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장애 대응을 했다. 내가 작업한 부분에 문제가 있었는데 미처 발견하지 못해 다른 사람들까지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컸다. 새벽에 어떤 팀원은 채팅방에 ‘개 같은 스펙’이라며 화가 난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기도 했고, 어떤 팀원은 멘션을 걸어도 주말이라 그런지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문제가 되어 보이는 부분을 일단 롤백하고, 주중엔 원인을 파악하고 수정하기로 했다.
주중엔 수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정한 문장이 트리거가 되어서 문제가 되는 식이었는데, 정확한 재현이 안되다 보니 다음 주부터 qa 하기로 했는데 마음이 초조했다. 할 일이 쏟아지고 있고, 원래 이번주에 하려던 일은 하나도 못했는데, 장애대응도 제대로 파악을 못했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금요일 오후 다른 일로 신입이 코드리뷰를 해달라고 했는데, 혹시 새로운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커져 나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했다. 여러 방면으로 정상동작하는지 확인하고, 코드상에 문제가 될만한 건 없는지 집착하다시피 보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고, 자잘한 부분에 코멘트가 많아졌다. 코멘트를 여기저기 달고 보니 퇴근하기 30분 전이었고 뭔가 얘기로 풀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잠깐 대화하자고 채팅으로 연락했는데, 그냥 내가 쓴 코멘트 대로 수정하겠다는 말을 듣고 뭔가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주말에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라는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불안한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좀 더 완벽하게 작업했더라면이라는 마음이 죄책감을 만들었고, 죄책감은 불안한 마음을 증폭시켜 작은 일에도 온 힘을 쏟다 보니 숲을 보지 못하고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주어진 시간 동안 열심히 노력했고, 내가 한 노력의 가치를 스스로 나를 지지해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거 같다. 내일은 좀 더 편한 마음으로 팀원에게 대화를 요청해 보고, 팀원의 마음도 살펴보며 같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보려 한다. 잘 안 되는 일은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은 조금 내려놓고 다른 팀원에게 의지해서 해결하자. 너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