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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후트리 Sep 12. 2020

모든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사회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삶이란?

수어 그림_ <함께, 열심히> , 2019 , 지후트리

모든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사회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린 얼마나 많은 편견 앞에 놓인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차별하기 때문에 편견이 생긴 것은 아닐까? 


2019년 9월 말, 장애인 근로자들이 직접 만든 생산품을 판매하는 장터가 청계광장에서 열렸었다. 


<#착한 소비 #행복장터> 행사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 특별 시립 장애인생산품 판매시설에서 주관하는 행사이다.  다양한 품종의 생산품이 장터에 나와 있었고, 대부분의 물품은 장애인 근로자가 직접 만든 것들이다.  


내가 함께한 부스는, '서울시 용산구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근로자들이 직접 만든 에코백에 수어 그림을 그려주는 작업이었다. 판매 수익금은 모두 장애인 근로자에게 기부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부스에 각 섹션이 나누어져 통로 앞 쪽 섹션과 곧바로 뒤에 에코백 믹싱을 하는 섹션이었다. 

장애인 근로자가 에코백 믹싱이 끝나면 에코백을 넘겨받아 그림 작업을 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역할 분담을 통해, 시스템을 만들어두니 일하는 것이 수월해졌다. 


부스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데, 50대로 보이는 아저씨께서 그림을 그리는 내 모습을 쳐다보았다. 

나는 기다렸다. 그가 어떤 언어를 구사할지 짐작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나와 그림을 번갈아 보시더니 이내 말했다. 


"나도 수어 쓰는 농인이에요"라고 수어로 말이다. 


이내 나는 화색이 돌면서, "반갑다"라고 수어로 인사했다. 

내 인사를 받은 그 아저씨는 작업 물들을 보고, 너무 멋있다 라며 칭찬해주셨다. 


쑥스럽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는 나와 대화를 하려고 얼마큼의 크기로 용기를 냈었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용기를 내준 아저씨 덕분에, 수어 그림을 그리는 일이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행사를 치르는 내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비장애인들이지만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이끌어나가는 사람들은 장애인이었다. 실상 이들은 서로 적절하게 의존하면서 함께 행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다 다르기 때문에 공존하는 법을 스스로 체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가족이 장애를 안기 전까진 나도 장애인의 삶을 들여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단 한순간도 연약하지 않은 적이 없다. 연약하게 태어나서 연약해져서 죽는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장애인의 문제가 그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에서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장애인/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 자유롭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잘하고, 다른 사람이 못하는 걸 내가 잘하고 서로 기대고 도와주면서 살아간다면, 모든 인간 한 명 한 명이 다채롭고 풍성한 그만의 인생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우리 모두가 타인에게 적절하게 의존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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