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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나 Dec 11. 2020

‘하나 더’의 매력


편의점의 2+1 행사는 일상이다. 이 상품도 2+1, 저 상품도 2+1이다. 심지어 가격표에 쓰여있는 ‘2+1’이 너무 크고 굵게 쓰여 있어서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다. 이러한 유혹에 고객들은 당연히 화답한다. 하나만 구매하려다가도, 옆에 있는 상품을 집다가도 2+1이라는 유혹에 행사 상품을 구매한다. 사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트릭이 숨겨져 있다. 



2+1,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유혹 


A : 총 4,000원의 가격으로 세 개를 살 수 있습니다.

B : 개당 2,000원의 가격이지만, 두 개를 사면 하나를 더 드립니다. 


동일한 A, B의 제품이 있다. 당신은 어떤 제품이 더 마음에 드는가? 

당신의 대답을 맞춰볼까? 혹시 ‘B’를 선택하지 않았는가. 깜짝 놀랐다고? 사실 저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사람이 B를 선택한다. 언뜻 보면 B가 A보다 매력적으로 보이니 말이다. 개당 2,000원밖에 안 하는데 심지어 두 개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니 말이다. 하지만 유심히 보면 A와 B가 동일한 조건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B가 더 매력적으로 보였을까? 

 사람들은 처음 제시되는 정보를 기준으로 정보를 판단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 한다. A 제품은 솔직하게 처음부터 총 가격을 보여주었지만, B 제품은 영특하게도 개당 가격만 보여주었다. 처음 보이는 정보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은 언뜻 보기에 4,000원보다 2,000원이 부담스럽지 않으니 B를 더 매력적으로 느낀 것이다. A와 B가 동일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편의점 2+1 행사에도 이 전략을 사용한다. 2+1 행사 상품 가격표를 살펴보자. 개당 가격은 가격표 중앙에 매우 크게 표기된 반면, 총 가격은 구석에 작게 쓰여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객들이 저 가격에 세 개나 살 수 있다고 착각하며 제품을 고른다.

 심지어 2+1 행사 상품은 같은 상품군이지만 상대적으로 인기 있는 제품 옆에 진열한다. 고객들은 다른 제품을 구매하러 왔다가도 옆에 있는 2+1 행사 상품과 비교를 시작한다. 그러다가 결국 세 개나 가져갈 수 있는 2+1 행사 상품을 고른다. 스스로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뿌듯해하며 말이다. 



마지막까지 그 하나로 여지를 남기다

 혹시나 고객이 2+1 행사 제품인지 모른 채 제품을 하나만 가지고 왔다 하더라도 계산대의 포스는 그 경쾌한 알림음으로 고객에게 2+1 행사 제품임을 알린다. 그리고 제품을 하나 더 가져오시라고 친절히 안내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고객이 직접 가져오게 하는 것! 그래도 고객은 싫은 내색 하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 개 가져와야 하는 것을 빼먹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를 샀는데 공짜로 하나 더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귀찮을 법도 한데 오히려 즐거워하며 다시 제품 매대로 향한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고객이 행사 제품을 챙기러 가는 길은 또 한 번의 기회로 작용한다. 매장을 한 번 더 돌며 이것저것 보다가 다른 제품을 집어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2+1 행사를 챙기는 포스기 알림음을 야속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 알림음은 고객에게 행사를 놓칠 뻔했다는 것을 친절히 알려주는 기능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매출 기회를 알리는 기능이다. 



사람은 그리 이성적이지 않다

 과거 경제학의 근간은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조건이다. 여러 선택지가 있을 때 언제나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다’. 이성보다 심리적인 요소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구매라는 행위를 할 때는 특히나 더 그렇다.

 2+1 행사는 인간의 합리적이지 않음을 이용한 마케팅이다. 총 가격보다는 개당 가격을 강조하고, 주변 제품과 비교되도록 하는 약간의 트릭을 쓰면서 말이다. 그리고 고객들은 이에 환호한다.

 만약 인간이 합리적이었다면 아무리 2+1이라 한들 원래 계획대로 한 개만 샀을 것이다. 하지만 두 개 값에 세 개를 얻을 수 있는 이 묘한 매력에 항상 세 개를 계산대에 올려놓지 않는가. 스스로 ‘싸게 잘 샀다’라는 만족감과 똑똑한 소비자라고 자부심까지 느끼면서 말이다. 여기에 충동구매의 후회를 방지하는 적당한 자기 합리화도 더해진다. ‘이건 정말 필요한 물건이야. 아니, 정 안 쓰면 다른 사람 주면 되지 뭐.’라고 하면서 말이다.


CU 사보 'I LOVE CU 2020년 4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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