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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현호 Mar 27. 2018

실리콘 밸리 그 설레는 마을

스타트업 이야기  1

2007년. 


군에서 전역하고 사회로 나와 처음 한 일은 전자 상가에 들러 아이팟(I-pod)을 산 일이었다.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언제든 들을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당시는 아이리버(i-river)라는 국산 MP3의 기능이 훨씬 좋았고 인기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pod을 손에 든 것은 이뻐서였다. 기능보다 나에게 들어왔던 것은 디자인이었다. 아이팟을 쓰다 보니 애플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한입 베어 문 애플의 전자기기에 그렇게 빠져들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나와 주변의 지인들은 웃돈을 더해 구매대행을 통해 한국에 발매되기 이전의 애플 제품들을 사용하며 극한의 만족감을 느꼈다. 옴니아가 주는 LG 휴대폰이 주는 SKY폰이 주던 무언가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게 애플빠가 되었다. 


제품을 쓰다 보면 이것을 만든 사람이 궁금해진다. 도대체 누구가 이런 제품을 만들어낼까? 물 건너, 강 건너 미국이란 땅의 캘리포니아 그리고 그 안의 팔로알토로 관심이 옮겨가게 되었다. 가끔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할 때마다 팔로알토 지역을 스쳐 지나갔다. 때론 로컬 카페에 잠시 머물기도 하면서 그렇게 간접적으로 느껴보았다. 언젠가 사업가가 되어 이곳에서 나도 혁신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올해 이제껏의 관광과는 다른 목적으로 지역 정부(대구디지털진흥원)의 선발 및 후원을 받아 현지 엑셀러레이터(Ignite XL)의 엑셀레이팅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그나이트 엑셀(초기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기관) / 드레이퍼 유니버시티 (창업학교 유명한 실리콘밸리의 학교)


관광이 아닌 Silicon Valley 


2016년 대구 교통방송 라디오국에서 연락이 왔다. 봄 개편을 맞아 세계일주 코너를 여는데 나보고 고정 패널로 라디오 방송을 진행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매주 화요일마다 방송은 라이브로 진행이 되었는데 돌이켜보니 잘한 것 같다. 덕분에 20대 때 다닌 40여 개국의 나라들을 잘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관광과 여행은 사뭇 다르다. 관광은 보고 듣고 느끼고 즐기는 것이라면 여행은 보고 듣고 느끼고 배워야 한다. 분명 회사를 운영하는 나에게 있어 이번 실리콘 밸리 방문기는 관광이 아니다. 시간을 내었고 기회비용이 생겼다. 매일 하루 일정을 마치고 그날의 감정과 일과들을 조금씩 정리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 연재될 몇 편의 글들은 실리콘 밸리 현지에서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써졌다. 


1st class- 전반적 오리엔테이션  

 

실리콘밸리서 워크샵에 참여하는 첫날이다. 비행기에서도 일을 했고, 밤새 생각이 많아 잠을 잘 이루질 못했다. 허나 피곤하진 않았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피피티 자료를 따라 읽고 포인트가 있는 부분들을 기억하기 위해 집중했다. 여기서 보내는 2주의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대구시도 , 이그나이트도, 벤처포트도 나의 여정에 있어서 뜻깊은 조연이 되어주시기로 결정하셨다. 그리고 2주 동안 나와 같이 특별한 비즈니스 혹은 개인적 목표를 가진 다양한 대표님들이 활동을 한다. 그들도 모두 주인공이다. 무대를 함께 공유하고 그들이 무대에 오를 때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사실 주연일 때보다 관객에 앉아 박수를 치는 순간이 인생에서 더 많고 행복하지 않던가? 


사업은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내는 기적 


해가 저무는 San Mateo


환경을 만들어주시고 네트워크를 열어 사람을 만나게 해주시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들 하신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사람의 만남이란 서로의 초를 태워 빛을 내는 기적이 되어야 세상을 밝히는데 쓰일 수 있다. 그러려면 그 소중한 만남을 잘 준비해야 한다. 더군다나 이번 기회처럼 나의 네트워크로는 불가능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허락될 때는 연결을 해주신 분들에 대한 예의로라도 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진심을 담는 것이다. 부족하고 미흡할 수 있어도 진심을 담는다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더욱 빛이 나리라 생각한다.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고 한다면 그리고 그 발판을 실리콘 밸리로 생각한다면 이번 방문은 그 여정의 주춧돌을 다듬는 과정이다. 주춧돌이 삐뚤다면 그 위에 올라가는 모든 것이 바를 수가 없다. 이그나이트 엑셀의 클레어 대표님 강의는 뭔가 신이 난다. 에너지가 넘친다. 


이런저런 일들로 그간 3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해왔다. 나는 과연 나의 수업을 듣던 그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었는가 돌아보게 된다.  매 순간이 배움이다. 사업을 하기 위한 그 과정도 배움이고, 사업을 배우기 위한 엑셀레이팅 과정도 배움이다. 그리고 배움은 그것을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을 때 행동으로 변화될 때 진정한 자산이 된다. 배우고 익혀 행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문화가 다르다면 비즈니스의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업만 생각해도 복잡한데 그 사업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만 하니 한국에서 사업을 할 때보다 난이도가 올라간다. 

 

한국에 있는 팀원들이 생각이 난다. 나의 성장만큼이나 그들의 성장도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회사의 속도는 가장 느린 사람의 속도에 맞춰 결정이 난다. 리더가 뛰어나도 팔로워십이 갖춰지지 않으면 그 회사는 발전할 수 없다. 이렇게 좋은 교육은 같이 듣고 같이 리플렉션 해야 한다. 여유를 만들어 꼭 다시 팀원들을 모시고 실리콘 밸리에 오고 싶다. 내가 느끼는 감동, 깨달음, 교훈, 성취, 뿌듯함, 이 마음의 뉴로 스파크(Neuro Spark:정신적 각성)가 그들의 마음에도 이그나이트(ignite:점화)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양한 사업을 함께 진행해 온 친구들. 때론 가까이서 때론 멀리서. 우린 늘 함께였다.(크로즈업 부담 주의)


2nd Mentoring- Business strategy , Food Specialist, Chef, Wild Earth 


나는 아직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지 않았다그것이 유통이 될지제조가 될지 둘을 섞은 하이브리드가 될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비즈니스는 가정을 세우고  가정을 빠르게 행동을 취해서 검증해나가는 과정이다. 가설이 맞으면 그다음 가정을 풀고 가정이 틀리면  단계의 가정을 수정해야 한다.  


만약 이미 내가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어버렸다면 나의 관심은 온통 이걸 어떻게 팔 까에 쏠릴 텐데 그렇다면 타인의 피드백에 마음이 열리기보다 방어적이었을 테다. 그런데 지금 나는 나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득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고객을 이해하고 세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고객전문가들이 공감할  있느냐를 체크하러 온 것이다.  설득하려 하면 사람들은 반감을 느끼지만 공감하려 하면 이해할 수 있다. 


2주간은 나는 No Judgement!  


어떤 창의성이라도 인풋이 있어야 나올 것이니 스펀지가 되어서 왔다나는 이곳 실리콘밸리에서만 보고듣고느낄  있는 비즈니스 인사이트 사냥꾼(Hungry Tiger)  것이다.  이제 내일이면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리플렉션 노트를 쓰다 보니 어느덧 해가 넘어갔다.  워밍업 


샌프란시스코의 시내 전경, 세상을 움직이는 혁신 IT기업들의 사무실이 많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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