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밤 Dec 04. 2023

시험관 시술 진행 중, 공황증상

숨 쉬고 싶다

지금껏 살면서 공황장애라고 진단받아본 적은 없다.

뭐, 정신과에 간 적 자체가 없으니까 진단받았을 리도 없지.


그러나 나는 안다.

극심한, 아주 극심한, 스트레스가 날 짓누를 때면 공황증세가 동반된다는 것을.


오래전 큰 시험을 치르면서 최종에서 탈락한 뒤부터는 심장이 갑자기 막 두근거리다가 숨을 내쉬기 힘들어질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증상이 지속적이지도 않고, 실제 공황장애를 크게 겪은 지인에 비해선 증세가 약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진 않았다.


이럴 때 일단 나는 긴 호흡을 혼자서 몇 번이고 반복한다. 그러다가 크게 몇 시간이고 엉엉 울어 버리고, 내가 믿고 의지하는 신을 찾는다. (이럴 때만?)

기도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그러면 좀 진정이 되면서 차츰 안정을 찾았다.



그런데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공황 증상이 없었는데...

최근 다시 발생한 것이다. 원인은 딱 하나이다.

바로, 아기... 문제.


나는 굉장히 오만을 떨다가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자궁과 난소가 나이 대비 상위 5프로란 얘길,

병원 검진으로 듣고 난 이후부턴 또 굉장히 안일했다.

그 와중 피임도 길게 했다.


그런데 상세불명 이유로(가장 큰 이유는 나이겠지만)

쉽게 아기가 생기지 않았고, 2년 가까이 시험관 시술을 했지만 한 번의 유산이 내 이력이 되어 버렸다.

올해는 pgt란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는데,

결과가 좋지 않은 적이 많고, 좋았어도 착상 실패가 되었다.

내 나이대에서 pgt 통과할 확률은 10프로대,

그 배아가 착상될 확률도 10프로대.


나이에 비해 난자가 많이 나온다고 하시며

조금만 더 빨리 임신 준빌 안 한 게 안타깝다고 얘길 들을 때마다 내 가슴을 친다.


이번에도 역시 pgt 검사를 맡겼지만 결과는 알 수 없으며 올해는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나는 곧 40대 중반을 향해 간다.

직장에선 복직을 해야 하는 분위기이며,

시댁에선 임신과 직장 일을 다 잘하길 바라시는 분위기이고,

친정에서도 간절히 아기를 원하는 분위기이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간절해졌다.

...

숨이 막힌다.


얼마 전 난자 채취 후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기 시작했다. 혼자 가슴을 치고 심호흡을 하고 엉엉 울다가 진정이 되었다.

집에 혼자 있을 땐 1시간이고 울면서 기도를 했고

남편이 있을 땐 부둥켜 알고 울었다.


과거 나의 오만이 낳는 대가이다.

인간의 삶에 고통은 필연이지만, 내가 견딜 수 있는 만큼이었으면 좋겠다. 숨을 맘껏 쉬고 싶다.


새 생명을 기대하면서 정작 나 자신이 죽어간다면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긴 숨을 쉬자.



작가의 이전글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곳, 성균관대 명륜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