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송 Jan 12. 2016

우리 셋 in Vancouver 1

첫 번째 이야기: 시작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그 시간들-

2012년 8월 29일 수요일


-밴쿠버 입성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 두 남자아이들의 각각 7년 반, 5년 반에 걸친 한국 공교육 마무리 짓고 우리 가족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아, 물심양면 뒷바라지를 위해 남편은 한국에 남아 계시고.

 

          일명 '기러기 가족'이 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좀 더 여유 있고 풍요로운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주기 위해서. 는 남편의 바람이시자 주장이시고.. 공부도 그럭저럭 잘하고 있고 주어지는 궤도 안에서 별 탈 없이, 큰 사고 없이 잘 해 나가고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피붙이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하는 '어미'인 나는 여러가지로 생각도 많고 부담도 크다. 가만히 잘 해나가고 있는 안정적인 아이들을 불안정의 소용돌 속으로  몰아세우는 건 아닌지,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라는 미명 하에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을 오히려 움츠러들고 불안하게 만드는 이기적인 판단을 한건 아닌지.. 오색찬란한 아름다운 이국적 생활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굳이 경험해보지 않아도 이 나이쯤이면 어슴프레 아는 나는 불안하고 무섭기만 하다. 그런 생각을 자꾸 하지 말라며 기운을 북돋아주는 남편.

'잘 할 수 있을 거야. 너랑 우리 애들은 분명히 잘 할 거야. 나중에 봐봐, OO야..'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이 이 말을 반복하는 남편도 실은 걱정이 태산인 거다.



공항에서 남편과 헤어지며 마치 죽으러 가는 것 마냥 두렵기만 하고 아프기만 하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런 생이별을 택했단 말인가, 온통 후회와 눈물뿐..

엄마가 돼서 이렇게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데, 내가 이러면 아이들이 엄청 불안할 텐데. 애써 이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소용이 없다. 아이들도 울고 나도 울고, 눈물을 꾹 참는 남편의 벌게 진 눈을 보며 또 울고 울고.


          이게 뭐하는 건지...



그때 우리 넷을 감싸고 있던 슬픔과 두려움의 분위기는 지금 다시 생각을 해봐도 눈물이 난다. 나중에 남편에게 들으니 우리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몇 번이나 길가에 차를 세워 울고 울며 '왜 그랬을까'를 반복, 자책했었다고 한다. 눈물이 흐르고 흘러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더라는 남편..


                                   


          '시작'은 이랬다.


눈물 바람, 두려움, 슬픔, 불안. 긴장, 그리고 느끼는 줄도 모르고 있던 약간의 설렘.






2016년 1월 현재.

아이 둘과 나. 우리 셋.

밴쿠버에 살기 시작한 지 어언 3년 반 여. 큰 아이는 벌써 12학년. 그의 청소년기 학창시절을 이제 반학기만 남겨 두고 있고 작은 아이는 10학년이다. 밴쿠버는 어느새 우리 가족에게 더 이상 두렵고 낯선 곳이 아니게 되었다. 두 아이들이 그들의 소중한 청소년기를 온통 보내고 있는 이 곳이 마치 제 2의 고향처럼 친근하다.


우리가 배우고 느끼고 경험하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그런 이야기들을,,,,,

'나'는 해보고 싶다.


 2016년 1월 11일. 첫 번째 이야기.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