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게 특정한 형용사를 붙여 이름을 만든다면 무엇을 붙여볼까.
매년, 내가 맞이하는 새해에 특정한 형용사가 붙을 수 있다면 어떠한 것을 붙여 볼 수 있을까.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것들에게 스며들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쯤, 삶에 유쾌한 조미료를 한 스푼 넣어 주곤 하는데, 내가 살아가는 삶에도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특별해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저는 계속 구겨짐을 당하고 싶은 사람이랄까. 종이가 구겨지면 평면으로 펴진 종이보다 더 멀리 나아가거든요.
멀리 나아간다는 것은 나의 그림에 대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더 많이 구겨져보고 싶고, 실패도 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
사람이 성공가도만 달려서는 실패에 부딪혔을 때 그걸 딛고 일어설 힘이 없거든요. 대처할 방법을 모르니까요.
그런데 실패를 많이 해본 사람은 성공으로 가는 밑거름을 다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쨌거나 도전을 한다는 건 용기를 내는 거고, 용기를 낸다는 것은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대해 후회가 없게 하는 거니까. 부딪히지 않으면, 벽을 부수지 않으면 그 너머의 것을 많이 못 보잖아요.
그래서 저는 더 구겨짐을 당하고 싶어요.
< '13 Project' 지후트리 인터뷰 중에>
갈 곳이 아무 데도 없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달아나는 대신에 문제와 마주한다.
대부분의 문제들은 우리가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려고 하기 때문에, 그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모르게 지나가버린 세월들의 조각들을 이렇게나마 되짚어 보려 한다.
연도별로 테마가 있는 삶을 살았노라고 꺼내어 읽어볼 수 있게 말이다.
2016년은 어떤 형용사를 붙여줄지 고민해야겠다. 내 삶이 특별해질 수 있도록 말이다.
글 ┃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