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밤 Apr 24. 2024

자기 자랑 욕구가 강한 사람에 대해

난 사람을 분류할 때 자기 자랑의 욕구가 강한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분류한다.

또 자랑을 잘 들어주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분류한다.


과연 "저게 자랑할 만한 것이냐" 하는 문제는 화자나 청자의 수준에 달린 것이겠으나, 그건 제쳐두더라도 이건 순전히 그 사람의 성격이라고 본다.


누가 봐도 잘났고 대단한 자랑거리를 자랑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은, 본인 스스로 자아도취에 빠져 도저히 누구에게 내 잘남을 말하지 않으면 답답해 미칠 것 같기 때문에 자랑하는 것이다. 나도 그래봐서 안다.

(반대로 국내 정상급 수준을 지녔는데 입 꿈쩍 안 하는 사람도 있음)


자기 자랑도 단계가 있는데, 누가 봐도 대놓고 자랑하는 경우, 은연중에 중간중간 안 해도 될 타이밍에 자랑을 하는 경우, 우연한 타이밍에 그 화제가 나와서 자랑하는 경우가 있다.


대상으로 따지면, 순전히 자기 자신에 대해 자랑하는 경우도 있고 본인과 관련된 가족, 지인에 대해 자랑하는 경우도 있다.

또다시 종류를 나눠보면, 재산, 외모, 학력과 같이 가시적인 것도 있지만, 능력, 성격, 사상(생각, 철학), 생활태도에 대한 자랑과 같이 비가시적인 것도 있다. 또 우연에 의한 행운에 대한 자랑도 있지만 선천적 능력과 후천적 노력에 대한 자랑도 있다.


내 생각엔 이 자랑이라는 것이 순전히 본인 깜냥을 제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이게 자랑할 거리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인 경우가 그런 경우들이다. 내 기준엔 자랑하는 사람들의 99.9%가 이 경우라 듣는 내가 다 부끄럽다.

또 외모, 능력, 생각 등 주관적인 영역의 경우는 스스로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우들도 꽤 된다. 어떤 경우는 자신의 결과물에 대해서 자랑 한마디를 내뱉은 뒤, 그 '과정'에 대해선 결코 얘기하질 않는다. 사실 청자 입장에선 '과정'에 해당하는 정보가 중요한 것 아닌가?



자아도취적 자랑의 예시))


전에 직장에서 중고등학교 때 본인이 굉장히 공부를 잘했다며 말 끝마다 이야기하신 분이 계셨는데, 알고 보니 서울의 중위권 대학을 나오신 분이셨다. 뭐 대학 입시에서 평소보다 못 나왔는진 모르겠지만 여러 똑똑한 분들 계시는 자리에서 저렇게 자기 공부 잘했단 얘길 매번 해야 할까 싶었다. 안 민망한가?


친구 중 본인 동생이 굉장히 공부를 잘했다고 귀 따갑게 들었는데 알고 보니 서울의 하위권 사범대학 졸업생이었던 적이 있다.(못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수재라고 떠들어대기엔 좀)


얼마 전 본인이 전교 1등을 했었다며 고등학교 수능 성적표를 본인 sns에 올린 분을 봤는데, 그 정도는 내가 다니던 학교에선 반에서 중간 이하, 반 꼴찌에 가까운 성적인데 싶었다. 저 성적이 전교 1등이라면 고등학교가 성취도가 높은 학생이 없는 곳인데, 내가 얼마나 똑똑했는지 아느냐며 30대 중반 이상의 아이엄마가 올린 사진이라 하기엔 왠지 민망했다.(물론 난 특목고 졸업함.)


자신이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상담교사로서의 보상이 적은 것 같다 쓴 분의 학벌을 보니 모 여대 졸업생이었다. (이 말도 의아했던 건, 내가 국어교사를 할 때 수많은 서울대 졸업생을 봤지만 이런 유의 이야길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어교사들은 본인의 학벌 이야길 안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면 좋은 학교 나오신 분들이 많은데, 이상하게 상담 쪽으로 오니, 자랑할 학벌이 아닌데 다짜고짜 자신의 학벌을 자랑하는 분들을 꽤 보았다. 대체 어찌 반응해야 할지 대략 난감이다.)


잘 그리지 않고 그저 평범한 수준의 그림을 그린 걸 올려놓고 본인이 화가라는 글을 쓴 블로그 이웃 글(등단 화가 아님)과, 자신이 글을 잘 쓴다는 내용이 비문 투성이의 블로그 포스팅..

(잘 모르겠는데) 스스로 동안이고 이쁘고 날씬하다는 말과 글 등등..



가족자랑의 예)


 내 남동생 친구 둘이 있었는데

한명은 항상

자기 누나가 너무 못생겼다고 했었고,

다른 한명은 항상

자기 누나가 너무 이뻐서 연예인급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졸업식 때 가서 보니

누나가 너무 못생겼단 아이의 누나가 연예인 같이 이뻤고,

누나가 너무 이쁘단 아이의 누나는 솔직히 평범 이하의 외모를 지니셨었다. 반전.

가족에 대한 안목도 객관적일 수가 없다.


난 위에 썼듯이 자랑을 잘 들어주는 청자와 못 들어주는 청자 중, 잘 못 듣는 사람인 것 같다. 단, 내가 교사로서 학생들을 만날 땐 아이들 자랑을 얼마든지 들어주고 얼마든지 칭찬을 해준다.


그런데 성인 대 성인으로의 만남에선 경우가 다르다.

실상 내 주변에는 본인의 잘남을 숨기는 분들도 많다. 전국구 수능 점수를 받았으나 누가 묻지 않는 이상 얘길 하지 않는 분, 과학고 조기 졸업, 서울대 졸업 후 미국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나 자랑거리가 아니라 그저 공부가 좋았던 분,

나이 대비 꽤 유명한 화가의 길을 걷고 있으나 재야에 묻혀 조용히 그림 그리는 분 등.


실제 난 나의 부모님들이 이런 유의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 대놓고, 자랑거리라 하기 민망한 것을 자랑하는 사람을 보면 좀 낯설고 거부감이 느껴진다.



오히려 내가, 부모님과 다르게 자랑 욕구가 30프로쯤은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되도록 그게 같잖아 보이지 않도록 그 자랑 욕구를 감추려는 편이다.


반면, 난 자랑을 잘 들어주는 성향은 약하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잘나서 자랑하는 사람 얘긴 거부감이 안 든다.

주위에 진짜 잘나고 똑똑한데 본인 자랑도 심한 분이 있는데 그건 잘 듣는다. 잘나서 자랑을 하는 분에 대해서는 1도 거부감이 안 들고 그럴 만하다 싶다. (단 내 기준이 좀 높아서 내가 생각할 때 잘난 경우는 손에 꼽히게 진짜 잘난 분들이다.)

하지만 자랑하기에 애매한 사람들이 자기 자랑이 지나치면 거부감이 드는 것 같다.


사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불쌍해 보일 수도 있는 법이다.

친구 회사에 시댁 재산과 남편 능력에 대해 굉장히 자랑하는 일시적인 계약직 직원이 있었는데, 그 자랑거리가 그 직장 사람들이 보기에 자랑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해서 뒤에서 웃음거리만 되었단 것을 안다.

본인 밑바닥 수준이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자랑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랑의 장점도 있다. 이 자랑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경우에는 자랑거리가 되든 안되든 실질적으로 삶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한마디로 자기 잘난 맛에 살기 때문에 행복해한다.

단, 남을 의식해서 과장을 섞어 자랑하는 경우는 삶의 만족도가 일치하진 않을 것이기에 진심으로 자랑하는 사람과는 좀 다르다.



내 자기자랑은 줄이고

남의 자랑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싶다.


본인 기준과는 상관없이, 수더분하게 옆사람 이야기에 맞장구를 잘 치며 진심으로 듣는 사람들이 있다. 난 왜 잘난 사람의 자랑만 들을 수 있는 걸까. 맘을 넓게 가져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2,30대 이성에게 인기 많은 것 하나도 중요치 않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