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쭈꾸미 Apr 28. 2024

반셀프 인테리어 리뷰 9

조명은 생각해야 할 거리가 많다. 빛이 색깔과 어떤 식으로 빛이 뿌려지는지, 전구는 어떤 모양인지, 갓은 어떻게 생겼는지, 스탠드인지, 탁상인지, 벽부착용인지 생각하다 보면 머리를 싸매기 일쑤이다. 디자인도 굉장히 다양하다. 유튜브를 통해 여러 브랜드들을 보고, 회사나 카페 가면 어떤 조명을 쓰는지 눈여겨보다 보면 유명한 브랜드, 인기 있는 제품 명을 줄줄이 외우게 된다. 한 번은 친구네 집에 갔다가 집을 어둡게 하고 은은한 스텐딩 조명을 쓴 방을 보았는데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리 밝게 살 필요가 없구나를 그때 깨달았는데, 찾아보니 밤에 밝은 빛이 오히려 피로감을 줄수도 있다는 말에, 스마트 버튼을 설치해서 잠에 들기 전인 11시가 되면 조도가 낮아졌으면 했다. 처음엔 밝기 조절이 되는 디머라는 기능을 갖춘 조명을 찾아봤는데, 디머를 사용하면 가격도 비싸거니와 버튼을 아날로그 식으로 돌릴 수 있으면서 자동으로 조절이 되는 스마트 버튼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방등은 그냥 주백색 네모난 등으로 하고, 방과 베란다사이에 커튼을 두지 않고, 베란다에 은은한 펜던트 등을 두자.

마침 회사에서 중고로 괜찮은 펜던트 조명이 나왔다. 국내 조명 브랜드 중에서 굉장히 고가의 브랜드라 정가에는 살 엄두가 안 났는데 웬 걸. 얼른 연락했다. 하지만 나보다 먼저 연락한 사람이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나는 한 달 휴가를 써서 언제든 시간이 되고, 판매자 분이 파는 조명 2개인데, 2개다 한 번에 사고 싶다고 했더니, 며칠 뒤 먼저 연락한 사람이 연락이 자꾸 늦어서 안 되겠다며 나에게 팔겠다고 했다. 정가의 반도 안 되는 금액에 예쁜 조명을 얻게 되어 좋았다.  한번 성공하니 우쭐해진 마음이 그냥 좋았다. 2-3만 원밖에 안 하는 현관등도 당근으로 택배거래를 하고, 우리 집 근처가 아니더라도 맘에 드는 거실 스탠드 조명가 떠서 연락하고, 당근으로 구해서 택시 타고 집에 왔다.

정가만큼 깨끗하고 흠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디자인 조명이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저가의 카피 제품도 자주 보았지만, 잔고장이 많을 수 있고, 누군가 카피인걸 알아챌까 봐 부끄러워지는 상황이 싫었다. 덕분에 며칠은 중고 사이트 스크롤 중독자가 되었다.

조명 다음은 플랜테리어다. 남편이 기왕 집 꾸미는 거 각 잡고 식물을 키워보고 싶단다. 당근에서 내 키만 한 구아바 나무를 찾아서는 가지러 가자고 했다. 집에서 나무를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은 되지만 꽤나 집에 두면 예쁠 거 같아서 흔쾌히 좋다고 했다. 나무 하나면 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물뿌리개도 필요하고, 분갈이 흙도 필요하고, 흙 양이 많아서 다른 식물들도 사게 되고, 이것저것 다양한 식물들을 사고 보니 통일감 있게 이태리 토분을 사고 싶다고 한다. 중간에 행잉식물을 사서 벽에 막 걸어두고 싶고 벽에 걸어두려면 예쁜 플라스틱 화분을 사고 싶다고 했는데 그건 지금 식물들을 잘 키우고 나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집이 푸릇푸릇 한 분위기가 나서 좋긴 한데, 남편의 소비가 끊이지 않고 점점 커지고 있어서 조금은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덕분에 남편이 환기도 자주 하고, 가습기도 물도 자주 채워줘서 좋다.


작가의 이전글 반셀프 인테리어 리뷰 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