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하는 동안 드라마 보며 행복해하는 시청자를 생각했다면...
7월 1일에는 <스물다섯 스물하나>(연출 정지현, 김승호 / 극본 권도은) 를 다 보았다. 2022년에 방영했던 드라마인데, 올해 4월에 보기 시작했던 드라마다. 꽤나 재미가 있어서 아끼고 아껴서, 드문드문 보았다. 웬만하면 1-2일 안에 다 보는 나로서는 어마어마하게 늦게 본 셈이다.
왠지 희도와 이진의 러브라인이 이어진 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은 하면서 봤지만. (40대 희도의 딸 성이 김씨...) 그럼에도 어떤 납득할 만한 이유라거나 그런 게 있을 거라 기대하며 봤다.
이미 2년 전 방영 드라마니까, 검색만 하면 결말을 보게 될까봐. 검색도 안 하고 모른 채로 끝까지 봤는데. 보고나니 아... 마음이 헛헛하다.... 2022년 작품을 2024년인 지금 봐서.. 시청자들과 얘기할 타이밍도 지났고.. 왠지 어슴프레 기억은 났다. 이 작품이 종영했을 때 되게 많이 욕을 먹고 사람들이 화를 냈던 모습들이. 이래서 이랬구나... 나도 그때 본방송으로 봤다면 많이 화가 나서 같이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다 보고나서 '드라마란 무엇인가' 이런 원론적인 질문부터 하게 된다....ㅎㅎ....
<스물다섯 스물하나>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이게 현실이야, 그렇지 않아?" 이러는 것 같다. 약간 팔짱을 끼고서, 첫 사랑이 이뤄지겠니? 이런 게 현실이지~
시청자인 나로서는 "근데... 우리가 드라마를 왜 보겠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보는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물론 자신만의 메시지가 있겠지만... 1화부터 16화까지. 방영이 되던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그 드라마에 애정을 지니고 보던 시청자들을 기만한 느낌이 든다. 무턱대고 '해피엔딩만이 최고'라는 건 아니다. 어느정도는 납득이 되도록 연결점도 보여주면서 드라마를 전개해나가는 게 작가로서의... 실력이자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다 보았던 <눈이 부시게>의 경우, 10화에서 반전을 보여주는데 그 반전이 시청자들을 기만하거나 화가 나게 만드는 반전이 아니었었다. 아, 이러한 심오한 뜻이! 이래서 이랬구나... 하며 납득하고 더 작품의 깊이가 더 해졌다.
그런데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는 희도와 이진의 사랑 서사 밀도가 다른 로맨스 장르 드라마 주인공들에 비해서 좀더 깊다. 사실상 남녀 간의 사랑보다도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애정도 끈끈하고 두터워서 그들의 관계가 끊어진다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든다.
숫자로 적어보자면 희도, 이진의 밀도가 1000 정도인데, 헤어질 때는 그냥 20대 초반인 사람들이 멋모르고 몇 달 사귀다가 헤어진 느낌... 밀도 5~10 정도로 끝내버리니까 허무하다.
심지어 희도는 왜 그리 '굳이' 빨리 결혼을 한 걸까? 은퇴도 하기 전에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았던 걸까?
그리고 40대가 된 희도의 모습이 행복해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첫 사랑은 첫 사랑일뿐. 다들 그렇게 살아가다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런 거지' 하며 뭔가 되게 인생 다 산 것 같은 메시지가 느껴지는데, 그렇기에 불쾌하다.
이 드라마를 쓴 권도은 작가는 살아오면서 드라마를 보며 즐겁고 드라마를 보는 시간만큼은 어둡던 사람도 밝아지고, 그 다음주가 기다려지고, 완결이 나더라도 그 인물들이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거란 생각에 내 마음도 행복해지는 그런 경험을 안 해본 사람 같다. 그런데 어떻게 드라마 작가가 된 것일까?
보면서 좋아서 멈추고 (드라마를 보다가 멈추는 건 쉽지 않은데!) 대사도 적어보고, 보면서도 내내 끝나지 않길 바라던 드라마였다. 그래서 아쉽고 아쉽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서 좋았던 점들은 많다. 그 좋은 점들에 대해서도 글은 써보고 싶다. (배우들, 대사. 김태리도 김태리지만 남주혁이 정말... 좋다. 백이진이라는 캐릭터가 나중에 달라지는 점은 싫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