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운드, 매트리스 아래에 숨겨진 우리들의 이야기.
작년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두명의 대학동기가 멀쩡한 회사를 나와서 전국의 침대 공장을 다니며 온갖 괄시와 냉대를 당했으니까요. 커버의 사진은 우여 곡절 끝에 우리가 만든 첫번째 매트리스를 배송하는 사진 입니다. 2종 면허를 가진 저는 조수석에 앉아서 아파트 출입구를 찾고, 1종 면허에 운전병 출신인 종화님은 터프하게 기어를 변속해가며 포터를 주차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중고 거래가 가장 활발한 차가 포터라는데 포터를 그렇게 오래동안 직접 타본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따뜻한 온실 속에서만 살아왔던건 아닐까요? 법인카드로 모범택시를 타고 퇴사할 때 보다 덜컹이는 포터를 타고 경비아저씨의 눈치를 받으며 매트리스를 배송하는 순간이 훨씬 훨씬 즐거웠습니다. 컨설팅 회사에서 큰 회사들의 큰 문제를 푸는 것도 challenging 했지만, 바닥 부터 정말 작은 것 하나부터 내가 다 만드는 것에 더 큰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포터를 몰고 나갔던 첫번째 매트리스 배송이 자꾸 생각 납니다. 좋아서.
포터를 주차하고 나서도 고무 밴드를 어떻게 푸는 줄 몰라 한참을 실랑이를 하고 있습니다. (커버 사진은 헤매는 두명의 창업자들의 모습) 10분 이상을 헤맨 뒤에야 밴드를 풀고 매트리스를 들고 고객의 집으로 들어갈 수가 잇었습니다.
난생 처음 포터를 몰았던 것 처럼. 풀리지 않던 고무 밴드처럼. 퀸사이즈 매트리스가 들어가기 너무 좁았던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현관문 처럼. 브랜드와 팀을 키워가는 매순간이 술술 풀리지는 않는 것 같아요. 때로는 답을 정말 모르겠고, 어떨 때는 이 질문이 맞나도 잘 모를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한해가 지난 지금에 이사진들을 보면 그간 우리가 많이 성장했구나. 그때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 이맘 때에는 오늘의 일상을 돌아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여정이 곧 보상이다. 라는 말이 정말 와닿습니다. 춥고 힘들엇지만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들이었고, 앞으로의 하루하루도 그렇게 채워가고 싶습니다.
슬라운드의 여정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는 부지런히 움직일테니 게으르게 관찰해주세요. 대중 앞에 우리가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랜 친구와 맥주한잔 하며 할만한 얘기들 까지는 다 들려드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점심 먹고 커피한잔 하면서 할만한 얘기들을 소소하게 들려드릴게요. 자.. 앞으로의 이야기들도 엄지로 휙휙 넘기며 게으르게 봐주세요. #게으름을파는사람들 #슬라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