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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Jan 09. 2024

2023년을 회고하면서 느낀 점

2023년 12월 31일 작성 

2023년 12월 31일, 아침에 산책하고 집에 가는 길. 흐렸던 하늘에 햇빛이 나기 시작해서 사진을 찍었다. 

2023년을 진득하게 회고하면서, 내가 2022년에 회고를 하지 않은 채 2023년을 맞이했단 걸 깨달았다. 

     

2022년에 신나고 즐거운 시간들이 많았다. 그래서 계속해서 그냥 그 시간이 이어지길 바랐던 것 같다. 굳이 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짚고 넘어갈 지점들도 분명히 있었는데, 그냥 눈을 감고 안 보고 2023년을 맞이하고 싶었나보다. 일주일 정도 시간을 내서, 한 해를 돌아보며 일, 관계, 마음 등등 여러 가지에 대해서 회고를 해보았더라면 2023년을 좀더 단단히 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갈등 요소가 언제나 한가득이었고 즐거움만큼이나 스트레스와 아픔을 많이 주었던, 그러나 일단은 덮어두고 계속 이어가던 연애, 불안한 요소가 많은데 이직하고 싶지 않으니 계속 다니던 회사... 이런 걸 좀 제대로 직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역시 회고가 중요하다. 잘 마무리해야 시작도 잘 할 수 있다.     


2023년 1월에 만다라트 쓴 내용을 2023년 12월 23일 오늘 다시 보니 참… 이룬 게 많지 않았다. 2022년 회고를 잘 했더라면 2023년을 좀더 잘 보낼 수 있었을 것 같다.     


2022년 회고를 잘 했더라면?      


관계에 대해서 잘 파악했더라면 우리는 그때 헤어졌을 것이다. 답이 없고 미래가 없는 커플. 

회사와 나의 커리어에 대해서 2022년을 살펴보며 회고를 잘 했더라면 이직을 준비하거나, 또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던 3월에, 마음 조급하게 먹지 않고 좀더 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며 실업급여 받는 6개월 동안 재충전과 실력 쌓기를 했을 수 있다.      


당장 백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불안감이 엄청났다. 

서울에서 월세 내며 살아가는데, 당장 수입원이 없다니? 

불안함과 조급함이 너무 컸고 어쩔 수 없이 그게 나를 갉아먹었다.      

2022년에 대해서 회고를 잘 했더라면, 몇 달 쉬어도 보라 너는 더 좋은 데 갈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듬뿍 줬을텐데.      


2023년 12월의 구보라는 다시금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그리고 2023년 3월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는다. 나는 잘 될 것이다. 잘 되도록 만들어낼 것이다.      


회사로 인해 어떻게 행동하는 게 현명할지 고민이 많을 때에 몇몇 친구들, 지인들에게 연락을 했었다. 다들 이야기 너무 잘 들어주고,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 나눠줘서 고맙고 고맙고 힘이 됐다. 


이야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여기에 더해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분명하게 방향을 제시해준 친구들도 진짜 고맙다. 나의 삶의 경험이 아직 부족하구나, 그런 것도 많이 깨달았다. 그리고 아, 나도 나중에 나같은 상황에 처하는 친구나 후배가 고민 상담을 해오면 이제 어느정도는 이야기 잘 해줄 수 있겠지? 이런 생각도 했다. (내 상황부터 잘 타개해가야하는데, 이런 미래도 생각하는 나..).      


자의에 의한 퇴사가 아니다보니, 다가오는 1월에는 실업급여 신청을 할 예정이다. 앞의 회사를 그만둔 이후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는데, 단 1회차 (아주 일부)만 받고 다시 취업을 했다. 그래서... 1회 받긴 받아서 그전의 고용보험 기간이 소멸됐다. 아마 이번엔 4개월 정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2024년에도 어떤 일들이 내게 ‘발생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떤 상황이 오든 내가 좀 제대로 서 있으려면 2023년을 천천히 회고하면서 제대로 서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일이 생기는 건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나는, 서핑 보드 위에 제대로 서있지도 못 하는데 파도가 계속 몰아쳐서 물에 빠지고 빠지고 빠지고... 이런 느낌!)

    

회고할 때에 오키로북스의 ‘연말 시상식’에 있는 질문들도 도움이 됐다. ‘연말 시상식’에 있는 질문들에 다 답을 한 건 아니지만, 회고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장에 적힌 이 문장이 회고하는 내내 내가 생각했던 바여서 많이 공감 갔다.      


‘저희가 1년을 돌아보는 워크북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수많은 워크숍을 하다 보니 마무리의 중요성을 알겠더라고요. 마무리는 언제나 새로운 시작과 연결되어 있어서 마무리를 잘하는 사람이 멋진 시작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     



회고한 덕분에 2024년을 (2023년보다) 더 멋지게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1월 1일에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번 회고하고 나면 방향을 1도씩, 1도씩이라도 바꿔가면서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서서히 잘 갈 수 있지 않을까? 가보자 보라야!     


2023년을 회고하고, 약 2주 정도 창원에서 보내면서 나름 고요하게 이렇게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2023년 12월 30일에 쓰고 31일에 잠시 살펴보다가, 나중에 더 퇴고하고 올려아지 하고 저장만 해 둔 글. 벌써 1월 9일이 되었고 그사이 퇴고하진 못 했다. 그때의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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