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벌써 연말이다. 다음 주면 크리스마스 그리고 그다음 주면 21년. 해가 바뀐다. 내년엔 코로나가 없어질까? 하는 생각과 함께 '가만있어 보자, 이럴 때가 아니잖아?'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사실 인사 담당자라는 거창한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코로나로 정말 많은 동료들이 떠났고(9명 남짓이지만) 사실 그렇게 큰 규모였던 적이 없는 회사를 다니고 있으니까.(규모는 작지만, 하는 일이 큰 회사를 지향해왔다.) 약 8년, 꽤 오랜 시간 한 회사를 다니며 애증의 시간들이 겹겹이 그리고 단단하게 쌓였다. 그래서인가? 내가 이토록 '회사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쩌면 그렇게 길러졌다? 고 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말하기 민망하지만 회사의 이런저런 부분을 신경 쓰며 인사담당자가 할법한 일들을 꽤 많이 해왔다. 면접, 지원서 검토, 회사의 대소사 행사 챙기기 등. 사실 다른 회사는 다녀본 적이 없어서 이게 정확히 인사담당자의 일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소위 인사담당자인 내가
연말이라서 하는 고민들은 이렇다.
우선 크리스마스.
다들 코로나 때문에 우울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 느낄 곳도 없을 텐데, 회사에 트리라도 놔야 할까?
소원카드라도 걸어놔야 하나?
그리고 연말.
다른 회사처럼 뭔가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함께 그리는 워크숍 자리를 만들어야 하나...?
우리끼리라도 으쌰 으쌰 하자는 취지로 친목을 다지는 자리를 만들어야 하나? VS 그 시간에 다들 쉬고 싶을까?
근사한 레스토랑이라도? VS 에이 코로나잖아.
그렇다면 역시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는 게 좋을까?
다들 고생이 많았으니 향기로운 하루의 시작과 피로를 풀 수 있는 입욕제 & 바디 제품을 선물하자고 할까?
VS 그래도 연말인데 뭔가 집에 들고 가는 게 좋지, 가족들과의 외식상품권? 에이 코로나인데....
너, 어설픈 30대 어른이 된 거냐?
어설프게 여기저기서 이것저것 듣게 되는 30대 직장인이 되고 보니 조심스러운 게 많아진다. 애매하게 예의 바른 어른이 되어버렸나? 싶다. 누군가에겐 좋은 일도 누군가에겐 싫은 일이다. 그럼에도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복지'라는 걸 만들어 적용하나 싶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돈을 준비했어 일까? 완전 이상주의자도 현실주의자도 아닌 인사담당자는 오늘도 머리가 아프다. 방식은 고민이지만 마음만은 확실하다. 올 한 해 정말 수고 많았고 고맙다는 것. 그리고 다른 회사를 너무 많이는 부러워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 (비교는 끝이 없어서 완전 만족은 불가능할 테지만, 아주 많이만 부러워하지 않게 해주고 싶다)
누군가는 말하지. 다 필요 없다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이 회사가 싫소' 혹은 그러거나 말거나 '돈이나 많이 주쇼' 할 테다. 하지만 나는 반항심이 꽤 있어서 이럴 때 오히려 이상주의자가 돼버린다. 오랜 시간을 나누는 곳인 회사에서 그렇게나 삭막하고 싶진 않다고. 회사도 그 안에서 일하는 우리도 서로 마음을 표현할 때 좀 더 일할 맛 나는 거 아니겠냐고. 작더라도, 크더라도 마음을 표현해준다면 똑같이 고마워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그나저나. 아.... 월터(대표)와는 언제 이 이야기들을 나누나? 벌써 12월 17일인데.... 이 글의 링크로 대화를 대신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뭐든 결정해주세요. 곧 올해가 끝나간단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