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하고 이제 슬슬 한 달이 되어 간다.
다음 주면 아이들 적응기간도 끝나서 5교시 수업을 하게 된다.
비록 우리 아이들은 시간표 기준으로 벌써 6교시까지 수업을 듣고 오지만,,(방과 후 수업 때문에)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오랜만에 육아선배님들을 존경하게 되는 마음이 생겼다.
(오래전 아이들이 처음 태어났을 때 '다들 이걸 어떻게 하나'라는 마음으로 존경했었지...)
어린이집을 다닐 땐 6시 신데렐라였는데,
요즘은 12시 50분 신데렐라야!!"
우리 아이들 학교 기준으로 초등학교 1, 2학년 월요일과 금요일에 12시 50분에 정규수업이 끝난다.
화, 수, 목요일은 거기서 40분 수업을 더하는 꼴이니,, 오후 1시 30분이면 하교하는 것이다.
이 시간 이후 각자의 사정에 따라 보육 또는 교육 시간을 아이들이 보내게 된다.
몇 가지 경우의 수를 보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직장인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는 걸 머릿속에 깔아놓고 보자.)
1. 방과 후 수업
: 가장 당황했던 일이 방과 후 수업이다. 다른 학교의 사정은 알기 어려우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기준으로 보면 1일 1개 수업 이상 들을 수 없다. 지금 다니는 학교의 장점 중 하나가 방과 후 수업이 많다는 것이라고 들었던 내게 충격적이었다. 수업이 많으면 그 다양한 수업을 매일 여러 개 들을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방과 후 수업으로 아이들의 돌봄과 교육의 시간을 메울 수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들을 수 있는 것들을 시간표로 짜보니, 1일 1개 수업만 가능했다. 즉, 하교시간이 1시간 정도만 연장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오후 2시부터 새로운 돌봄 또는 교육에 아이가 맡겨져야 한다.
그마저도 방과 후 신청 경쟁을 무사히 통과했을 경우이다. 주 5일 수업을 들으려면 5개의 다양한 수업을 아이와 의논해서 짜야하고, 그 수업이 모두 경쟁을 통과할 가능성이 낮으니,,,,
방과 후 이후 돌봄 또 교육의 퍼즐은 방과 후가 결정 난 후 짜야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입학 후 2주 정도 후.
우리 아이들은 5개 수업 정하는 것이 너무 귀찮고, 그냥 노래나 부르고 놀고 오길 바라는 어미의 마음으로 주 5일짜리 원어민 영어수업에 넣었고 다행히 경쟁을 통과하였다. 아주 진짜 무지무지 다행스럽게 아이 둘 다.
2. 돌봄 교실
: 지금 다니는 학교의 돌봄 교실의 선생님에 대해 들었던 바가 있어서 사실 돌봄 교실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은 크지 않았다. 만약을 위해서 신청해놔야 하는 생각만 했을 뿐.
그런데 나의 사정으로 돌봄 교실을 신청하는 기간에 딱 우리 집이 맞벌이가 아니어서 돌봄 교실에 되지 않았다.
흠,,,, 돌봄 선생님과 통화를 했는데, 너무 경쟁률이 쎄서 다 되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즉, 돌봄 교실은 맞벌이가 아니면 신청조차 어렵고 아이가 많은 지역은 그 조차도 쉽지 않다. 우리 사무실에도 초2 아이가 있는 직원은 신도시에 사는데, 2학년 되면서 돌봄이 떨어졌다고 했다.
되고 안되고 보다 돌봄 교실 안의 현실과 돌봄 교실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돌봄 교사 자질에 대한 얘기가 많다. 그냥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서 알아서 자기 할 일(공부나 책 읽기)하는 경우가 많고 상호작용이 그다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돌봄 교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면 그 시간에 차라리 학원을 보내라는 권유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처음 학교 입학하고 돌봄 교실에 다니다가 선생님 무섭다면서 다니는 걸 거부하는 사례도 종종 본다.
그리고 교사의 자질 보다 더 큰 문제는 시스템이다. 돌봄 교실에 있다가 중간에 학원 등을 가게 되면, 학원 마치고 다시 돌봄 교실로 돌아올 수 없다. 맞벌이 가구 대상인 돌봄 교실인데, 아이가 2, 3시쯤 학원을 가면 그 뒤도 학원이나 다른 돌봄으로 부모 퇴근 시간까지 때워야 한다. 돌봄 교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이들이 어쩔 수 없는 학원 뺑뺑이에 놓이는 것 같다.
3. 학원
: 뭐, 학원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잘 알 것 같다. 아이들 하교를 하러 학교 정문 앞에 가면 태권도 학원, 미술학원 등의 차량과 선생님들이 깃발을 들고 서 있다.
학원이 학원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예전에 누군가 그랬다. 태권도학원을 보내는 것은 태권도 배우라고 보내는 게 아니라, 매일 아이를 돌봐주는 교실이라고,,
학원 마케팅할 때 죽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던 학원비가 이제는 저절로 계산이 된다.
(2023년 사교육의 현실 : https://naver.me/FSO1BXnQ )
4. 돌봄 센터
: 우리 아이들은 성북구에서 운영하는 키움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매일 방과 후가 끝날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키움센터에 인계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저녁 6시까지 보낸다. 사실 아이들이 학교를 가면서부터 수업, 책상 등등의 생활 변화가 힘들 것 같아서 5시쯤 데리러 갔더니,,, 왜 일찍 왔냐며 1시간을 울고 불고 화내는 아이 덕분에 6시에 데리러 간다. 키움센터는 지역별로 편차가 있는 시스템이고 이름도 지역별로 다른 것 같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구에 공간을 내줘서 아파트 주민 아이를 우선순위로 뽑는다고 했다.
그래서 쉽게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 큰 오산이었다.
키움센터를 신청하는 2월 1일 0시 신청페이지는 서버가 다운되어서 새벽 2시까지 신청을 하려고 잠 못 자고 기다렸다. 겨울방학까지 우리가 이용하려는 키움센터는 정원이 차 있었고, 새 학기 등록에 그 아이들이 우선이었다. 즉, 빈자리가 없으면 아무리 우선순위여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소리였고, 같은 조건이면 선착순으로 신청해야 했다. 그래서 새벽 2시까지 신청하려고 애쓰다가 말았다. 그리고 새벽 5시에 잠이 깨서 그때 겨우 신청했다.
키움센터는 비록 무료는 아니지만, 학교에서 운영하는 돌봄 교실의 단점을 커버하는 시스템인 거 같다. 아이들이 학원 갔다가 키움센터로 돌아오기도 하고, 부모가 픽업이 되지 않으면 키움 선생님이 하굣길 픽업도 해주신다. 그리고 아이들 수에 비해 선생님도 넉넉하고 매일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같고 있는 돌봄의 대안으로 만족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도 많다.
현재는 방과 후 수업과 키움센터를 메인에 두고 아이들 돌봄을 해결하고 있다.
언제까지일까? 점점 커가는 아이들은 언제쯤 이 시스템을 지겨워할까 걱정이다.
그리고 학원과 방과 후 수업을 제외하고 돌봄은 맞벌이에게만 집중되어 있다.
경제 활동을 하는 가구만 초등 돌봄이 필요한 것 인가.
어린이집도 종일반 때 맞벌이와 맞벌이 아닌 집에 대한 차등을 둔 것이 문제였어서 이제 없어진 것으로 아는데, 왜 초등 돌봄은 아직도 그 차등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가장 제일 중요한거!!
방과 후 수업이 3월 입학 후에 신청, 결정이기 때문에 하교후 돌봄 시스템 확정은 3월 입학하고 2~3주 정도 지나야 결정할 수 있다. 제발 학교 보낼 준비를 할 때, 그때 하교 후 돌봄시스템을 결정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야 맞벌이 가구가 빈틈없이 아이 돌봄을 유지할 수 있고, 아이에게도 미리 바뀌는 돌봄에 대해서 얘기해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