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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15. 2022

당신 얼굴의 옆면

아내는 항상 나를 볼 때마다 코털이 삐져나왔다고 지적한다. 타인이 보기 전에 미리 말해주는 좋은 지적이지만, 난 항상 억울하다. 거의 대부분이 화장실에서 코털 정리를 하고 난 직후에 듣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아 아까 분명 거울 봤는데'


다시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보면 그 어디에도 삐져나온 코털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있는지 모를 코털을 향해 여러 방향으로 가위질을 한다. 코털 여러 개가 세면대로 떨어진다.


어느 날, 우연히 내가 찍힌 사진을 봤다. 내 옆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코 평수가 확장되며 건치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사진도 아니었는데 콧구멍 옆에 뭔가 보인다. 코털이었다. 이상했다. 그날도 정리를 하고 출근했기 때문이었다.


순간 아내의 지적이 떠올랐다. 아내와 나는 다른 방향에서 나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내가 볼 수 없는 내 옆면의 얼굴을 아내는 항상 보고 있던 것이다. 내 얼굴은 앞면이기도 하고 옆면이기도 하다. 어떤 면이든 그건 모두 내 모습이다. 내 옆면을 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보암직하게 꾸며 놓은 앞면이 옆에선 삐져나온 코털 같을 수 있다. 분명 거울을 보며 완벽히 정리했다고 옆을 보는 사람의 얘기를 애써 외면한다면 코털은 계속 자랄 것이다. 옆에 사람을 많이 두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더 신경 써야 하는 건 그 사람들이 내 코털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지다.


코털을 지적할 수 있는 사람들을 옆에 두자. 편하게 코털을 지적당할 수 있는 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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