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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절미 Apr 25. 2018

3월의 잉터뷰

Sally의 이야기

3월 28일에 Sally(이하 샐리)와 만나, 1차 장소에서 소음으로 녹음을 실패한 후, 2번째 장소에서 진행된 인터뷰 녹음 내용을 읽기 자연스럽게 다듬었습니다.


# 학기의 시작과 졸업

- Q. 현재 대한민국 20대 중반 다수의 사람들에게 3월은 새 학기의 시작이잖아요, 근데 사실 직장인이 되면 3월이라고 뭔가 더 특별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학생이면 마치 개구리가 땅에서 나오듯이 불규칙적인 생활도 규칙적이 되지만, 직장인은 언제나 같게 느껴져요. 샐리는 어떤가요? 3월은 어떤 느낌인가요?

최근에 서비스 개편을 한번 했는데요, 그게 마치 한 학기 같았요.

- 프로젝트 단위가 한 한기 같았다는 것이군요.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에 언제나 학기가 있을 수 있겠군요.

개편 전까지 엄청 바쁘고 힘들었는데 딱 끝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 저도 이번에 새로운 서비스가 오픈했어요. 그게 날짜를 따져보니 6개월 정도 준비를 했어요. 샐리는 어땠나요? 서비스 개편이 크게 됐잖아요, 샐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시작부터 오픈까지 어느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 중 큰 흐름이나 구조 짜는 일은 거의 보통 1년 전부터 준비했어요. 특정 기능은 2년 전부터요.

- 도중에 기능의 내용이 바뀌지는 않나요?

바뀌는 일이 많죠. 그래서 오픈 전 6개월 동안은 엄청 달렸어요.

- 6개월 동안 기능의 내용이 바뀔 때의 일과 1년 전부터 큰 흐름을 보는 일은 어떻게 다를까요? 

1~2년 계획하고 진행해야 할 과제가 있고, 6개월 전 코앞에 오픈이 닥쳐야 진행되는 작업이 있는 데 둘 다 중요한 것 같아요. 6개월 전 부터하는 작업은 다른 파트 쪽과 협의만 되면 그에 맞춰 개발하면 되는 거라 어렵다고 느껴지진 않았어요. 개발도 하면서 협업도 필요하니,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 뿐이죠. 머리 속으로는 어렵지 않아요. 근데 1~2년 잡고 구조를 개선한다거나 큰 기능을 추가한다 하면, 시간이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6개월 작업량보다 오히려 훨씬 어렵고 뭔지 모르겠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 그러면 샐리에게 이번 학기는 심정적으로 2년이었던 건가요?

나눠져 있는 것 같아요.

- 그럼 1년씩 1학기, 2학기를 보낸 셈이군요.

네(웃음)

- 제 주변에는 지난 2월에 졸업한 친구들이 많아요. 대학의 학기를 다 보낸 셈이죠.

직장인과 학생 모두 학기 같은 개념이 존재하고 다들 비슷하게 사는구나 생각되는데, 막상 만나서 얘기해보면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느껴져요. 집 근처에 사는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직장인인데 친구는 학생이다 보니 가끔 만나기 애매한 적도 있어요.

- 3년 후면 다 같아지지 않을까요? 그 친구들도 회사를 갈 테니까요. 


- 또, 저는 마치 졸업이 앞으로 평생 없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앞으로 이직할 것 생각하니까 , 3-5년마다 이직한다고 하면, 그 연도마다 새로운 학교에 들어가서 졸업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3-5년 주기로 환경이 바뀐다고 하면, 평생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제 성격상 회사를 10년 다닌다는 게 신기하거든요. 저희 부모님도 20년 넘게 한 회사에 다니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었을까? 신기해요. 좀 더 비유를 하자면, 한국사를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와 같이 나누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역사가 있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시대, 청소년 시대, 20대 , 30대 시대....... Q. 샐리는 지금까지 샐리의 삶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저는 그 주기가 제 주변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중학교 친구들이랑 지낼 때,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지낼 때, 대학교 친구들이랑 지낼 때, 또 회사 다니다 보면 그때부터는 회사에 친한 사람들 혹은 가끔 만나는 친구들에 따라서요. 

- 관계에 따라 기준이 나뉘는 것이군요. 저는 환경이라고 생각했는데. 왜냐면 저는 제 선택과 의지로 환경을 바꾸었다고 생각을 하니까, 환경이 제 삶에 더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관계는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몇 년 후에 그만 둘 생각을 하거나 외국에서 생활해 보려는 것도 제가 환경을 바꾸려는 의지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있었던 팀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갔다고 하니까,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때마다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거의 3개월마다 팀을 옮긴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 샐리의 혼란기였네요.

사람이 들어올 때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다가, 막상 사람이 나가면 엄청 바쁜 일이 휘몰아치는 분위기. 그래서 분위기가 구성원에 따라서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도 일단 기말고사는 끝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아마도 새로운 팀에 가면, 다른 분위기의 사람들을 만나겠죠?


샐리와 갔던 1차, 2차


# 벚꽃과 판매

- Q. 날씨 따뜻해지면 뭐 하고 싶나요?

작년에는 음악 페스티벌도 가고, 벚꽃 구경도 가고 그랬는데, 이번해는 잘 모르겠어요.

- 오, 벚꽃 구경은 어땠나요? 사람이 너무 많지는 않았어요? 저는 피크닉의 정점은 도시락이라고 생각하는데, 벚꽃 구경 가면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 아쉬워요.

그래도 사람 많아도 막상 가면 좋더라고요. 밖에서 푸드트럭에서 꼬치 같은 거 사 먹어도 되고요.

- 요즘은 사람 많은 곳만 보면 장사를 해보고 싶어요. 직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뭔가 팔아보는 경험을 하고 싶어요. 점심시간 직장인 많은 곳에서 캐릭커쳐를 그려볼까, 양재 꽃시장에서 로즈데이에 꽃을 사 와서 팔아볼까 등등

어버이날에 항상 꽃 파시는 분들이 있던 데, 포장이 전형적이어서 아쉬웠어요.(웃음) 저와 가까운 사람이 화장품을 만드니까, 저도 공방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가죽공방, 원데이 클래스 같은 것이요. 하지만 시도해본 적은 없어요. 뭐가 있나 보는 것일 뿐이지만, 관련 책도 찾아봤어요.

- 최근에 한 생활잡화 브랜드가 스토리 펀딩을 했는데, 5000% 이상 성공을 하니까 뭔가 저도 사고 싶더라고요. 사람 마음이 이상한 게 예전에 다른 판매점에서 봤을 때는 안 사고 잘 넘어갔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요.

제 대학교 동기 중에 한 명도 클라우드 펀딩을 했어요. 외국에 가서 찍은 사진을 달력 형태로 팔았는데 잘 되더라고요.


# 휴가와 관계 사이

- Q. 다음 큰 휴가는 언제로 예상하나요?

다다음달, 5월이 아닐까요? 근데 모르겠어요. 환경이 곧 새롭게 바뀔 텐데 걱정도 되고, 새롭게 오시는 팀장님이 팀이 했던 업무를 잘 모르시는데, 히스토리를 아는 사람이 저 밖에 없어서 앞으로의 일을 설명해야 하는 과제가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최대한 팀원에게 알려주는 상황이에요. 다행인 것은 팀원이 빨리 따라와 주는 것 같아요. 

- 저도 현재 단 둘이서 일하는데, 저는 밑에 있는 입장이죠. 그래서 가끔 피드백을 받으면 충격적이에요.

왜요?

- '제가 이렇게 개판이구나' 느껴서 힘들고 괴로워요. 그렇다고 쉽게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요.

저도 밑에 이었던 입장에서, 다른 팀과 커뮤니케이션 일이 꼬여 곤란했었어요. 팀원이 가르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니까, 그냥 해당 커뮤니케이션 일을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자주 그런 일를 겪으며, '나는 여기밖에 안되는데, 상대가 원하는 수준의 일을 할 상황이 아닌데...'라는 생각과 함께 힘들었어요.

- 저는 경력이 쌓여서 제 아래에 팀원이 들어오면, 저보다 경력이 낮다면 부족할 수 있다고 이해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이상적이긴 한데, 막상 현실로 다가오면 일이 안되니까 답답해 할 수 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사수님이 그만두실 때 같이 일하면서 이런 저런 점은 잘해줘서 고맙다며 칭찬해주셔서 좋았어요. 

- 팀장님이 없으면, 약간 자유로워지고 삽질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맞아요. 너무 오래 안 계시면 불안할 것 같지만요. 

- 휴가 때는 뭐 하고 싶어요?

리프레시에 개편까지 합쳐서, 휴가가 꽤 많아요. 그런데 작년에는 일이 많아서 휴가를 잘 못 썼는데, 이번해도 그렇게 될까 봐 일단 걱정이에요. 예전에는 사수님이 백업해주셨는데, 요즘은 아니라서요.

- 아, 그렇군요. 빨리 팀장님이 오셔서 샐리가 쉴 수 있길 바라요. 그럼 나중에 밥벌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면 무엇을 할 것 같아요? 

예전에 건축 관련 유명 카페에 내용 정리한 글을 올리고 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돼서 기분이 좋았어요. 정리가 잘돼서 고맙다는 댓글이 요즘에도 계속 달리는 거예요. 그런 글 쓰는 일을 꾸준히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은 건축 분야 지식도 없고 관심도 떨어졌어요. 지금 하는 일도 재미있고 좋은 것 같아요. 

- 그래도 건축도 재미있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 예전에 중학교 3학년 수준에 머물러서 죽은 방을 바꾸면서 인테리어에 빠진 적이 있어요. 지금 당장은 식었지만요.

네, 방청소도 한꺼번에 싹 하면 기분 좋죠.

- 뜬금없지만 최근에 본 영화가 뭔가요?

영화는 오래되었고, 킹키부츠라고 처음으로 뮤지컬 봤어요. 내용 자체는 서양인데, 한국사람이 표현하니까 느낌이 조금 이상했어요. 한국사람이 한국사람과 대화 나누는 데 외국사람처럼 말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저렇게 서양식으로 잘 표현했을까 대단하기도 하고, 한국적으로 바꿔도 좋았겠다 생각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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