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이민 HEYMIN Jun 11. 2024

당신은 어떤 글을 쓰고 싶나요?

글쓰기클럽 운영일지 - 1



글모임을 운영한 지 벌써 9개월. 인생 최고의 구간이 된 시간. 무해한 사람들을 매주 만났고, 만날 때마다 투명해졌다. 그저 추억으로만 남기기엔 아까운 시절이라 글모임답게 '글'로 기록할 생각이다. 그동안 쭉 함께한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할 글친구들에게 의미 있는 흔적이었으면 좋겠다.





다정하고 뭉근한

유일무이 글모임



작년 9월. 모임에 참여한 건 겨우 두 번, 운영한 적은 전혀 없는 내가 어쩌다 글모임을 열었다. 오래 소망하던 버킷 중 하나이긴 했지만 이런 뜬금없는 타이밍에 하게 될 줄이야! 그래도 급류를 타고 온 변화가 꽤 반가웠다. 모임에는 누가 와줄까? 우리는 모여서 무슨 글을 쓸까? 미래의 글친구들을 상상할 때마다 가슴이 마구마구 뛰었다.

 

개설은 '소모임'이라는 앱으로 진행했다. 나름 알려진 커뮤니티라는데 처음 보는 어플이었다. 순식간에 앱을 다운 받았고, 모임을 열기 위해 월구독료까지 결제했다.


‘와,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잘할 수 있겠지?’


등록을 끝내고 구글창에 '글모임'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다. 다른 리더들은 어떻게 모임을 운영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잠깐 보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찾아보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미 성공한 모임을 보면 무조건 영향받을 것이고, 아마도 그 형태를 모방하거나 크게 다를 거 없는 모임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조사를 멈춰버렸다. 아예 백지상태인 도화지일 때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는 거니까!


대신에 나는 왜 글쓰기를 좋아하는지, 왜 사람들이랑 글을 나누고 싶은지. 마음에 품고 있는 이유들을 쭈욱 적어보았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던 걸까. 생각보다 글이 술술 써졌다. 그렇게 완성한 글이 이전에 올린 모임 소개글이다.



삶과 일상에서 ‘글'의 힘을 느끼는 게 언제인지, 모임에서 함께하고 싶은 친구는 누구인지, 앞으로 다 같이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그런 생각을 적다 보니 다른 모임에 대한 궁금증이 싹 사라졌다. 곧 함께하게 될 멤버들과 고유한 무언가를 이룰 것 같은 이상한 기운? 기류?를 느꼈다. 마음이 벅차올랐다.


개설하고 하루 이틀 지났나? 서서히 가입인사 알림이 울렸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접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던 사람들이 내가 만든 '인연의 실타래'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찾아오는 모두에게 유일무이하기를 바랬다. 다정한 온도를 뭉근하게 이어갈 수 있는 소중한 모임이 되기를! 가입인사 알림이 울릴 때마다 한 사람 한 사람 다 똑같은 온도로 대할 것을 약속했다.


급류를 타고 도착한 낯선 곳이지만 반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당신은 어떤 글을

쓰고 싶나요?



정식모임을 앞두고 사전모임을 진행했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운영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어 마련한 자리였다. 사전모임은 홍대입구 근처의 어느 카페에서 가졌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정한 시간으로 채워진 두 시간. 여덟 명이나 모였고 네 명씩 바라보고 앉았다. 우리는 모두 글을 쓰려고 모였지만, 각자 쓰는 이유도 쓰고 싶은 글도 달랐다. 이런 서로의 '다름'을 어떻게 '같은' 시간 동안 나누면 좋을까? 모임 이후로 고민은 멈추지 않았지만 생각하는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가입하는 분들은 하루하루 늘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발견은 나를 더 들뜨게 했다. 다들 어떤 글을 쓰려고 여기까지 왔을까? 일기처럼 감정이나 일상을 글로 나누고 싶은 걸까? 아니면 논리적인 글쓰기 훈련이 필요한 걸까? 혼자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이기에 그냥 단톡방에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모임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바로 투표를 올렸고 사람들도 투표가 흥미로운 눈치였다. 결과는 거의 반반!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지만 오히려 더 반가웠다. 굳이 하나의 결로 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냥 둘 다 준비하기로 했다. 중심 키워드를 정하면 그 키워드와 관련된 일상 쓰기 주제와 논리 쓰기 주제를 모두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첫 번째 글주제는 '감정'



내가 글을 쓰는 이유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이유 모두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 다들 그렇지 않을까? 다양한 색깔의 글과 이야기가 오고 가는 말랑말랑한 주제일 거 같아서 첫 번째 키워드를 '감정'으로 정했다.


감정이나 일상을 담은 글주제
최근에 느낀 감정 중 가장 강렬했던 감정을 찾고 그 느낌과 상황에 대해 써보세요.


구조 잡힌 논리적인 글주제
부정적인 감정을 건강하게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지의 무단 복제와 사용을 금합니다.


이미지의 무단 복제와 사용을 금합니다.



'감정'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정식모임. 평일 저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제 막 퇴근하고 저녁도 못 먹고 온 사람, 취준을 끝내고 출근 전에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던 사람. 그 외에도 저마다 일상의 틈에 글 쓰는 시간을 내어준 친구들이 모였고, 사전모임만큼 훌륭히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물론 나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서툰 모임장이었지만!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글에서 마저 적어볼 생각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모임이 더 궁금해졌다면, 아래 소모임 링크를 눌러보거나 이전의 소개글을 봐주면 좋겠다. 읽고 나면 또 다른 글친구가 되기를 바라며 첫번째 일지를 마무리한다 :)





함께하고 싶다면

들어오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 클럽을 오픈했습니다. 함께하실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