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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jin Seo Nov 05. 2017

치킨집 창업이 어려운 이유

장인어른께 배우기

기.

예전 근무했던 회사의 대표님께서 우리나라 특정 프랜차이즈 최대 가맹점 수를 2만개로 보셨다. 뭘해도 2만개 정도가 맥스라고 하는 것이었다. 가령 지도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주유소가 2만개 정도 나온다. 근데 이게 편의점을 검색하면 5만개, 치킨집을 검색하면 6만개가 나온다. 편의점과 치킨집은 뭔가 문제가 단단히 있는게 분명하다. (참고로 치킨집보다 많은 건 교회다. 9만개)


승.

잠시 치킨집으로 돌아가자. 

내 배우자님의 아버님, 나의 장인어른께서는 거제도에서 십수년간 치킨집을 하셨다. 모 중공업 회사 후문에서 치킨집을 하셨었는데 그 가게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쿠폰이 없다.

2. 배달이 없다.

3. 당일 예약을 하려면 적어도 오후까지는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한다.

4. 예약은 오로지 전화로만 받는다.


이것만 봐서는 절대 잘되는 치킨집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장사가 너무 잘되서 위와 같이 도입한 것이라 했다. 장인 장모님께서는 그 치킨집을 하며 옆가게, 옆옆가게에 수많은 치킨집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셨다고 했다. 심지어 가게 앞 화분에 경쟁업체로 추정되는 사람이 식칼을 꽂아두고 간적도 있었다.


전.

두분은 건물주와의 계약도 있고 장사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서 통영으로 이사를 가셨는데 여기서 아주 작은 치킨집을 하나 여셨다. 그동안 했던 기술도 있거니와 소일거리 차원에서 가게를 여신 것이었다. 그 치킨집은 아래와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1. 쿠폰이 없다.

2. 배달이 없다.

3. 주문과 동시에 튀기기 시작한다.

4. 전화 주문을 받지만 대부분 가게에 와서 주문한다.

5. 치킨을 튀기는데는 7분이 걸린다.

6. 가게는 버스 정류장 앞이었고 대형 영화관이 바로 앞에, 근처에는 대형 마트가 있다.

7. 치킨 가격은 9,900원이다.


이 가게가 잘되었을까? 안되었을까? 거제도에서 장사를 하시며 그간 있던 많은 빚을 갚으시고 잘되는 치킨집을 운영하셨던 분이 새로 차린 가게가 잘되었을까? 안되었을까?


결.

결론은 장사가 잘 안되고 있다. 치킨집은 우리나라에 너무 많다. 또한 경쟁이 치열하고 쿠폰에, 음료 서비스에, 엄청난 배달 속도 등 안될 이유가 너무 많다. 오히려 그 전에 잘되었던 것이 더 신기해 보인다. 하지만 그 전에는 분명히 후라이드 치킨이 맛있긴 했지만 사실상 식당에 가까운 구조였다. 숯불구이, 닭도리탕, 순살치킨(일일이 살을 발라 만든 치킨. 브라질 수입과는 다르다) 등 손님들이 와서 오랫동안 먹고 마실 수 있는 구조였다.


치킨집은 함부로 열어서는 안된다. 열고 싶으면 지도 열고 검색한번 해보시라. 게다가 요즘엔 배달이 잘되서 지도와 관계도 없이 장사가 아주 잘된다. 치킨집을 하는 것보다 다른 것을 하는 것이 더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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