기 전에 스트레스가 심하고 기분도 안 좋았는데 이미 예약을 해놓은 거니까 봐야지 하고 기대 없이 보다가 할 수 있어 소리를 듣고 오열할 뻔했다는 TMI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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