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say good pai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ne Mar 10. 2016

여행은 나누는 거야.

19.APR.2015





















_

19.APR.2015

"Traveling is sharing." - Sven


장장 5시간의 튜빙

라오스의 4월은 시기상 비수기다. 확실히 말하자면 성수기와 비수기의 중간쯤.

때문에 메콩강의 줄기를 따라 상류에서 마을 중심인 하류까지 스릴 넘치는 카약킹이나 튜빙을 즐기기엔 적절하진 않다. 저렴한 비행기 값으로 치른 치명적인 대가라고도 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해보고 싶은 마음에 어제 만난 한국인 오빠와 외국인 친구들과 튜브를 빌려 상류로 올라가 거의 멈춘 듯한 강물을 손으로 저어가며 신선놀음을 했다.

중간에 카약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물장난도 치고 방수팩에 담아온 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라오스의 산 등성이를 하나하나 세어갔다.


귀여운 아저씨들 이야기를 해야겠다.

젠틀하고 사려 깊은 매너가 몸에 밴, 조카를 사랑하고 여동생을 아끼는 제린.

강가에서 웃긴 자세로 다이빙한 사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며 맥주를 마시는 내내 킬킬 웃어대던 스벤.

수줍음이 많지만 자유분방하며 의리 있고, 한쪽 구석에 앉아 조용히 담배를 말아 피던 쵸쵸.

한국인 오빠는 그들과 가벼운 농담과 조금은 진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중간중간 나에게 대화의 핵심을 짚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출신 국가는 다르지만 각자만의 스타일로 구사하는 영어 듣기 평가의 현장에서, 비록 어떤 주제의 이야기인지 파악하고, 추임새나 감탄사 따위를 던지는 게 전부였지만, 어쩐지 솟아나는 용기로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다가 문득 영어를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네덜란드에서 온 제린은 내 눈을 보며 말을 할 때는 최대한 쉽고 알아듣기 쉬운 단어와 발음으로 함께 다니는 며칠간 나의 영어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평소에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 누가 봐도 잘 알 수 있는 배려였다. 감사하게도 저녁에는 제린 일행이 머무는 숙소에서 열리는 BBQ파티에도 초대받았다.

제린을 매일 볼 때마다 문신처럼 차고 다니는 독특한 팔찌가 눈에 띄어 물어보니 'Road ID'라고 한다.

장기 여행자라면 가지고 있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는 물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여행에서 최소한의 형태로 자신의 신원을 밝혀줄 최후의 보루. 물론 겪지 말아야 할 일은 안 겪는 게 좋지만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 다음부터 꼭 착용하고 다니겠노라 말했다.

강을 유영하며 내려오다가 멈춰서 마신 강변 바의 맥주로도 모자라 맥주 한 캔씩을 더 사들고 튜브에 다시 올라탔다. 튜브에 눕듯 몸을 맡기고 맥주를 마시며 만화 드래곤볼의 배경 소재가 되었다는 유명한 방비엥의 산 굴곡을 바라보는 그 순간은 시간과 함께 정지한 것처럼 시공의 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귀여운 친구들은 다 마시고 빈 캔을 흐르는 강물에 던져버릴 법도 한데 마을 중심부까지 가는 내내 튜브 위에서 불편한 자세를 바꾸기 위해 움직일 때도 절대 손에서 놓지 않고 입에 물었다가, 겨드랑이에 꼈다가 난리도 아니다. 그때, 스벤이 자신에게 있어서 모든 말과 행동에 이 생각을 깊이 새긴다는 말이 떠올랐다.

"Traveling is sharing."

"여행은 나누는 거야." 

사람과 사람이든 사람과 자연이든 우리는 이 모든 것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늘 나누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놀이가 한창인 강 주변은 언제나 맥주 캔은 물론이고 심심치 않게 쓰레기가 발견되기도 하는데 비수기라 그런 것인지 환경보전의식이 유난히 투철한 외국인만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나라와 라오스 사람과 모든 여행자에 경의를 표하며 여행 내내 이 말을 잊지 않기로 한다.

_





















매거진의 이전글 YOU LOVE M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