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APR.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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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APR.2015
방콕에서 농카이 국경까지
숙소에서 나와 어젯밤 물에 젖은 몸을 말렸던 노천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팔찌도 3개 사고, 반팔 티셔츠도 2장 샀다. 서툰 흥정을 해보았지만 한국보다 턱없이 저렴한 가격에
그나마 비싸다는 여행자 거리의 물가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돈 얘기를 하니 태국 쑤완나품 공항에서 카오산 여행자 거리로 가기 위해 내렸던 파야타이 역이 생각난다.
누가 봐도 짐이 한 가득 인 (새) 배낭에 지도와 핸드폰을 번갈아 보고 있으니 돈 좀 있겠구나 싶었을 테지.
아이를 안은 여자와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와서는 어디서 왔냐는 물음에 south korea라고 답하니
한국을 잘 알며, 부산에 가 본 적이 있단다. 대화가 잘 이어지는가 싶더니 한국 돈이 보고 싶다는 것이다. 없다고 하며 부리나케 빠져나왔는데 그 와중에도 웃으며 멋쩍게 상황을 모면한 내 모습을 떠올리니 밤에도 선글라스를 필히 쓰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표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다시 농카이 국경을 넘는 날의 이야기
국경을 넘는 기차는 밤새도록 달려 아침에 도착하기 때문에 출발 시간이 늦다. 오후 6시까지 주어진 자유시간에 또 다른 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여행자 거리인 만큼 또한 더운 나라인 만큼 거리는 아기자기하고 편안해 보이는 노천카페들로 즐비하다.
민트가 들어간 레몬 과즙 주스를 시키며 여직원에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you love me."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마치 나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지는 비밀 번호다.
심심찮게 나처럼 큰 배낭을 메고 걷는 거리의 여행자들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하면서 연신 깔깔 웃는 태국 사람들.
내 머리 위에서 따듯한 바람에 휘청거리던 나뭇가지의 꽃 한 송이가 일기를 쓰고 있는 테이블에 떨어졌다.
나도 농카이 국경을 넘어 무사히 라오스로 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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