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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y Apr 26. 2017

브뤼셀, 여행에 힘이 되는 도시

유럽 여행객이 거치는 곳

그랑플라스 브뤼셀 시청사

서유럽을 여행하는 많은 사람들이 브뤼셀을 들른다. '들른다'라는 말은 '여행한다'는 말보다 소극적인 표현인데, 벨기에는 꼭 여행하려고 맘 먹고 오는 나라이기보다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이라는 메이저 여행지에 둘러 있기 때문에 '지나가는 길에 안 가기는 좀 그런'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초콜릿, 맥주, 오줌싸개 동상 등 몇몇 단어로 들어본 나라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에는 좀 아쉽다.


브뤼셀은 주변 나라의 수도들에 비하면 굉장히 작다.  특히 관광지가 몰린 시가지가 어느 관광 도시의 시가지와 비교해도 정말 작은 편이다. 덕분에 여행객들이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여행하기보다는 편안히 걸으며 둘러보기 좋은 관광지이다. 정말 여러모로 '들르기 좋은' 여행지다.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 브뤼셀을 꼭 여행하라고 추천하지 않는다. 누가 나에게 유럽 여행을 하는데 브뤼셀 어떻냐고 물어보면 나는 일단 '시간이 많냐'라고 물어본다. 시간이 있다면 나는 브뤼셀을 강력히 추천한다. 보통 이 주변에서 많이 여행하는 파리, 암스테르담, 런던에 비하면 작고 랜드마크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여행 중 편안함을 느끼며 작은 것에서 감동을 찾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건 꼭 봐야 돼'하며 에펠탑이나 빅벤으로 달려가서 많은 사람들 틈에서 사진을 찍으며 느끼는 피로감을 브뤼셀에서는 잠시 내려둘 수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 쉬어가라는 의미로 브뤼셀에 '여행하라고' 추천하지 않고 '들르라'라고 추천한다. 파리나 런던을 갈 때처럼 머릿속에 무엇을 상상하고 오면 실망하고 돌아가기 딱 좋은 곳이다.


구글 지도에서 캡쳐한 브뤼셀. 별표 표시된 곳이 중심지의 관광지다. 박물관이나 성당, 궁전 등 건물 내부에 들어가보지 않는다면 별표된 관광지를 둘러보는데 반나절이면 충분할 정도.

2개월이 좀 넘는 시간 동안 이곳에 살면서 정이 든 건지. 그래도 나는 브뤼셀이 아름답다. 어느 광장에 뒤지지 않는 그랑플라스가 아름답다. 시가지의 낮고 색깔 있는 건물들이,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흰 구름과 파란 하늘이 힐끗힐끗 보이는 브뤼셀이 아름답다. 규모는 작지만 세련되고 귀여운 맛이 있는 궁전과 Royal square에 애착이 간다.  서유럽 어느 나라의 수도보다 한적하고 잔잔한 거리가 많은 브뤼셀이 좋다. 추천해서 기대감을 심어주었다간 안 좋은 소리 듣기 딱이지만, 그럼에도 브뤼셀이 그만의 매력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소개하고 싶다.




벨기에 궁전

브뤼셀에서 한 달 정도 살다가 첫 여행으로 파리를 다녀왔다. 벌써 두 달 전 이야기다. 파리를 갔을 때 좀 크고 화려한 브뤼셀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브뤼셀에 돌아왔을 때는 조금 많이 허전한 파리를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벨기에 궁전은 다른 나라 궁전들과 비교하면 굉장히 작다. 압도감을 주지도 않고 주변에 사람들이 우글대지도 않는다. 가끔은 정말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벨기에 궁전은 정갈하고 옹골찬 면이 있다.

학교 가는 길에 매일 보는 성당. 이름은 너무 길고 어려워서 외우기를 포기했다.

월화수 매일 아침 10시 30분에 첫 수업이 시작된다. 나는 매일 9시나 9시 30분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는데, 언제 일어나든 항상 수업에 7분 정도 늦는다. 9시에 일어난 날에는 일찍 일어났으니 아침 먹고 가야지~하다가 늦고 9시 30분에 일어난 날에는 아.. 오늘 가지 말까 조금 생각하며 씻다가 늦는다.

 

학교에 도착하기 3분 전쯤에 이 성당을 지난다. 가끔 타이밍이 맞으면 학교 가는 길에 성당 종소리를 듣는다. 멜로디를 들을 때마다 유심히 듣고 다음에 기억하리라 생각하는데 항상 몇 분 뒤면 멜로디를 까먹는다. 성당 종소리를 들을 때쯤이면 수업이 시작할 쯤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마치 늦었으니 빨리 학교에 가라는 종소리로 들린다.



등교길 성당 정면


예술의 언덕

예술의 언덕이라 불리는 이곳은 Royal square와 그랑플라스 사이에 있다.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벨기에에서 가장 예쁜 곳이다. 정원 주변엔 왕실의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깔끔하게 가꾼 정원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예술의 언덕 정원

저 앞에 보이는 첨탑이 그랑플라스 시청사의 탑이다. 벨기에 시가지에서 여행할 만한 곳들의 건물들은 다 낮아서 어디서든 그랑플라스 탑이 보인다.

그랑플라스, 시청사. 13세기에 지어졌다.
그랑플라스 시청사 맞은편

그랑플라스는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지는 브뤼셀의 광장이다. 시청사와 박물관, 길드하우스 등으로 둘러싸인 이 광장은 브뤼셀에서 추천하고 욕먹지 않으리라 자신할 수 있는 곳이다. 황금빛 장식들이 붙은 건물들이 너무나 아름답고 고딕 양식의 건물에 정교한 조각상들이 함께 있어 건물들은 웅장함 뿐만 아니라 섬세함도 갖추고 있다. 낮에 이곳은 관광객과 현지인, 학생들이 뿜어내는 활력으로 가득하다. 1998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세인트 휴버트 갤러리

이곳은 세계 최초의 쇼핑 갤러리다. 내부가 화려하고 상점들이 아기자기하지만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다. 초콜릿 가게가 참 많고 예쁘다. 갤러리 안 모든 공간을 신중히 구성한 느낌을 받는 곳이다. 특히 천장이 가장 아름다운데, 낮에는 파란 하늘이 보여 그림같이 아름답다. 밤에는 상점에서 나온 불빛이 천장에 반사되어 별처럼 반짝인다.

하늘이 천장 그림같다


Royal square

벨기에 왕실 건물들과 박물관, 미술관이 밀집한 광장이다. 아쉽게도 이곳은 차도여서 사람들이 모여서 즐기는 공간은 아니다. 궁전처럼 이곳도 왕실 건물이 위치한 공간이라기엔 위압감이 부족하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낸다. 이곳에 벨기에의 대표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미술관이 있다. 벨기에에서 전시회나 미술관을 가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한 학기동안 같은 방을 쓴 룸메이트와

개인적으로 사진 찍기에도 좋은 공간이라 생각한다. 왕실 건물과 동상이 배경을 예쁘게 해준다. 


벨기에 개선문


브뤼셀에서 셍껑뜨네흐 공원에 몇번 가곤 했다. 사진은 그곳에 있는 개선문이다. 개선문 뒤로 박물관이 있다. 공원이 평화롭고 예뻐서 여유롭다면 이곳을 들르는 것도 좋다. 관광용 중심지와는 멀어서 벨기에 사람들이 공원에서 휴식하는 걸 수 있다.

노을 빛 받은 Royal square
Law courts of Brussels

Law courts of Brussels은 브뤼셀에서 가장 웅장하다고 느낀 건물이다. 그랑플라스 시청사보다 훨씬 크고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느낌을 준다. 다만 수십 년째 외관을 공사 중이라 철근이 외관을 많이 가린다.

해지는 브뤼셀

브뤼셀에서 노을을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 바로 Law courts of Brussels다. 이곳 옆에 작은 광장이 있는데 서쪽을 향하고 있고 이곳이 지대가 높아서 앞을 가로막는 것이 전혀 없다. 오밀조밀 귀엽게 모인 벨기에 시가지의 건물들이 노을빛을 받아 더 예쁘게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기에 안성맞춤이다. 현지인들도 이곳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황금빛 노을을 보면서 여행의 감성에 젖기에 이곳만큼 좋은 곳이 없다.








전망이 탁 트여서 건물 지붕 위로 해가 앉는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다.



내가 지내는 곳 바로 앞. 가로등과 하늘색이 라라랜드를 떠올리게 했다.



그랑플라스의 야경은 단연 최고다

그랑플라스의 밤은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낮에는 높은 건물에 화려하게 장식된 조각과 첨탑들에 시선을 빼앗기고 광장을 채우는 사람들에게 활력을 느낀다면, 밤에는 조명 빛을 받은 건물들이 그 자체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화려하다. 그랑플라스 야경에서 무엇보다 빛나는 것으 황금빛이다. 온 광장이 황금빛 건물들로 둘러싸인 모습을 실제로 보면 말을 잇기 어렵다. 건물 군데군데 장식된 황금이 밤에는 더 화려 해지는 느낌이다. 사진은 실물보다 조금 더 노랗게 나왔다.

조명을 받아 밤에는 황금빛을 뽐낸다.

벨기에는 북부는 네덜란드어, 남부는 프랑스어를 쓴다. 브뤼셀은 두 언어를 모두 쓴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이곳이 네덜란드나 프랑스의 일부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브뤼셀은 두 나라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았고 두 나라의 지배하에 놓인 역사도 있다. 하지만 브뤼셀을 거닐다 보면 네덜란드나 프랑스와는 결이 다른 '벨기에'라는 나라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크고 아름답지는 않다. 다른 주요 관광 도시들에 비하면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무언가가 있지도 않다. 그래서 여기에 꼭 오라고 추천은 하지 못하지만, 브뤼셀은 이곳을 들르는 여행객들에게 브뤼셀만의 감성을 전달하고 있다. 작은 도시, 소박하고 귀여운 건물들, 한적한 거리... 브뤼셀은 내가 힘들여 봐야 할 곳이 아니라 나에게 힘을 주는 듯하다. 나에게는 몇 달 동안의 집이었다. 서유럽을 찾은 여행객에는 에펠탑과 루브르, 런던아이와 빅벤에 피로해진 그들을 쉬게 해주는 도시이길 바란다.


모든 여행을 함께하는 내 발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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