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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현호 Feb 21. 2020

코로나가 덮친 대구에서

불안하지만 우린 믿어요 

*교육현장에서의 관점에서 이 글은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입시,진로 고민에 대한 팁을공유하는 글입니다*  


2002년의 월드컵 열기가 가시자마자 학교 안에서는 긴장이 넘쳤습니다. 이제 2003학년도 수능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해 가을은 유난히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2002년 가을 아폴로 눈병이 대유행을 했는데요, 당시 고3 수험생이던 저는 정말 관련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눈만 보일 정도였고 눈이 빨갛다면 극도로 옆에 있기가 꺼려지는 것이었죠.


당시에 저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마음이 불편했던 적은 그때가 딱 그랬던 순간이었습니다. 평일은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아늑한 안식처였던 기숙사가 아폴로 눈병 이후에 아늑하지 않고 불편했거든요. 혹시라도 눈병에 걸릴까 봐 걱정이 되었던 거죠. 


2002년 7월-9월 대유행했던 아폴로 눈병, 출처:kbs


수능 시험을 앞두고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최종 점검을 해야 하는 고3 가을 마지막 2달은 그간 공부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수능을 대비해 모의고사를 풀어내며 실전 감각을 익혀야 하는 결정적 시기거든요. 그런데 눈병에 걸리게 되면 최소 2주는 학교를 나가지 못했고 눈이 따가워 눈을 뜰 수가 없는 정도가 되니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죠. 


그해 가을 저는 아폴로 눈병에 걸리진 않았지만 수능 결과의 차원에서 본다면 2가지 사건이 제 성적을 하락시켰습니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당시 월드컵 4강 신화에 푹 빠져 너무 흥분한 나머지 6월을 대부분 보내어버렸고 9월에는 아폴로 눈병에 대한 지나친 걱정과 불안으로 공부에 집중을 잘 해내지 못했습니다. 하기로 계획한 공부와 점검을 미쳐 잘 끝내지도 못하고 결국 11월의 수능날을 맞았습니다. 


지나친 불안 속에 있는 것보다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며 긍정적 마인드 유지가 필요합니다


저는 현장에서 다양한 청소년들과 함께 입시 진로 컨설팅, 청년 사회 진입을 조력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기에 2020년 코로나 현장에서 다양한 청소년들의 반응도 유심히 지켜보게 됩니다. 어떤 학생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지나친 불안으로 책을 손에 쥐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친구들은 이런 상황에서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일상적인 루틴을 반복하며 자신의 학습 양과 스케줄을 소화해내는 것을 보게 됩니다. 


대구에는 요 며칠 큰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이번 주를 맞이할 때만 해도 지역 일간지의 1면이 청정지역 대구라는 키워드를 쓸 정도로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지역이 안전하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지요. 주말에 서울에서 잠시 내려온 지인이 청정지역 대구에 혹시 서울에서 온 내가 바이러스를 가지고 온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지역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고 청정한 지역의 느낌이었죠. 모든 것이 바뀐 것은 슈퍼 전파자의 출현 이후였습니다. 


저희가 운영하는 수성구 지점 학원은 이틀전부터 문을 닫았고 수성구 학원가 일대는 현재 마비 상태입니다. 학원가뿐만이 아니라 학교, 유치원은 개학을 1주일 연장하였고 대학과 교육기관, 문화시설, 다중이용시설 대부분이 휴원을 출입문에 걸어두고 있습니다. 어제는 대구에서 지근거리에 있는 청도에서 대규모 확진자와 함께 1번째 사망자가 발생하여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어요. 


학생들에겐  자기 주도적 학습과 시간관리가 필요합니다


학부모님들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우려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교육기관의 잇따른 휴원으로 아이들의 학습 패턴과 학습 양이 떨어질까 봐 우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아무래도 바이러스에 취약하게 되니, 학생들에게 이런 상황에서는 외출 권고에 따른 자가학습이 권장이 됩니다. 다만 며칠 동안 아이들이 집에서 머누는 동안 학습습관이 잡혀있지 않거나 자가 학습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학습 패턴이 무너질까 봐 걱정이 많은 학부모님들이 계세요. 


너무 불안함에 떨어 학습 패턴을 놓치는 것도 문제이지만 너무 안일하게 반응하는 것도 바이러스의 노출 위험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손 소독과 마스크 착용을 필수로 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이 기간 동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학생들은 3월 개학 이전 지난 방학을 되돌아보고 학습 상태를 점검하는 시간으로, 학부모님들께서는 오랜만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아이들과 진로에 대한, 진학에 대한 대화의 장을 만들어가는 시간으로 활용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나라이며 국민에 의해, 국민을 위해 존재합니다

대한민국은 오랜 역사 속에서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 왔습니다. 우리 국민은 강하고 현명하며 국가 또한 그렇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지나친 걱정과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기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하루하루를 변함없이 그 자리에 그 역할을 해내는 것이 우리가 국민으로 그리고 시민으로 해나가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002년 아폴로 눈병이 덮쳤을 때 지나친 불안으로 그 소중한 시간을 아쉽게 보내었던 만큼 저는 개인적으로 전국을 덮친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에서 지나친 불안과 위축 대신 차분하고 침착한 마음으로 새 학기 준비를 학생들이 할 수 있기를 바라고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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