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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e Mar 11. 2016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

20.APR.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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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APR.2015

"Never try, never know." - Aladdin


자유 여행은 오토바이나 자동차와 같은 이동 수단의 존재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여행하는 지역이 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거나 지역 간 거리가 어마어마하다면 탈 것의 필요성은 더욱 간절하기 마련.

'라오스의 볼거리' 하면 방비엥의 꽃 블루 라군과 루앙프라방의 탁발 행렬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오늘은 환영의 바비큐 파티에 초대해 준 제린 일행과 26살 오빠와 함께 오토바이 렌트를 해서 블루 라군에 가보기로 했다. 농카이행 기차에서 처음 만난 한국인 오빠와는 의견이 맞지 않아 잠시 각자의 여행을 즐기기로 한다.

나를 제외한 일행은 모두 운전 경험이 있지만 좋은 오토바이를 고르는 안목은 없나 보다. 한 명 씩 돌아가며 속력을 내지 못하고 말썽을 부리기 일쑤인 오토바이 때문에 왔던 길을 되돌아가 새 것으로 교환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은 바로 옆의 다른 렌트 업체를 이용했다. 대여비는 완전히 환불받았지만 출발하기 전 주유소에서 채운 기름 값은 어쩔 수 없었다. 남 좋은 일만 한 샘. 우여곡절 끝에 가게에서 약도 한 장을 받아 출발했다. 물론 나는 제일 뒤에서 따라갈 수밖에.

그렇다고는 해도 태어나서 처음 타 보는 오토바이를 끌고 오프 로드를 질주하게 될 줄이야. 아니나 다를까 일행을 놓치고 말았다. 핸드폰이 있다 해도 연락처나 메신저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뜨거운 정오의 태양 아래 엄마 잃은 망아지가 된 기분이었다.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일행을 기다릴까? 주민들에게 길을 물어 마을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혼자 블루 라군을 찾아 가면 일행이 있지 않을까? 스스로가 한심해 허공에 한탄을 하다가, 넋을 놓아버리기 직전, 일행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해 떨리는 손으로 핸들을 붙잡고 왔던 길로 돌아가기 위해 방향을 트는 순간 26살 오빠의 뒷모습이 보였다. 어디서 부터인지 모르지만 나를 찾기 위해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왔던 길을 순찰하며 달리는 길이였다고 한다. 무사히 일행과 합류하여 블루 라군에 도착했다.

물놀이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도 우리는 일렬 대행을 만들어 선두에 있는 사람은 길잡이 역할을 하고 중간에 있는 사람은 뒷사람이 잘 따라오는지 확인해가며 속도를 조절하는 프로 정신을 발휘했다.

미안한 마음이 듬과 동시에 시도해보지 않았다면 결코 경험해 보지 못했을 성취감에 뿌듯했다.


블루 라군(Blue lagoon)의 lagoon은 강, 호수 인근의 작은 늪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아이슬란드에도 블루 라군이 있다고 한다. 아이슬란드의 블루 라군은 평균 온도가 40도가 넘는 지열 스파 시설로써 인간이 만든 휴양지다. 이 두 블루 라군은 tvn에서 방영한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과 아이슬란드 편에 모두 등장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블루 라군도 너무 좋았지만 스벤의 진두지휘 아래 다녀온 동굴이 실로 굉장했다. 비록 여행 7일 차지만 이토록 로컬 한 느낌은 난생처음이었다. 블루라군으로부터 그리 먼 곳은 아니지만, 관광 코스로 유명하지 않은 이유는 휴대용 전등 하나에 의지해 위험천만한 동굴 속을 안내하는 현지인 꼬마 아이에게 우리들의 목숨을 맡겨야 하기 때문이었다.

표준 체격의 어른 몸 하나 들어가기에도 좁고 높은 동굴 내부는 신비로운 광경이 펼쳐진다기 보다는 잠재된 탐험 욕구 발현하기에 충분했다. 온몸을 둘러싼 사방을 더듬어 가며 들어가도 시원찮을 판에 30여분 만에 도착한 수중 동굴 안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너무 소중하다. 힘들어도 카메라를 들고 다녔던 것이 보람된 순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을로 돌아와 방갈로 숙소가 즐비한 강 위 식당에서 짜디 짠 국수를 먹고 '프렌즈'(미국 드라마)를 하루 종일 틀어 놓는 레스토랑에서 최고의 망고 셰이크를 마시고 사쿠라 바에 가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래 사진은 26살 오빠가 라오스로 오기 전에 베트남에서 함께 했던 알라딘이라는 청년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같은 시기에 동남아 권역을 여행하다 보면 한 번 마주친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재회하게 되어있다는 미신과도 같은 말이 있다.

그 청년이 알려준 또 하나의 메시지다. 

"Never try, never know."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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