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그 순간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
6년 전인, 2018년 3월에 쓴 글.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노트북을 펼치니 밤 11시 40분.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아침에 글감을 보고나서 그 이후로 잊고 있다가 이제야 생각해본다. 나는 무엇을 사랑할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놀랐다.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에, 씻으면서도 생각했었다. 사랑까지는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건 있다. 요즘 다시 책에 재미를 붙여보고 있다. 그리고 조용한 책방을 찾아가서 책을 구경하고, 그 곳에서 책을 보는 시간들이 참 좋다. 행복감을 느낀다. 라디오 듣는 것도 정말 좋아한다. 라디오를 틀어야 일상이 채워지는 것 같고 기분이 좋아지고, 슬플 때도 위로를 받으니까.
라디오만큼이나 팟캐스트도 좋다. 출퇴근길이나 걸으며 운동할 땐 언제나 다운받아 둔 팟캐스트를 들으며 킥킥 거린다. 보면서 공감을 일으키는 드라마도 좋아한다. 외국 드라마도 아니고 그냥 한구 드라마. 어쩌다 한 편씩 보는데, 본방사수를 하거나 꽂히면 순식간에 몰아서 본다. 최근에 본 드라마로는 웹드라마 <회사를 떠나는 최고의 순간>이 최고였고, 요즘은 tvN <막돼먹은 영애씨> 예전 시즌을 보고 있다. 다큐멘터리같은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소소한 일상들이 내 일상에 기쁨을 준다.
쓰고보니 지난해 봄, 친구들과 각자의 ‘삶의 낙’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나는 그 때 라디오, 글쓰기 수업, 자전거 타기, TV보며 맥주 마시기를 이야기했다. 다른 친구들은 그림 배우기, 연극보기, 요리하기, 식물 키우기, 작사작곡 등을 말했다.
결국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그 순간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저 ‘삶의 낙’을 하려면 삶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시간적 여유와 금전적 여유 모두. 나는 오늘만 해도 야근 때문에 좋아하는 걸 할 시간이 사라져서 아쉽고 또 아쉽다. 야근수당을 받아도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까. 내가 가장 사랑하는 건,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의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