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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절미 Jun 13. 2018

4월의 잉터뷰

Sunyong의 이야기

4월 26일, Sunyong(이하 선용)과 2차에 걸친 다채로운 인터뷰가 진행되었습니다. 
녹음된 인터뷰 대화 내용을 읽기 자연스럽게 다듬었습니다.


# 피씨통신부터 블록체인까지의 근황

- Q. 되게 오랜만에 보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2개월간 독서모임을 못 간 것 같은데, 최근에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이 생겨서 그것을 만들어보고 하느라, (모임이 진행되는) 월요일뿐만 아니라 평일 저녁 내내 약속을 안 만들고, 그렇게 살았어요.

- 업무시간 외에요? 저녁 마다요?

네, 아는 형하고 같이 움직였어요. 

- 요즘도 계속하시는 건가요?

네, 블록체인 공부도 하고, 최근에는 소설책을 다시 좀 읽기 시작했어요. 마찬가지로 4개월 동안 잠들여 놓고 안 읽다가, 5월부터 리디북스가 10년 대여가 안되고 90일만 된다고 해서, 그전에 보고 싶었던 책을 싹 사놓았죠. 

- 어떤 책인가요?

이영도 전집이에요. <드래곤 라자> 말고도, <폴라리스 랩소디>, <눈. 마. 새>, <피. 마. 새>, <퓨쳐 워커>, <그림자 자국> 등등이 있죠.

- 다 외우신 건가요?

제목만요. <퓨쳐 워커>는 옛날에 읽다 말았고, <그림자 자국>은 아직 안 읽어봤어요. <눈. 마. 새>, <피. 마. 새>는 이번에 구매하게 됐고요. <드래곤 라자>는 예전에 돈 없을 때, 피씨통신 텍스트 본으로 두 번 읽었는데 이번엔 책으로 보려고요.

- 선용님이 피씨통신 세대인가요?

제가 실제로 피씨통신을 한 시간은 거의 없어요. 피씨통신 텍스트 본이란 피씨통신 1세대 판타지 텍스트 소설을 텍스트 본으로 갈무리하면서 시작됐어요. 

- 그때쯤이면 인터넷이 충분히 보급된 시점 아니었나요?

저는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였지만, 그 글은 사람들이 동호회에 연재한 것을 모아서 갈무리한 것이에요. 제가 그때는 소설책 빌릴 돈이 없어서, 용돈을 모아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MP3를 사서 음악은 안 듣고 책만 읽었죠.  

- 그럼 다시 최근 이야기로 돌아가서, 저도 최근에 퇴근하고 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더라고요. 저는 평일에 최대 2번 정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선용님은 일주일 내내 하시다니, 대단하신 것 같아요. 힘들지는 않으세요?

매일 오전 10시, 11시쯤 출근을 해서 밤 12시 넘어서 집에 갔어요. 주말에는 눈 떠서 막차 때까지 공부하고요. 독서모임뿐만 아니라 다른 것은 아무것도 못했죠. 그런데 알고 싶지만, 제가 모르는 게 많아서 공부하는 느낌으로 했어요. 

- 그래서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아셨나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 그럼 선용님이 일반적인 사람보다 블록체인에 들인 시간이 있잖아요. 아예 시간을 들이지 않은 사람에게 블록체인을 설명한다면, 뭐라고 할 것 같아요?

개발자분들에겐 '분산 데이터 베이스'요. 개발을 모르시는 분들에겐, 커플 일기장이요. 왜, 커플들 비밀 일기 쓰잖아요. 거기 열쇠가 2개가 있어서, 2개를 합쳐져야 열 수 있는 것이에요. 그 열쇠가 없으면 아무도 쓸 수 없는 것이죠. 보는 것은 되지만요. 사실 정확하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네요. 기존에 있는 개념과 다르니까요. 음 그리고 블록체인도 토렌트처럼 사람의 자발적인 자원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으로 주려고 나온 게 가상화폐이고요. 


# 문화생활과 친구

- Q. 그래도 요즘도 영화는 자주 보시지 않나요?

영화를 보려고 첫차 타고 나가보신 적 있으세요? 전 보통 그렇게 하거든요. 

- 굳이 첫차까지 타야 하나요?

아이맥스에서 볼 때는 좋은 자리를 잡아야 해서요.

- 최근에는 어떤 영화를 보셨나요?

용산 아이맥스가 작년 9월쯤에 열었는데, 그렇게 본 게 4개 정도예요. <인터스텔라>도 있고, <레디 플레이어 원>은 용산에서 한 번 보고 판교 아이맥스에서 한번 더 보고요. 보통 문화생활을 위해 잠을 포기하는 것 같아요.

- Q. 혹시 실제로 사람이 아니고 VR이나 3D  캐릭터 중에 하나가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실존하지 않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실존한 사람은 온라인에서 게임을 같이 하다가 만난 적은 있어요.

- 오프라인에서요?

네, '오버 워치'하다가 어떤 분이랑 파티를 같이 하게 됐는데, 픽 조합이 잘 맞아서 4-5개월 동안 그분이랑 같이 했죠.

- <여중생 a> 같은 사례가 진짜로 있네요.

네, 많아요.

- <여중생 a>도 비슷한 예인데, 사람 간의 관계에 레이어가 하나 더 있는 것이잖아요. 그럼 그 사람은 진짜 그 사람을 만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최근에 제가 만나 그분 같은 경우엔 게임의 목적이 정해져 있어요. 같이 만나서 싸워서 적을 이기는 것이에요. 그럴 경우에는 게임 안에서 성격과 자신의 성격이 명확히 구분돼요. 

- 게임을 이기기 위해 사림이 폭력적으로 변한다고 하면, 폭력적인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는 싫지 않은가요? 폭력적인 면만 본 것이니까요.

오히려 실제로 만나면 그런 성향이 나타나지 않죠.

- 그런데 만나보기 전까지 모르잖아요.

어떤 상황이든 사람은 누구나 만나보기 전까지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그래도 꽤 큰 결심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글쎄요. 저는 예전부터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었어요. 말씀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는 알 것 같아요. 저에게 자연스러운 일이 타인에겐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죠. 그리고 아까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닥터 후의 닥터는 친구였으면 좋을 것 같아요. 같이 여행을 다니고 싶네요. 굳이 시즌을 따지자면 3번째 닥터요.

- Q. <인피티니 워> 보셨어요?

아니요. 아직이요.

- 저는 어제 개봉날에 봤는데, 영화관에서 보기에 재미있는 것 같아요. 볼거리가 많고, 마블 세계관 좋아하는 사람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가 그런 세계관 따라가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 마블 영화는 거의 보셨나요?

네, 코믹스는 못 봤는데, 시네마틱은 거의 보았고, 드라마도 보다가 멈추긴 했지만 약간 보았죠.

- 드라마도 있어요?

 <Marvel's Agents of S.H.I.E.L.D.>, <Marvel's Agent Carter>... 등 시네마틱을 따라가는 드라마예요.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가 드라마에 엄청난 영향을 줘요. 예를 들어, <쉴드> 시즌 1이 끝날 때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저>가 개봉해요. 그 영화에서 쉴드가 붕괴돼요. 이게 드라마에도 반영되죠.


1차, 2차 메뉴 선정은 모두 탁월하였다.


# 거리와 인간관계 

 - 벚꽃은 못 보셨겠네요?

같이 보러 갈 사람도 없는데 벚꽃이라니요. 

-  Q. 웹사이트로 그런 것을 만들면 어떨까요? 혼자 집에 있는 사람을 위해, 벚꽃 구경을 할 수 있게 하는 사이트요?!

제가 만들어서 올리면 에디터K님은 재밌을 것 같아요? 아니면 '저 사람은 뭐지'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 바쁘고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면 좋아하지 않을까요? 수요의 측면에서, 그런 것을 원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사실 벚꽃을 본다는 게 진짜 벚꽃을 감상하고 싶은 걸까요? 

- 전 약간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정말로. 그래서 판교 주변에 꽃 많이 피었을 때도, 산책을 많이 갔거든요. 

음, 저는 그런 것들의 상당수는 같이 놀기 위한 게 크다고 생각해요. 이건 제가 그런 걸 수도 있는데, 뭘 하냐 보다 누구랑 하냐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 요즘에는 그 밀레니엄 세대라고 해야 하나? 디지털 본 세대들은, 인간관계의 의미가 저희 세대와 다른 것 같아요. 저희가 생각하는 만나서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얻게 되는 정서적인 교감이 아닌 것 같아요. 인터넷 가상공간 혹은 아까 말한 레어어에서 처음 만나고, 거기서는 유대를 쌓지만 밖에서는 잘 못 쌓는 느낌이 들어요.

그럴 수도 있죠. 유대관계가 소통을 하며 쌓는다고 했을 때, 소통의 경로가 오프라인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온라인에 의해서라도 서로의 대화 주제나 방식이 맞기만 하다면 유대관계가 가능하다고 봐요. 전화를 해도 되고, 톡을 해도 되고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야 많아졌으니까요. 수백 년 전에 그때 알던 사람들이 서로 간에 주고받은 편지들을 보면, '아 사람들 간의 우애가 대단하다'라고 '서로 사랑하던 사이구나'라고 했지만 사실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못 봤을 수도 있잖아요. 그때는 편지조차 발송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으니까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이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우애를 쌓았다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함께 동일한 것을 즐긴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같이 온라인 게임을 하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같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잖아요. 그 경험이 그냥 아는 것 보는 것이 아니라, 뭔가 짜릿하고 즐기고 재밌는 것에 대한 경험을 원격지에서도 같이 하게 되니까, 그 정도라면...

- 그 정도라면 만나볼 만한 것 같아요? 

그렇죠, 그런 종류라면. <레디 플레이어 원>의 장면들이 막 떠오르네요. <레디 플레이어 원>에 보면,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사람이 누군지 전혀 알 수 없어요. 주인공은 아르테미스의 아바타만 보고 사랑에 빠져요. 실제로 아르테미스 플레이어가 누굴지, 대화를  많이 해 본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냥 금사빠인 거죠. 생각해보면 본질적인 부분에선 다를 게 없는 것 같아요. 

- 어떤 점에서요?

우리도 다른 사람을 만날 때 꾸미잖아요. 우리가 다른 사람을 만날 때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기 위해 꾸미는 것과 나와 다른 모습의 내 아바타를 내세우는 것의 본질은 다른 게 없거든요. 

- 아이덴티티가 정말 다르면, 뭔가 층이 더 쌓여도 특정한 사람을 꾸며낼 수 없는 것 같아요. 사람이 구별하고 인식하는 수준에서 특성이 플러스하거나 마이너스되는 것이지, 아이덴티티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게임이나 VR 캐릭터가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의 연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정도의 차이지만 전 연장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온라인 게임에서 사람이 자신의 본성을 생각보다 잘 숨기지 못해요. 온라인이 전혀 안보이고 일회적이라고 생각하니까, 자신의 본성을 더 잘 드러낸다고 생각해요. 


# 잡담

- Q. (이동 중 머리스타일 이야기를 하다) 머리 자르는 게 왜 어려운가요?

어떤 스타일로 해야 할지, 그걸 또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려워요.


- Q. (한국 사람 중 선용님의 블록체인 지식 수준을 이야기 하다) 채사장 <열한 계단> 책에 나오잖아요. 교육의 문제로, 수능 3등급까지 만을 위한 구조는 왜 있을까? 되게 신기했어요. 학생일 때도 5등급이면 평균이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수치적으론 중간이 맞는데 말이에요. 선용님은 블록체인 2등급은 되지 않을까요? 

마침 등급제에 대해서는 친구들이랑 채팅방에서 이야기가 나왔어요. 어릴 때는 학교 가는 게 의무 같은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왜 이렇게 죽어라 갔지' 생각이 들어요.

- 어느 학교 까지요? 

등교 자체를 보자면요. 물론 특별한 케이스도  있고, 학생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성실성의 증거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요. 사회가 바라보는 인생이 아닌 나 자신의 경험만 놓고 보면, 고등학교는 재미있게 다녔는데 중학교는 그러지 못했어요. 중학교 때는 영화 제작부 동아리를 했는데, 그 영화를 3,4월쯤에 두 번 보고, 5월부터  시나리오 작업하고, 6,7월쯤에 배우를 모아 방학쯤인 8월부터 촬영을 해요. 10월에 개봉하죠. 영화 촬영할 때만 재미있었어요. 원래는 컴퓨터를 좋아했지만, 프로그래머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 컴퓨터 관련 일도요? 

네, 영화 편집에 대한 기술을 좀 공부하려고 했었죠. 


- Q. (제품과 시장의 가치를 이야기하다) 선용님은 먹고 살만한 돈이 있어도, 회사를 다닐 것 같아요? 그렇다면 형태는 어떨까요?

네. 지금은 제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근본 생각은 많은 걸 경험하고 싶은 것이에요. 제가 회사를 세우고 주변 사람들과 도전하는 것보다 회사를 들어가서 얻을 수 있는 게 더 크다면 회사에 들어갈 것 같아요.

- 5월 연휴 계획은 있으신가요? 

5월에 이사준비를 해야 해서 바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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