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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마사띠 Jul 01. 2019

홀리축제 전야제

Sidhana Mandir Ashram에서 짜이네와 데이트

눈꼽을 떼고 아침을 먹으러 프리덤 카페로 갔다.

강가뷰가 예술인 프리덤카페
잘자고 기분좋은 아침

내일은 인도에서 가장 큰 축제 중의 하나인 홀리(Holi) 축제날이다.


홀리는 선과 악의 싸움에서 선이 승리함을 기리는 의미를 닮고 있는 날인데 몇몇 개의 설화가 있지만 그중에 내가 아는 것은 프라흐라드 왕자가 불에 타지 않은 이야기. 그 내용인 즉슨, 어마어마한 파워를 가진 아버지 왕이 점차 교만해져서 사람들로 하여금 신이 아닌 자신만을 섬기도록 했는데 이에 따르지 않은 본인의 아들 프라흐라드 왕자를 불에 태우려고 하였으나 불 속에서도 결국 타지 않고 살아 남아 선이 승리했다는 그런 이야기...구전설화가 대부분 그렇듯 믿거나 말거나 ㅎㅎ


인도 친구들이 매해 3월이 되면 형형색색 꽃가루를 서로에게 뿌리면서 아이처럼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아온 터라 올해 깍두기와 인도에 오면서 살짝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홀리 축제의 전야제!!

많은 요가원들이 수업을 쉬어갔고 이 국가적인 휴일을 맞아 모두가 들떠있있다.


우리는 오늘 SH씨와 그녀의 딸 짜이(잠시 내가 붙인 별칭)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 SH씨는 본인이 잘 알고 지내는 리시케시의 한 아쉬람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물어물어 락쉬만쥴라에서 20-30여분 떨어진 Sadhana Mandir Ashram으로 갔다. 북적이고 황량한 인도 길거리와는 사뭇 다른 정갈하고 고요한 아쉬람이 있었다. 걸어 들어가면서 보이는 작은 정원들은 생명을 내뿜는 꽃들로 가득했고 잔잔한 눈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얼굴 위에 흐르는 평온함...2년전 머물렀던 Nasik의 Yogapoint가 떠올랐다. 각종 소음과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지내다가 마주한 이곳의 평화로움이 단숨에 맘에 들었다.


SH씨가 아쉬람에 미리 부탁해 놓은 덕에 그곳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인도식 백반? 이라고 하면 맞겠다. 달과 짜파티. 자극적이지 않은 아쉬람 밥. 한 끼를 무얼 먹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고 했던가. 내내 락쉬만줄라 강변의 식당에서 밖의 음식을 먹다가 오랜만에 영혼까지 살찌우는 음식을 먹은 기분이었다.


음식을 다 먹고나서는 각자의 식기를 스스로 닦아 물기가 마를 수 있게 선반 위에 놓았다. 깍두기와 짜이는 서로를 탐색하며 놀이했고 아쉬람의 방들도 한번 구경하고 정원에서 사진도 찍으면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Sadhana Mandir Ashram 정원에서 깍두기 짜이 그리고 SH씨
짜이랑 깍두기

뒤로 난 작은 문으로 나오니 강가가 펼쳐져 있었다. 이 강물은 마주할 때마다 말이 사라지고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게했다. 슬픔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묘한 감정이었다.


같은 강물인데 락쉬만쥴라 강변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우리 넷은 강둑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SH씨와 짜이가 자주 간다는 이 지역의 핫플레이스 Hide and Seek카페로 가는 길이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왼쪽에 아이들 놀이터가 있었다. 이미 다다다다 뛰어가서 노느라 바쁜 아이들. 한국의 뽀송한 놀이터에 비하면 황량하기 그지없지만 깍두기는 인도에서 처음 본 놀이터의 존재 자체에 이미 충분히 행복해보였다.


시소타기
황량하여도 놀이터라서 그저 좋은 깍둑

당시에 이 곳 리시케시에서 일 년 정도 살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올라온 상태였다. 그 마음을 SH씨한테 살짝 내비쳤고 인도에서 9년째 살고 있는 그녀는 아이를 데리고 인도에 사는 방법과 옵션들 그리고 어려움들까지도 나에게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추후 한국에 돌아와서 깍두기의 마음 상태와 그녀가 원하는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 나의 계획을 수정해야 했지만서도....)


어쨌든 리시케시에 20일 가까이 머물면서 당시 나는 깍두기와 일년살이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있었다.


깍두기 또래의 아이들이 다닌다는 학교에 구경을 갔으나 문이 닫혀있었다.

걷던 방향으로 조금 더 걸으니 Hide and Seek카페가 있었다. 엄마들은 커피 한잔씩 주문하고 아이들은 SH씨가 집에서 직접 갈아온 스무디를 나눠주었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깍두기와 짜이는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


나란히 앉아 그림그리는 아이들
길에서 주워온 나뭇잎에 색칠도 하고

두어 시간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옆에 있는 자그마한 힌두교 사원에 들렀다. 넓지 않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선채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SH씨는 나에게 사원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고 기도가 끝나자 어떤 분이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군대 건빵 안에 들었을법한 별사탕을 손에 조금씩 나누어주셨다. 깍두기와 짜이의 조용하고 행복한 5분.


사원 앞에는 물고기 먹이를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십루피 주고 여러 차례 물고기 먹이를 사서 강에 던지니 건장한 성인남자 팔뚝보다 큰 물고기들이 뛰어올랐다. 팔딱임이 아주 강렬했다.


우리 뒤쪽에 건물이 힌두교 사원
물고기 밥을 손에 쥐고있는 깍두기와 짜이
던져봐 깍둑!
나도 얍!
인도에서 또래 한국친구를 처음 만나본다는 짜이^^

이렇게 짜이네와 반나절을 함께 보내고 우리를 데리러 온 인도 친구 수라지와 락쉬만쥴라로 돌아오는 길. 광장에 어마어마한 인파가 모여있었다. 가운데에서 불을 피우고 어떤 의식을 하는 것 같았는데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그곳에 머물기엔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저녁 식사를 하러갔다. 발코니에 앉아 리시케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멋진 식당이었다.


식당에서 본 람쥴라 다리
멀리 보이는 락쉬만쥴라 다리
캘커타로 돌아간 산쟈나 이모랑 영상통화하는 깍두기

밤공기가 시원했고 몸은 적당히 피곤했다. 내일은 홀리축제날. 이미 온 도시가 흥분되어 있음이 느껴졌다. 내일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될런지....명절 전날처럼 들뜬 밤이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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