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을 땐 듣고 쓴다
새로 산 하만카돈 오라 스튜디오 2 스피커를 틀고 음악을 선곡한다.
새로 산 타자기 모양의 청축 키보드의 깊이감을 느끼며, 찰칵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지금 이 글을 쓴다.
음악의 시작은 언제나 how can you mend broken heart이다.
카보드의 찰칵거리는 소리와 푹푹 들어가는 깊이감은 일할 때처럼 속도감은 나지 않지만,
그 느림 안에서 내 글은 좀 더 깊고 견고해지며, 나를 위로한다.
글을 쓰다가 문득 멍해질 때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가 나를 위로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스피커에서 음악의 높낮이에 따라 일렁이는 불빛은 모닥불을 보듯 내 심란한 마음을 다독여 준다.
오늘은 오랜만에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해봤다. 나이가 마흔을 넘기고 나니 이제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런 기회가 감사하기까지 하다.
오늘 만난 그녀는 데이트 앱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다. 알게 된지 하루 만에 만나게 되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 나이는 더 이상 우리가 원하는 것 모든 것을 갖춘 상대를
만날 수는 없다. 그러기에 서로에게 좀 더 관대해질 수 있는 것일까?
예전의 나라면, 조금은 거슬렸을 외모적인 부분, 말투, 행동들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녀는 매우 단호한 성격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재밌고, 귀엽고, 적극적이다.
간단히 차 한잔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 하고 나서 우리는 근처 공원을 걸었다.
그녀도 나도 집이 근처이기에 자주 왔었던 공원이었다.
평소에 운동하러 가끔씩 오는 곳에서 데이트라니... 뭔가 나름 새롭고 신기했다.
그녀는 나에게 피톤치드를 3분간은 느낄 수 있는 곳을 알려주겠다고 하고 데려갔는데
웬걸.... 오히려 쓰레기 타는 냄새가 났다. 그것 마저도 즐거웠다.
집에 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자 단칼에 거절하고 버스 타고 유유히 돌아가는 그녀 모습이 싫지 않았다.
거기에 버스정류장에서 나보고 알아서 잘 돌아갈 수 있겠냐고 하는 유머도 재밌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싫지 않은 느낌 그리고 내가 만나본 여자들 중 가장 다리가 긴 그녀....
그녀의 스타일 긴 생머리, 하얀 피부, 그리고 길고 얇은 팔과 다리... 뭐 이 정도면 내겐 충분하다.
그녀와의 이다음은 어떻게 될까? 그녀와 잘되면 나의 이 불면증도 좀 줄어 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